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에 대한 신학적 이해

                           김영한(한복협 신학위원장/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초대원장)



머리말

장기 기증은 생명공학의 한 분야로서 창조주께서 정해주신 질서에 따라서 수행되어야 한다. 장기 기증 등 생명공학의 시행은 인간중심적 의료윤리가 아니라 신본적 의료윤리를 따라야 한다. 하나님이 모든 생명의 창조자이신만큼 그분의 뜻에 순응하는 의료기술이 필요하다. 생명공학 기술 및 의료 기술은 그 시행에 있어서 성경적이고 신학적 가이드 라인을 필요로 한다.

I. 장기 기증에 대한 신학적 견해

장기 기증, 생명공학 시술에 관하여 우리는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하나님 중심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하나님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신본주의다. 하나님 중심적 사고는  그가 이 세상의 구세주로 보내신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기독론적 사고는 바로 생명공학, 장기기증에 대한 신학적 근거를 제시해준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대속을 위하여 자신의 몸을 주신 것 같이 우리도 그리스도를 본받아(imitatio Christi),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도록 요청받고 있다. 장기의 일부(각막)가 훼손되어 앞을 보지 못하거나, 장기(신장, 간, 위, 췌장)가 결손되어 그 생명을 잃어가는 우리의 이웃을 위하여 우리 생명의 일부를 기증한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대속을 경험한 자로서 마땅한 신자의 삶의 태도이다.  

1. 최후만찬의 대속론적 의미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에 마가의 다락방에서 최후의 만찬을 제자들과 같이 하시면서 그의 죽으심에 대한 의미를 밝히신 것을 기억한다.
예수께서 “또 떡을 가져 감사 기도 하시고 떼어 그들에게 주시며 이르시되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주는 내 몸이라. 너희가 이를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하시고” (눅 22:19)
“저녁 먹은 후에 잔도 그와 같이 하여 이르시되 이 잔은 내 피로 세우는 새 언약이니 곧 너희를 위하여 붓는 것이라”(눅 22:20).

주님은 죄인인 인류의 속량을 위하여 자신의 몸과 피를 주셨다. 예수님은 자신의 생명을 우리들에게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고 기증하셨다. 주님은 신성한 생명을 죄인들의 대속을 위하여 죄값으로 지불하셨다. 주님은 몸을 주셨고, 피를 흘리셨다. 예수님은 그의 몸, 즉 그의 생명을 속죄의 제물로 바침으로써 우리의 죄에 값을 지불하셨다. 이것은 상업적인 행위가 아니라 대리적인 충족행위이다.

주님이 우리를 구원하기 위하여 그의 살과 피를 주신 것 처럼 장기 때문에 생명을 잃어가는 우리의 이웃을 위하여 우리의 사랑을 주는 것은 기독론적 유비이다.
주님은 제자들에게 새로운 계명을 주셨다: “내 계명은 곧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는 이것이니라”(요 15:12).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 (요 15:13). “너희는 내가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요 15:14 )  

우리 신자들도 형제를 위하여 자기의 몸을 주는 것은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여기서 친구란 보다 우리가 아는 좁은 범위 안에서 친숙한 자나 혈연관계에 있는 자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더 넓게 생각해야 한다. 예수님은 그의 제자들만을 위하여 그의 민족인 이스라엘만을 위하여 그의 생명을 증여하신 것이 아니다. 주님은 택하신 자들만 아니라 그의 선택 밖에 있는 모든 인간을 위하여, 전 인류를 위하여, 십자가를 지셨고 그의 생명을 증여하셨다. 그러므로 우리의 이웃 사랑과 장기 기증은 우리의 가족이나 친척이나 친구만이 아니라 우리의 도움을 기다리는 낯선 이웃에게로 확대해야 한다. 생면부지의 사람들도 우리의 이웃이 될 수 있다. 예수님이 주신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가 그것을 가르치신 것이다. 강도만난 자는 예루살렘에 거하는 유대인으로서 혈통적으로나 신분적으로나 제사장이나 레위인과 교류하는 자였다. 그러나 이들은 강도만난 자를 위경(危徑)에서 구하지 않고 지나쳐 버렸다. 전혀 혈통적으로 신분적으로 낯선 이방인 사마리아인이 강도만난 자를 구하였던 것이다. 예수님은 강도만난 자의 이웃이란 바로 자비를 베푼 자라고 가르치셨다.    

2. 기독론적 유비

첫째, 장기 기증, 즉 신자가 장기를 필요한 자에게 자신의 일부를 기증하는 것은 기독론적 유비를 지닌다. 장기 기증은 기능이 상실된 장기기능 때문에. 생명이 꺼져 가는 동료 인간에 대한 자기 몸의 일부를 주는 이타적 행동이다. 생명의 고유한 권한은 창조자에게 있는데 생명공학의 기술로 꺼져가는 동료인간에게 자기의 장기 하나를 주는 것은 동료애를 실현하는 것이다.

