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 일치와 갱신, 그리고 섬김으로 -






                                                                                                      김 경 원 목사
                                                     (한복협 중앙위원, 한목협 대표회장, 서현교회 담임)






2015년은 국가적으로 해방70년과 함께 분단70년을 맞는 뜻 깊은 해다. 한국교회 역사적으로도 1912년 평양에서 제1회 예수교장로회조선총회가 개최된 이후 대한예수교장로회가 100회 총회를 맞는 기념비적인 해다. 통일시대를 앞다투어 예견하고, 또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무성한 이때에 과연 한국교회는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그동안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을 중심으로 한국교회를 위해서 나름의 열정을 가지고 섬겨왔던 입장에서 이 주제에 대해서 짧게 그 방향성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20세기 말이었던 18년 전, 한목협 창립 당시 한국교회는 점점 어두워져 가는 사회적 정황 속에 순결함으로 삶의 표준을 제시해야 할 교회 지도자들이 영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부패해지고 무감각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시기에 교파도 다르고 교단도 달랐지만 마음속에 같은 불안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엎드린 귀한 동역자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주님께서 피흘려 세우신 교회가 날마다 새롭게 되어야 하고, 거룩한 교회가 세상의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공통의 의식을 가지고 자신이 속한 영적 공동체 안에서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는 동역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그래서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힘들지만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자는 이심전심으로 마침내 한목협을 창립하기에 이른 것이다.
창립 당시 한목협은 한국교회의 일치와 갱신, 사회를 향한 온전한 섬김의 과제에 신실하게 응답하기 위해 서로를 돌아보며 같은 걸음으로 달려가자고 약속했다. 그동안 동역의 과정 속에서 함께 논의하고 사역을 해오면서 함께 모인 동역자들에겐 진보와 보수가 없고, 교회와 교단의 벽도 없었으며, 개교회주의를 뛰어넘어 한국교회의 진정한 영적 부흥을 위해 눈물의 기도와 수고를 아끼지 않은 믿음의 동지들만 있었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 현재 한국교회가 직면한 상황은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영역에 잠재해 있었던 치부들이 노출되면서 어디서부터 수습을 해야 할지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교회는 물론이고 연합운동도 전부 무너진 상황이다. 그래서 세상은 한국교회를 형편없이 내려 보고 있고, 우리 스스로도 자신감을 상실하고 성장도 벽에 부딪힌 상태, 아니 오히려 구라파에 나타났던 교회 노쇠 현상이 벌써 한국교회에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그러나 지난 2014년 한목협 전국수련회에서 지적했듯이 한계점에 다다른 한국교회의 상황은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위험사회를 넘어 재앙사회로 향해가는 한국사회에 편승해 브레이크 없이 달려가는 듯이 보이는 한국교회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철저한 회개를 통해 인본주의에서 신본주의로, 물량에서 영생으로, 외형에서 내실로, 정치에서 성령 중심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던 길을 멈추고 현재의 상황을 객관적인 잣대를 가지고 바라보고, 현실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뜻있는 모든 이들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절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그래야만 한국교회가 새로운 소망의 물고를 틀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하여 지금 한국교회에 반드시 필요한 세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연합과 일치(Unity)다.

우리는 지금 통일의 문제를 피할 수 없다. 통일시대를 앞두고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광범위하게 통일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앞날이 매우 불투명하지만 통일문제가 단순히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의 문제로 둔갑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한국교회가 겸손히, 그리고 강력하게 하나 됨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교회의 연합기구는 보수 진영의 한기총과 한교연, 진보 진영의 KNCC로 나뉘어져 있지만 어느 하나 사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상으로부터 그 존재의미와 신뢰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 현재의 한국교회는 좌우나 보수 진보를 가릴 것 없이 함께 공존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극히 위험한 형편에 처해 있다.
한국교회는 속히 하나가 되어야 한다. 느슨하더라도 각 교단이 가지고 있는 신앙의 정체성과 교리를 서로 인정하고 역사를 존중하면서 한 지붕 아래 서로 협력하여 교회갱신과 연합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개교회가 가진 보편성만이 아니라 한국기독교를 명실공히 대표하는 연합체의 권위가 확보되어야 한국교회의 대표성과 위상이 사회 속에 정립될 수 있다. 하나의 연합체에서 변화를 추동할 때 한국교회가 사회의 공신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누가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헌신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한목협이 그동안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를 물밑에서 섬겼지만, 이제 새롭게 시작할 “교단장회의”를 통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지도자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하나님의 교회의 본질에 충실하려 한다면 얼마든지 한국교회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적 사명 앞에 눈을 감지 않는 교회 지도자들을 보고 싶다.

