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죽음에 대하여 말이 많다. 죽음의 이유에 대한 말도 많고, 죽음을 연구하는 학문도 다양하다. 인간이 닿을 수 없는 그 어떤 곳에 있는 것이라고 신비롭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을 표현하는 말부터 다양한 것을 볼 때 그 이유는 분명하다.
‘죽다, 가다, 눈감다, 숨지다. 운명하다. 뒈지다. 떠나다. 돌아가다. 숨넘어가다, 목숨거두다, 세상 뜨다, 사망하다, 주검하다, 절명하다, 영면하다, 귀천하다, 운명하다, 작고하다, 서거하다, 타계하다, 소천하다…….’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만큼 삶과 죽음은 말하는 것 자체가 오묘하기 때문이리라.
항상 성도들의 죽음과 맞닥뜨리는 게 목회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특히 그런 목회를 하러 사랑의마을에 들어온 후 첫 주검을 대하게 되었다. 할머니 한 분이 위태롭다는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임종 전 예배를 드리는 동안 죽 정신이 온전하셨다. 건강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할 정도였다. 물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천국에 소망을 갖도록 설교했다.
불교인으로 지내다 사랑의마을로 온 이래 기독교로 개종한 분이다. 예배를 드리는 동안 내 손을 꼭 붙들고 예배를 드리셨다. 정신도 또렷하여 말하는 대로 대답을 하셨다. 천국을 사모라하고 했을 때는 그러마도 고개까지 조아리셨다. 아직까지의 내 경험으로 볼 때 그리 쉽게 돌아가시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곁을 지키고 있는 딸에게 그리 말했다.
딸은 산소호흡기 수치가 80이하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의사가 돌아가실 수 있으니 준비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역시 나의 말대로가 아니라 전문가인 의사의 말대로 되었다. 한 밤중에 전화벨이 울렸다. 시계를 보니 밤 12시 12분이었다. 이런 때 전화가 오는 이유는 거의 단 한 가지이다. 누가 죽었다는 것. 아니나 다를까 아까 낮에 심방했던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단다.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병원으로 갔다. 자녀들이 슬픔에 잠겨 있었다. 임종예배를 드리며 유가족들이 곁에서 모시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말씀으로 위로했다. 죽음에 순서가 없음을 증거하며 천국을 제시했다. 유가족들은 그리스도인보다 비그리스도인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장례식장에서 시작하여 화장장, 그리고 납골묘원에 이르기까지 유가족들과 함께 하며 죽음이란 무엇이기에 이토록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예식을 행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례를 위한 예배만 해도 임종예배, 입관예배, 장례예배, 화장예배, 납골예배, 그리고 삼일이 지나면 있을 추모예배까지 여섯 번이나 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중간 중간 위로예배를 몇 차례 더 드린다. 그러고 보면 사람의 죽음은 참으로 복잡한 의식들을 남기고 흙으로 돌아간다. 그것은 그만큼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기에 치러지는 의례들이리라.
자신의 몸도 가누기 힘든 어르신들과 함께 가신 분을 보내는 의식을 치르는 것은 참으로 버겁다. 그러나 생전에 정들었던 이들과 그리도 홀가분하게 이별을 할 수 있다는 게 또 신비요, 하나님의 은총이다. 의식만이 아닌 삶의 신비를 남기고 가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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