둘째, 장기를 기증하는 것은 생명을 나눈다는 기독론적 유비에서 신자들에게 허용될 수 있다. 이것은 하나님의 주권 안에서 신성한 가족 관계를 수립하는 행위이이다. 우리는 신령한 그리스도의 몸인 것처럼 건강한 지체가 연약한 지체에게 자기의 육체적의 일부를 나눔으로써 그의 생명을 연장하고 활성화 한다면 허용될 수 있다.

세째, 이런 의미에서 헌혈도 기독교적 사랑의 표현이다. 오늘날 혈액이 부족하고 오염된 혈액이 많은 상황 속에서 건강한 혈액을 나눈 것은 그리스도 사랑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혈액을 파는 것은 생명의 상업행위로 창조주께서 주신 신성한 선물을 임의로 다루는 것이다. 혈액도 건강한 자가 연약하고 필요로 하는 자에게 기증하며 나누는 것이지 파는 상업적 물품이 아니다. 여호와의 증인 등 이단 종파들이 심지어는 자기 가족이 피 부족으로 죽어감에도 불구하고 헌혈을 거부하는 것을 결코 용납될 수 없다.  

II. 장기 기증의 윤리적 지침

첫째, 인간 장기 기증은 인간 존엄성의 실현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으며 인간 생명은 천하를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일회적이고 유일한 실존이다. 장기 결손으로 꺼져가는 생명을 건강한 자의 몸의 일부인 장기를 기증함으로써 살리는 것이다. 우리의 영적 생명을 주님이 십자가에 달리시고 대속하셔서 살리신 은혜에 빚진 자로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우리 주위에 장기가 결손되어 생명이 꺼져가는 우리 이웃을 위하여 주님의 사랑을 실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님은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들면서 참 이웃이란 단지 지리적으로 옆에 사는 자가 아니라 사랑을 실천한 자라고 가르치셨다.  

둘째, 인간은 생명과 더불어 죽음도 창조자의 뜻에 따라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 생명의 무한한 연장은 생명을 주신 하나님을 부정하고 생명체를 스스로 조작하고 주관하려는 인간의 끝없는 탐욕의 행위요 육신의 재생만을 영생으로 간주하는 생명파괴 행위이다. 모든 인간과 동식물에게는 생명은 창조주께서 주신 우주만물의 질서이다. 인간에게 생명을 주신 창조주는 인간으로부터 그 생명을 거두어 가신다. 죽음의 재난을 맞이했을 때 욥의 신앙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로 돌아가 올지라.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욥 1:21).
  
죽음이란 기독교적 관점에서 볼 때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질서의 다른 차원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죽음이란 새로운 생명, 영원한 삶의 관문(關門)이다. 죽음은 신앙 안에서는 하나님이 베푸시는 복이요 은혜가 되는 것이다. 생명공학이 시도하는 복제(cloning)를 통한 영생이나 자기개체 보존이 아니라 창조주의 섭리에 따른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 안에서 영생을 바라보는 것이 창조의 진정한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다,  
    
셋째, 장기 기증은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고 생명을 나눈다는 정신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상업주의적으로 수행되어서는 않된다. 나의 장기는 나의 것이 아니라 창조주로부터 위탁받은 것이기 때문에 상업적인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파는 것은 생명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것이다. 장기기증에 상업주의가 들어서는 것은 정부는 막아야 할 것이다. 장기이식 기술이 실용주의에 의하여 지배되고 인간이나 동물들을 장기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여 생명부품공장을 열어가는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넷째, 동물 장기 이식에서도 남용(濫用)과 이종(異種)이식의 부작용을 고려하는 생태학적 존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생명공학은 인간 외적 생명의 개체적 독립성을 옹호하고 파괴해서는 않된다. 동물의 생명이나 장기도 조작되어서는 않된다. 인간만이 복지(福祉)를 누리는 세상이 되는 것은 인본주의적 발상이다. 우리는 인간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돼지 등 인간 친화적인 동물들의 생명권리와 존엄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생태계의 생명은 서로 의존되어 있기 때문에 상생(相生)과 공생(共生)의 생명관을 가져야 한다.



맺음말

바울은 오늘날 생명공학이 지배하는 세속사회 속에서 기독자 의사와 신자들이 행해야할 행위의 지침을 다음같이 제시하고 있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 12:2). 생명공학을 시행하는 인간의 심성이 변화를 받아야한다. 그럴 때 인간의 호기심이나 이기심에 의하여 영향받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을 분별할 수 있게 된다.

오늘날 생명공학 시대에 교회 공동체가 깊이 자각하고 더 넓은 지평에서 실천원리를 찾는 길은 “신본적인 생태학적 생명윤리”(theocentric ecological bioethic)를 수립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