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지방에 오면서 본격적으로(?) 볼링을 하기 시작했다. 한 달에 두세 번이 될까 말까 하니 본격적이라고 말하기는 어색하지만, 그래도 특별한 일이 없을 때 지방의 몇몇 목사님들과 함께 볼링장을 찾아 운동을 하는 것에 어느새 재미가 붙어있다. 교회 일로 인하여 못하게 되면 서운할 때도 있을 정도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아주 서서히이지만 연세 드신 어른 목사님들의 점수가 점점 하강하고 있다. 본인들은 절대 인정하려 들지 않지만 말이다. 내가 객관적으로 보는 견지는 분명히 그렇다. 처음에는 내가 서툴러서 점수를 잡아 줘야만 게임이 되었다. 이제는 내가 그들을 잡아 줘야 한다. 그러나 악착같이 잡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그냥 그대로 치고 있다.
그러나 가끔 점수가 안 나올 때, 점수를 잡아주겠다고 하는 내게 어른 목사님은 이런 자조 섞인 농담을 한다. “이 사람아, 지는 해와 뜨는 해가 같을 수 있어! 하지만 아직 아냐!” 어른들은 체력이 약화되어 운동을 못 따라 주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나도 결코 뜨는 해가 아닌 것을. 나의 줄넘기는 아무리 안 넘으려 애를 써도 50이라는 줄을 밟고 서 있다.
윤영준은 「코끼리 남편」에서 이런 일화를 들려준다. 미국 아칸소의 리틀락에서 목회를 하는 쿠루거 목사의 교회에 출석하는 한 농부의 이야기이다. 그가 멕시코 만으로 바다낚시를 갔다. 그 농부는 호수에서는 자주 낚시를 하였지만 바다낚시는 처음 경험이었다. 드디어 멕시코 만에 도착한 농부는 광활한 바다를 보고는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그는 가슴이 탁 틔어 넓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낚시는 영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농부는 지평선만 바라보아도 무척 행복했다. 아침저녁으로 엄청난 바다의 지평선에서 태양이 떠올랐고, 또 찬란한 황금빛 바다 밑으로 내려갔다. 그는 가지고 간 카메라를 꺼내서 아침에는 멋있는 갓밝이 장면을, 저녁에는 장관의 해넘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사진관에 카메라를 맡겼다. 그 황홀한 경험에 빨리 빠져보고 싶은 마음으로 기일이 되어 사진관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사진을 찾아 들고 왔다. 집에 와 사진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어느 것이 해가 떠오르는 아침 장면이고, 어느 것이 해가 지는 저녁장면인지 구별할 수가 없었다. 아침인지 저녁인지 분간할 수 없는 것, 이것이 천국의 모습이다.
그렇다. 우리는 뜨는 해니, 지는 해니 말하지만, 하나님의 시간표에 뜨는 해가 무엇이고, 지는 해가 무엇인가? 늙었으면 얼마나 늙었고, 젊었으면 얼마나 젊었는가? 어른 목사님들이나 나나 그리 큰 차이가 없다. 굳이 해 이야기를 하려면, 모두 진정한 해이신 하나님을 향한 해바라기일 뿐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는 누구나, 언제나, 항상 떠 있는 해를 향하여 가기 위한 출발선에 서 있을 뿐이다.(yeu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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