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가 들으면, 그것도 요즘처럼 사뭇 쏟아지는 날이 계속 되면 창 너른 카페 한 모퉁이에라도 앉아 비가 오는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쓴 커피라도 들이키며 청승을 떨고 싶은 맘도 없지는 않다. 무드 하면 남에게 지기 그리 쉽지 않은 성격인지라 정말 그러고프다.
우리는 이렇게 나름대로의 성향과 성격, 재능을 따라 살아간다. 살아가면서 문화라는 걸 만들어간다. 그러면서 고상한 척하며 문명세계의 일원이 되었음을 만끽하기도 한다. 문화를 만드는 것은 인간만이 지닌 능력이라 했던가. 그런데, 그 문화란 게 그렇게 대단한 게 못된다고 하면 핏대를 세우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것 빼놓으면 솔직히 인간이 주장할 게 그리 없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다가 나탈이란 남부 아프리카 사람들 이야기를 맞닥뜨렸다. 그들은 길을 가다 사람을 만나면 ‘수버 보나’라고 인사한다고 한다. 뜻은 ‘나는 당신을 봅니다.’인데, 그 게 ‘안녕하십니까?’ 하는 인사란다. 저자는 한 사람의 존재가치는 다른 사람이 보아주고 인정해 줄 때 비로소 발생한다고 쓰고 있다.
저자의 친절이 눈물겹다. 그러나 그 지당하고도 황공한 지론에 난 동의하고 싶지 않다. 사람은 꽃이 아니다. 김춘수의 글처럼, 보고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꽃이 되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존재하는 것 자체로 이미 그 가치를 가지고 태어났다.
남이 보아주지 않는 사람은 존재가치가 없다고 한다면, 그런 그의 생각 때문에 그는 존재가치가 없다. 우리의 눈은 그렇게 정확하지 못하다. 눈만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특히 남을 생각하는 그 생각이 얼마나 치명적이며 살인적일 때가 많은지 모른다. 그럼에도 사람은 나름대로 남을 평가한다. 섣부르고도 오만하게도….
가인의 후예는 목축업자(야발), 음악(유발), 기계문명(두발가인)의 창시자들을 낳으며 웅장한 문명을 그려 놓았다. 라멕은 두 명의 아내들에게서 육체적인 쾌락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또한 즐거움이란 이런 것이다 주장하는 듯이 자손들을 펼쳐놓았다. 그들은 만났고, 역사를 일으켰고, 문명을 창조했다.
그들은 ‘나는 당신을 봅니다.’ 외치며 살았다. 그러나 그들이 본 것이 진정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누구나 보는 것을 보고, 보아야만 할 것은 보지 못한 것은 아닐까? 문명은 흐드러진데 아무래도 난 그들에게서 그런 것을 느끼기에 씁쓸하다.
보아야 할 것을 본 이들은 그들의 흐드러진 문화 이야기가 나온 다음에 등장한다. 창세기 4장 24절과 25절이다. 셋의 후손 이야기이다. 가인의 후손들처럼 흐드러진 문명 얘기는 없다. 그들처럼 만나서 내가 당신을 본다고 한 흔적은 없다. 그러나 그들은 ‘비로소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더라.’라는 말로 설명된다.
문화라는 이름 뒤에 숨어 꽃처럼만 살 것인가? 문명이랄 것은 없지만 보아야 할 것을 보고 그분에게 인사할 것인가? 선택은 꽃보다 훨씬 아름다운 그대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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