지금 한국교회가 힘써야 할 일들


                                                      




                                                                                                       이 정 익 목사
                                                                          (한복협 부회장, 신촌성결교회 담임)





들어가는 말

한국교회는 세계교회가 주목할만한 많은 발전을 이룩하였다. 복음이 전해진 지 100여년에 불과한 한국교회는 총인구의 1/5에 해당하는 1,200만 신도수를 한때 자랑하고, 세계에서 손을 꼽는 대형교회들이 여기저기 세워지는 놀라운 번영(성장)을 이루었다. 이런 번영(성장)의 배경에는 뜨거운 복음전도의 열정, 날마다 교회에 모여 부르짖는 새벽기도의 열기, 그리고 복음적인 신앙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이런 한국교회의 장점들은 세계교회들이 앞다투어 벤치마킹을 하려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교회는 예상치 못한 많은 문제점들을 노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교회의 정치활동 추구, 담임목사직의 세습, 재정운영의 불투명, 도덕성의 추락 등으로 인해 교회는 한국사회로부터 비공감과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물론, 건전하게 복음적으로 성장하는 교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떻든, 드러난 이런 현상은 한국교회가 과거의 번영을 과신하고 자만에 빠져 개교회 이기주의에 함몰되고 시대적 요청에 대해서 안일하게 대처한 결과라고 할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은 참된 영적 각성이다. 지난 2007년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개최된 한국교회 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에서 고 옥한흠 목사(사랑의 교회 담임)가 절규한 것처럼 “복음의 본질을 변질시켰던 죄”가 한국교회의 구성원인 우리들의 죄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는 복음의 요청에 따라 뼈를 깎는 자기성찰과 진실한 회개가 필요하고, 복음의 본질과는 무관한 모습들을 거룩하게 정화하며, 한국교회를 하나님 앞에 다시 개척하는 영적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1. 종교성(거룩성) 회복

한국교회는 거룩성을 회복해야 복음의 본질로 돌아갈 수 있다.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는 길이다. 마가복음 11장에서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셔서 가장 먼저 하신 일이 무엇인가? 그것은 거룩한 성전을 더럽히는 세속적인 것들을 제거하신 후 성전의 본질을 회복한 일이다. 성전 안에서 이루어진 일은 비록 예배자들이 성전세를 준비하고 희생제물을 구입하는 일이었지만, 거룩한 종교행위 이면에 감추어진 환전이익 추구라는 세속성을 꿰뚫어 보시고 엄히 꾸짖으신 후 이익추구자들을 몰아내셨다. 그리고 성전을 기도하는 곳으로 회복하셨다.  
한국교회를 복음의 본질에서 벗어나게 한 세속성은 무엇인가? 첫째, 한국사회와 교회의 경제적 급성장을 기도의 응답으로 해석하고 부를 중시하는 황금만능주의(mommonism)이다.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이 신앙을 지배하는 모습이다. 한국교회는 일반인들에게 자기 배를 불리려고 부를 축적하고 가난한 이들의 필요에는 무관심하다는 인식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한국교회는 부가 거룩한 목적을 위한 섬김의 수단이며 선교를 위한 은사로 인정해야 한다. 또한, 개인과 교회 차원에서 무분별한 부의 사용을 절제하고 어려운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을 적극 실천해야 한다.

둘째, 수백억을 들여 경쟁적으로 높고 화려한 예배당을 짓고 수십 수만 명의 교인수를 자랑하는 세계제일을 열망하는 물량주의 신화에 몰입하는 성공지상주의(successism)이다. 최근 교회건축의 붐을 타고 위세를 자랑하던 다수의 교회들이 빚더미에 놓여 경매에 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일로 교회의 이미지가 나빠져서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국교회는 이제는 대형화를 지양하고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또한 수단과 방법 추구의 목회에서 경건과 영성의 목회로 돌아서야 한다. 더 나아가 왜곡된 비교의식이나 경쟁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신자들이 교회생활과 사회생활이 달라 이중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들처럼 보이도록 방임해서는 안된다. 신자들을 신앙과 생활이 일치하는 건전한 시민으로 양육하므로, 성숙하지 못한 신자들을 양산하여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는 곳이 교회가 되지 않도록 교육할 책임이 있다. 이제, 한국교회는 세상을 섬기는 하나님의 도구로서 다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2. 평화통일에 기여

한국교회는 민족분단의 치유와 평화로운 통일을 염원한다. 구약성서에서 남북왕조의 “분열을 극복하고 하나되게 하라”는 선지자의 외침이 들리는 것 같다. 우리 신앙의 선배들은 산속에서 토굴에서 기도원에서 각종 대중집회들에서 “하나님의 손으로 남북이 통일 되게 하소서”라는 제목으로 합심기도를 드렸었다. 특히 오늘 이 시대의 한국교회에게 맡겨진 중대한 소명이 있다면 그것은 민족분단의 아픔들을 복음으로 치유하고 평화통일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일이다.

