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교회 담임목사, 부단히 신앙인으로 살아가려고 애쓰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 나보다는 그분을!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음, 저서: '사랑이란 말 가득 가슴에 남겨 두고', '예배의 부름'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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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들어 부쩍 늙은 느낌이다. 40의 외줄타기를 하다 50이라는 금을 밟는 순간 난 이미 할아버지가 되어 있는 기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눈이란 놈이 문제다. 컴퓨터 화면이나 TV화면을 보다 책을 들여다보면 여지없이 눈은 침침한 음부의 나락으로 떨어져 낯선 거리를 헤맨다. 눈을 비벼보기도 하고, 안경을 닦아 보기도 하지만 영 신통치가 않다.
이쯤 되면 ‘나도 다 망가졌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희망은 더욱 많아진다. 왜냐하면 눈이 잘 안 보이면 같은 집안인데 다른 기관이 화들짝 일어나 분주하게 움직여 줄 게 아닌가? 손가락들이 놀랍게 분주하여 타자도 더 잘 쳐지는 것 같다.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칠 언어들도 너무 생생하게 귀를 타고 들어온다. 피부란 놈이 더 예민해졌는지 예전처럼 추위에 무감각하질 않다. 한 겨울도 아닌데 집안에 앉아서도 외투를 뒤집어 써야 할 판이다.
어느 새벽에 살펴 본 묵상이 가슴에 뜨겁다. 가나안으로 간 정탐꾼들은 똑 같은 곳을 보고 왔다. 가나안 땅은 비옥한 땅이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튼튼하고 강하다고 12명 모두 똑 같은 보고를 했다. 그런데 그들 중 둘은 들어가 치면 이길 수 있고 가나안은 자기들 차지가 될 게 분명하다고 한다. 그러나 10명은 치러 갔다가는 다 몰살당하고 말 것이라고 한다.
이들의 차이는 무엇인가? 바로 믿음의 눈이다. 육신의 눈은 같은 곳을 같은 생각으로 보았다. 그러나 믿음의 눈은 같은 곳을 다른 생각으로 보았다. 믿음의 눈이 차이가 난 것이다. 맥스 루케이도는 「나의 사랑하는 책」에서 이런 일화를 소개한다. 어느 수용소 벽에 믿음의 산 증거가 있는데, 그 것은 한 포로가 벽에 새겨 놓은 글이었다. 글의 내용은 이렇다.
“태양이 빛나지 않아도 나는 태양을 믿는다.
사랑이 보이지 않아도 나는 사랑을 믿는다.
하나님이 아무 말씀 없으셔도 나는 그분을 믿는다.
글자를 새긴 사람을 상상해 본다. 깨진 유리조각이나 돌멩이를 쥐고 벽을 파 들어간 그 앙상한 손을 떠올려 본다. 한 글자 새길 때마다 어둠 속을 흘긋 살피던 그의 눈빛을 그려본다. 이런 확신을 새길 수 있는 손은 어떤 손일까? 그런 어두움 속에서 선을 볼 수 있는 눈은 어떤 눈일까? 답은 하나뿐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로 선택한 눈이다.”
누구나 육신의 눈은 나이를 먹으면 점점 침침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육신의 눈을 탓하여 무엇 하랴? 그러나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는 눈은 육신의 눈이 아니니 얼마나 다행인가. 보이는 것이 전부인양 살아가는 현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어느 포로가 캄캄한 수용소에서 잃지 않고 있던 그 믿음의 눈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인정하고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세속주의 시대에 그리스도인에게 정말 필요한 게 무언인가? 바로 믿음의 눈이다.(yeu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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