둘째, 갱신(Renewal)이다.
사실 ‘갱신’은 말하기도 어렵고 더구나 실천하여 어떤 가시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힘들다. 갱신의 문제가 바로 목회자 자신의 존재성과 정체성의 문제요, 동시에 목회 자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연한 마음으로 ‘갱신’을 외치면 돌아오는 반응은 대체로 ‘너나 잘 하세요’ 하는 식의 반응이며, 갱신을 외친 사람은 위선자로 전락되기 쉽다. 그래서 ‘갱신’이라는 주제는 말하기도 부담스럽고 실천하기에는 더구나 힘들다.
그러나 오늘 한국교회, 특히 목회자들에게 있어서 오늘 가장 절실한 문제는 ‘갱신’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갱신’을 말할 때에는 언제나 목회자 자신의 정체성 즉, 인격과 도덕에 관한 ‘갱신’이 먼저다. 말하기도 조심스럽고, 나 홀로 앞장서서 희생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오늘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이 이 ‘갱신’을 피해 가려거나, 땜질식 처방, 그리고 일부의 문제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공개적인 회개에 뒤따르는 구체적 갱신의 실천이 없었던 지금까지의 자세를 가지고는 자신의 갱신을 이룰 수 없으며. 더 나아가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사회를 향한 새로운 비전과 책임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첫째, 목회자의 ‘갱신’은 무엇보다도 목회자의 인격과 성품에서 시작하여야 한다. 둘째, 목회자의 ‘갱신’은 도덕적 개인생활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목회자의 ‘갱신’은 교회 재정 운영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와 목회자의 ‘갱신’에는 연합기관의 운영과 자리다툼에서 오는 문제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거창한 담론보다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갱신’이 필요한 때이다. 이렇게 목회자의 ‘갱신’이 이루어지면 필요한 다른 ‘갱신’도 함께 이루어질 것이다. 목회자의 ‘갱신’ 없이 교회의 ‘갱신’이 없고, 교회의 ‘갱신’ 없이 사회 ‘갱신’도 없다. 이렇게 본다면 ‘갱신’이 목회자와 교회의 가장 중심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셋째, 섬김(Diakonia)이다.
1998년 11월 한목협이 창립을 하고 제일 먼저 했던 사역은 그해 12월 섬김 사역을 위해 한목협 소속 교회들의 성탄헌금 중 십일조를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성탄예배’를 드리는 재정으로 확보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성탄예배를 드린 사업이었다. 이 사업 속에서 “봉사와 섬김은 우리를 하나되게 만든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처음 구룡마을 판자촌 주민들을 대상으로 시작된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한목협 성탄예배는 지난해 소망교도소 재소자들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관심과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많은 소외된 이들을 찾아 매년 그들과 함께 성탄의 기쁨과 사랑을 전하며 그들을 향한 교회와 사회,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였다. 이 사역을 통해 하나 되어 봉사하고 봉사하며 더욱 하나 되는 일은 세상을 밝히고 위로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경험했다. 앞으로도 이 사역은 한목협이 꾸준히 해 나가야할 사역으로 보고 힘을 집중하고 있다.
사실 한국교회의 섬김 사역은 한국교회의 역사와 함께 했다. 한국 초기 교회는 우리 사회의 각 영역에서 시대의 영적인 등불로서 국가의 신분철폐와 남녀평등, 그리고 민족계몽에 힘써왔다. 국권찬탈과 가난, 무지 가운데 놓인 어두운 시대 속에 한국교회는 섬김 사역을 통한 민족의 등불이 되어 나라와 민족을 섬겼으며, 이러한 섬김은 평양대부흥운동의 회개와 정직의 영적 대각성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한국교회는 지난 130여 년간 한국사회를 향해 섬김의 사역을 지속해 왔다.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대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사랑과 섬김으로 시대의 희망이 되었다. 시대가 변하고 한국교회의 섬김 사역도 더욱 다양해지고 전문화되어가고 있다. 생계와 장애, 억압을 넘어 내면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섬김이 필요로 하는 곳은 점차 많아지고 있다. 다양화, 전문화 되어가는 섬김의 현장 속에서 한국교회의 섬김 또한 시대의 요청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의 신뢰는 대외적 이미지 개선 차원이 아닌 한국교회 섬김 사역의 순수성과 진정성에 있다. 제도화되어가는 사회복지시설을 넘어 한국교회 모든 구성원이 사회의 각 영역 속에서 섬김의 사역을 감당할 때, 한국교회의 신뢰는 회복될 것이다. 한국교회가 직면한 한국교회의 ‘연합운동’과 ‘신뢰회복’ 등의 문제들이 섬김 사역을 통해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교회는 철저하게 권력으로부터 멀어져야 한다. 그리고 열린 보수와 열린 진보가 지속적으로 만나서 대화하는 만남의 장을 계속 확대해야 할 것이다. 개별적인 교회 구조에서 그리스도의 몸된 구조로 나아가 일치를 이루고 세속주의, 인본주의, 물량주의를 극복하는 것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바라기는 한국교회의 일치와 연합, 갱신, 그리고 사회를 향한 온전한 섬김을 위하여 모든 뜻있는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성도들이 마음을 합하여 새로운 역사를 일구고 소망의 그루터기로 우뚝 서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