지금, 한국사회에는 민족통일이 가까이 다가온 느낌이 들어 통일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약 3만 명의 탈북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공영방송 등을 통해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북한주민들의 생활상을 상세히 접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설문에 따르면 통일 기대치가 그동안 65% 정도에 지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91%대로 상향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평화통일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도 한국교회는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를 지속적으로 힘써야 한다. 독일통일 후 동독지역 라이프찌히 니콜라이 교회가 10년 전부터 통일을 위한 기도회를 가져왔던 사실을 밝혀지면서 기도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이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생각해 보자.

첫째,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국교회의 각 단체들이 하나 되어야 한다. 우리 자신도 서로 이해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통일을 기도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 바르지 못하므로 먼저 우리부터 하나가 되어야 한다.

둘째, 3만 명의 현 탈북민들이 남한사회에 잘 정착하도록 구체적으로 도와야 한다. 탈북민들이 남한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여 재 복귀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한국교회가 통일 이후 북한지역에 교회를 세우고 선교할 계획을 세우기 전에 현 탈북민들의 사회부적응과 실망감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탈북민들이 꿈을 가지고 기대하여 목숨을 걸고 찾아왔던 한국사회가 와 보니 타락하고 사기꾼이 많고 살기가 매우 힘든 곳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다면 이것은 단순히 부적응의 문제가 아니고 평화통일을 지연시키는 결정적 원인이 될 수 있다. 북한주민들이 남한사회를 동경하고 평화통일을 고대하도록 한국교회가 이 땅에 와 있는 탈북민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도록 다양하게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통일 이후 북한지역 선교를 전략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초교파적인 북한지역 선교네트웍을 구성하여 무질서하고 경쟁적인 교파별 선교를 예방하고 바람직한 복음전도의 협력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넷째, 통일을 위한 기도운동 이전에 통일실현을 위한 재산 내 놓기 운동과 교회의 십일조 운동을 전개할 것을 제안한다. 오늘 사회에서 주도하고 있는 통일 펀드 참여로는 부족하다. 이제 한국교회가 그동안 상실한 신뢰회복과 사회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라도 과감하게 재산 내놓기 운동이나 통일을 위한 십일조 운동을 펼쳐야 한다. 이로써 한국교회가 정부나 사회단체보다 먼저 통일실현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천명하여 솔선수범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국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에 한국교회가 나아갈 밝은 길을 찾게 될 것이다.  

3. 세금납부 문제 – 전향적 대처  
            
한국교회는 사회정의를 실현할 의지가 있는가를 보여주어야 하는 실험무대에 올랐다. 이런 점에서 교회의 세금납부 문제는 하나의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물론,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정의와 사회복지를 위하여 투자로 실현해 왔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부분적으로 한국교회의 이런 노력들에 대해 의혹을 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금납부를 찬성하는 다수의 교인들은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는 성경의 원리를 적용하여 세금납부를 이분법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태도에는 영적 위험성이 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을 신앙과는 무관한 일로 배제하려는 방임적 태도로서 반드시 지양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가 세금납부하는 일은 머지않아 사회의 압력으로 떼밀려 실현되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지금처럼 한국교회가 소극적으로 대처함으로 명분도 잃고 실익도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는 한국교회가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전향적인 자세로 대처하여 사회에 메시지도 주고 교계도 실익을 거두어야 한다. 비록 한국교회가 독일처럼 국가교회는 아니지만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을 위해 한국교회가 잊어서는 안되는 몇 가지 유념할 사항들이 있다.

첫째, 세금납부를 논하기에 앞서 성직자는 단순 근로자가 아니라고 항변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이미 가톨릭교회는 세금납부를 시행하고 있으며, 일부 한국교회들도 세금납부를 자진하여 시행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가톨릭교회의 세금납부 방법을 구체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 서구 유럽의 교회들도 대부분이 목회자들이 세금납부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일이다.

