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밥수니다. 밥수니의 행복은 첫째. 밥을 하는데 있다.
내가 밥을 짓는 일은 나의 행복의 시작이다. 눈물겹던 보릿고개 아련한 저녁 노을을 기억하는가? 밥 짓는 연기 올라오면 눈물겹던 그림도 좋았다.
나는 배고파 본 사람이다. 그래서 밥 짓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안다고 감히 말하련다. 왜정시대 어머니들이 벼개 속에 감추어 나르던 입쌀을 아는가? 새까만 보리밥 귀통이에 한주먹의 쌀을 얹어 먼저 떠드리던 할아버지 진지그릇이 생각난다.
"오늘 밥은 왜 그리 많이 펐느냐!" 하시며 밥그릇 한귀퉁이에 잡수시던 밥을 남겨 놓으시던 시아버지의 며느리 사랑! 장날 시골서 나온 조카들 밥그릇에 벌컥 물을 부어버리던 할머니의 눈물겨운 사랑의 만행!체면때문에 밥을 남길까봐서...배고픈데 마져 먹으라고! 장터에서 국시 한사발 빨지못한 조카의 허기진 배를 채워줄려고 할머니는 물을 덜컥 부어버리셨다. 내가 밥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나의 행복이다.
밥수니의 둘째 행복은 우리 식구들의 밥이라는 것이다. "엄마 ! 밥 주세요!" "여보! 밥 " 나는 밥이다.
부자전쟁에 새우등 터지는 것도 바로 이 집의 밥인 나다. 남매지간 분쟁에 교육 잘못시킨 것 추궁받는 것도 밥인 나다. 게다가 모든 일들이 잘 못 되어갈 때 최종 원망은 밥인 나다. 식구가 아파도 내가 밥이다. 내가 없다면 우리집 사람들은 어디 가서 고통을 풀어낸담?
두꺼비의 교훈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두꺼비는 새끼를 배면 본능적으로 구렁이를 찾는다고 한다. 그리고 나를 먹어달라고 사정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구렁이는 두꺼비가 신통한 먹이가 아닌지라 좀처럼 먹지를 않는다. 두꺼비는 집요하게 구렁이를 약을 올린다. 화가 난 구렁이가 겁이라도 주기위해 큰 입을 벌리면 바로 그 때 입속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두꺼비는 뱃속에서 죽고, 두꺼비의 독이 구렁이도 죽인다고 한다. 얼마 후 죽은 구렁이의 몸에서 두꺼비 새끼들이 새생명으로 기어 나온다. 어미 두꺼비의 몸은 충분한 고단백이라 새끼들을 위한 밥이 된다. 이 글을 읽고 놀란 적이 있다.
내가 누군가의 밥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실은 내가 오늘까지 존재하는 것은 누군가가 나의 밥이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나도 누군가를 위해 밥이 된다는 일은 진정한 기쁨이요 행복일 수 있다. 나는 이집 식구들 뿐만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나의 삶이 녹아져서 새로운 생명을 살려낼 수만 있다면... 밥수니! 이 얼마나 놀라운 행복인가? 오늘도 밥수니는 밥을하며 행복하고, 이 집 식구들에게 밥이라서 행복하다. 그대! 밥수니의 철학을 아는가?
남상순
인천YWCA 이사
청암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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