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마 베트콩들이 미군포로들을 상대로 약간은 변형된 러시안 룰렛(Russian roulette) 게임을 하는 살벌한 장면을 더러 보셨을 것입니다. 러시안 룰렛은 원래,탄환이 하나 들어있는 연발권총의 탄창을 임의로 돌린 후 몇 사람이 차례로 자신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생사를 건 무서운 놀이입니다. 베트콩들은 이 게임을 통해 도박을 하되, 총구를,자기들의 머리에 대는 것이 아니라,포로들의 머리에 대고 이 게임을 했던 것입니다.
베트콩들이야 재미 삼아 하는 것이지만, 이 살벌한 게임의 소도구로 전락한 포로들이,이 사람의 손에서 저 사람의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겨누는 권총이 넘겨지는 동안 1초 1초 느끼는 처절한 공포감은 뭐라 형언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극단적인 공포에 시달리다 결국은 허망한 피를 쏟으며 싸늘한 시신으로 변하여 함부로 버려지는 포로들…….
원래 우리가 늘 즐기는 일반적인 게임의 본질은, 복잡하고 답답한 일상의 굴레에서 잠시 벗어나 '일탈(逸脫)의 쾌감' 속에서 사람을 쉬게 하고,그 쉼을 통해서 새로운 활력을 되찾아 삶의 능률과 질을 좀더 높여주는 데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 쉴새없 이 다양한 게임이 개발되고,그게 차차 발전해가면서 쾌감을 고조시키도록 체계적인 규칙도 생겨납니다.
그러나 사람의 감각적 욕구는 그야말로 무저갱(바닥 없는 터널)과 같아서,그것이 자주 반복되는 사이에 이전의 강렬한 쾌감은 아주 쉽게 일상화되고,자꾸만 좀더 강한 자극을 추구하는 것이 죄악된 인간의 본성입니다. 사실, 그 게임에 인간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강한 스릴을 맛볼 수 있습니다. 러시안 룰렛은 이런 경향의 한 극단적인 예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게임의 본질이 원래 사람을 쉬게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볼 때,게임은 어디까지나 우리네 삶의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라 부수적인 수단입니다. 때문에 참된 의미에서 게임의 기본정신은 아마추어리즘에 있습니다. 말하자면 게임자체를 즐길 뿐 그 게임의 결과에는 그리 연연하지 않는 것이 아마추어지요. 냉정한 프로의 세계처럼 잘 정리된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없어도,그 자체로 아기자기하고 때로는 적당히 애교 섞인 실수를 하고,그 어설프고 우스꽝스런 몸짓 때문에 또 한바탕 웃으며 즐기는 게임.
이기면 더 좋지만 져도 즐거운 게임. 이기는 쪽이나 지는 쪽이나 똑같이 그 게임자체를 즐길 수 있는 점이 바로 아마추어리즘의 매력입니다. 바로 이런 매력 때문에 아마추어리즘은 아주 강한 대중성을 쉽게 확보하게 됩니다. 문명의 발달로 과거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생활양식을 보유하게된 현대인들에게는 바로 이런 성향에 힘입고 있는 '대중문화의 폭등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어쨌거나 현대인들의 일반적인 경향은,어떤 한 두 분야에 몰두하여 전문성을 확보하기보다는 좀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세계를 경험해보는 쪽으로 흐르는 듯합니다. 이런 성향은,삶의 폭이 넓어진다는 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너무 지나치게 사회의 모든 흐름이 대중화됨으로써 우리들의 삶의 질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하향평준화하는 두려운 경향을 야기시키는 부정적인 측면도 매우 강합니다. 즉각적이고,회적이고,덜 사색적인 경향의 천박한 문화가 사람들의 사랑을 더 많이 받는 우리네 현실입니다.
나는 왜 사는가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와 네가 모인 '우리'라는 공동체는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에 대한 진지한 고민 자체를 거부한 채,막연히 삶을 대충 즐기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나친 아마추어리즘, 저급한 대중문화의 악영향이 우리들의 사회를, 우리들의 소중한 인격을 갉아먹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인 것 ,어쨌든 그 과정과 결과를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게임에 국한될 뿐이므로, 단 한번뿐인 우리네 삶 자체가 지나치게 느슨하게 흘러가는 것은 정말 곤란합니다. '여유 있는 삶'과 '느슨한 삶'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들(예수)을 믿는 자는 영생이 있고, 아들을 순종치 아니하는 자는,영생을 보지 못하고 도리어 하나님의 진노가 그 위에 머물러 있느니라.
(신약성경 요한복음 3장 36절)
이 엄중한 말씀이 러시안 룰렛의 총구(銃口)만큼도 우리를 긴장시키지 못하는 두렵도록 무심한 시대를 우리가 삽니다. 인생은 게임이 아닙니다. 단 한번뿐인 인생을 걸고 하는 신앙생활, 아마추어 게임은 더더군다나 아닙니다.
인생길, 신앙의 길
러시안 룰렛보다 훨씬더 긴장해야만 하는 길입니다.
'오늘 여기서'
예수 믿는 일이 우리의 영원한 삶과 죽음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이 경고, 함부로 무시하지 마십시오.
이광우목사
전주열린문교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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