둘째, 지금 당장 한국교회가 세금납부를 실시하면 세금을 납부할 대상자는 전국의 약 15%정도의 교회에만 해당한다고 알려진다. 나머지 80%정도의 교회는 오히려 국가로부터 근로보조금을 받아야 할 정도로 열악한 재정상황이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세금납부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셋째, 따라서 근로소득세를 갑근세율로 납부하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혹자는 축소신고 시 세무조사를 우려하는데 미리 정부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그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가면 될 것이다. 그리고 성직자 세금 문제는 법제화 되면 후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기독교가 먼저 주도적으로 정부와 협의하여 솔선시행하는 것으로 결정하면 될 것이다.    

넷째, 종교인이 과세대상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이제는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논쟁이므로 이제는 더 이상 논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일부에서 과세를 법제화 하면 표로 심판하겠다는 정치적 언사를 하는 인사들이 있는데 이는 성직자들이 할 말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이제는 더 이상 세상으로부터 스스로 탈출구를 막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계속 반대만 하다가 마지막에 사회의 압력에 밀려 강제로 집행하게 되면 명분도 실익도 모두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4. 한국교회의 정비

한국교회가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려면 내부문제들을 스스로 정화하고 21세기 한국교회의 이미지를 새롭게 해야만 한다. 이것은 세상을 통해 들려주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하여 콘트럴 타워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꾸준히 대처하고 구심점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한국교회의 내부문제들을 정화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한국사회에 실망을 안겨주는 원인들이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 거룩해야 할 교단총회에서 발생하는 임원선거에 따른 비리나 총회 운영 전반에서 발생하는 잡음들과 비효율성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책임이 있다. 또한, 교회재정의 투명성을 제고하여 교인들과 세상 사람들에게 물질적인 면에서 신뢰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더 나아가, 약 200만 명에 달하는 이단사이비 단체로 인한 교회이미지 파괴와 사회에 대한 부정적 영향에 대해 공멸의식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적극 대처해야 한다. 특히, 한국교회의 교단 난립(장로교단은 150여 교단)으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도 꼭 정비되어야 할 일이다. 이런 요인들은 교단장 모임 등을 통해서 자체 정화를 촉구하고 변혁적 이미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극복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한국교회의 공격적 선교 혹은 복음전도 방식을 제고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과거의 공격적 선교나 전도방식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무분별한 전도방법이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스도인 자신들로부터도 공감을 얻지 못하는 현재의 전도방법은 한국교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제는 한국교회가 현실에 맞는 맞춤전도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리고 해외선교 단기팀들이 현지에 가서 무분별한 선교행위는 지양해야 한다. 그로 인해 현지인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파송된 선교사들에게도 선교입지를 좁게 만드는 일이기에 이는 중단하거나 수정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따라서 선교단체들의 협의 등을 통해 방법적인 면에서 자제와 정화를 논의하고 새로운 선교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셋째, 한국교회의 신학교 난립과 목회자 양성에 대해서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제고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신학교 설립과 목회자양성에 대한 자기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군소교단으로부터 대형교회에 이르기까지 한국교회는 면밀한 수급대책 없이 각자 신학교를 설립하고 목회자양성을 경쟁하듯 하고 있고 한편에서는 돈벌이로 학교를 운영하기도 한다. 그 결과 오늘의 현실은 신학생 과다배출로 인한 목회자 자질문제, 목회지 부재현상, 그리고 목회자 생활의 빈곤화 등의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신학교 설립과 목회자 양성을 해외선교에 초점을 둠으로 일부는 해소할 수 있으나 이것은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한국교회는 신학교들을 통합하고 목회자 양성을 제도적으로 자제하면서, 유능한 인재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미래지향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넷째, 역사왜곡 문제 등의 대처를 강력하게 제시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당시 역사를 왜곡하려할 때 한국기독교는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였다. 사학문제나 역사왜곡이 이루어질 때 한국교회는 오히려 무감각한 상태에 빠져 있었던 결과 오늘 한국역사에서 한국기독교는 도외시되었거나 평가 절하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이미 결정된 후에 바로잡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 방지하여야 하는데 이를 위하여서는 한국기독교의 개교단주의나 개교회주의를 극복하고 사전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세워 문제들을 사전에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리라고 생각된다.          

5. 결론

지금, 한국교회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그동안 하나님이 주신 번영, 부흥과 성장을 무분별하고 무감각하게 누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한국교회는 우리사회에 기여를 하지 못하고 부정적 이미지만을 남기고 말았다. 이제는 제 2의 도약을 이루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교회는 제 2의 종교개혁을 하는 심정으로 자기혁신을 이루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한국교회의 중심에 뜻을 같이하고 책임 있는 분들이 모여 일대 혁신안을 만들고 각 교단 및 한국교회 전체가 이에 호응하여 종교개혁을 이루는 심정으로 평화통일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