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교회 담임목사, 부단히 신앙인으로 살아가려고 애쓰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 나보다는 그분을!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음, 저서: '사랑이란 말 가득 가슴에 남겨 두고', '예배의 부름'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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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하면 벌써 크리스마스가 생각난다. 월초부터 거리에는 캐럴송이 울려 퍼지고, 휘황찬란한 트리가 불빛을 산란하게 번쩍거린다. 예수님의 생일이어서 축하하느라 그런 건지 아니면 휘황찬란해서 크리스마스가 임박했다고 느끼는 건지 아무래도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씻어 버릴 수 없다.
올해는 다른 해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적 상황이 그래서인지 다른 해보다 크리스마스, 연말연시에 대한 기대심리가 낫다고들 한다. 그래서 장사도 잘 안되고 트리도 들 장식했다고 한다.
새 대통령을 뽑는다고 온통 대통령 선거전으로 난리법석을 떨다보니 크리스마스도 잊힌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러나 나는 예수님과 크리스마스라는 긴장감 없는 주제를 놓고 씨름하면서 위대하지 않은 진리(?)를 발견하곤 새삼 놀랐다. 예수님과 크리스마스 특수(特需), 예수님과 성탄카드, 예수님과 크리스마스트리 등을 떠올리며 그들의 상관관계를 따져 보기에 이르렀다.
이 얼마나 놀라운 사실인가? 예수님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들이 예수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특히 크리스마스트리는 예수님하고는 손끝만큼도 관계가 없다. 휘황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트리를 보며 예수님을 연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는 그리스도인들조차도 트리와 예수님을 연결시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냥 습관적으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트리를 장식해야 하는 걸로 생각하고 트리 장식을 안 하면 뭐 어딘가 허전한 느낌까지 든다. 예수님께서 트리가 호화스럽게 장식된 교회에 오시면 트리를 가리키며 “이게 뭐지요?”라며 물으실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더럭 겁부터 난다.
애기봉에 해마다 떠들썩하게 트리를 세우고 점등식을 하곤 한다. 많은 돈을 들여 장식한 트리이지만 예수님이나 성탄절과는 전혀 무관한 트리임에 틀림없다. 이런 예수님과 무관한 일은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교회마다 어느 교회 종탑이 더 높고, 더 번쩍이는가를 서로 뽐내기라도 하듯 돈을 많이 들인 트리 불빛이 선명하기까지 하다. 나는 벌써 오래 전부터 크리스마스트리에 공을 들이지 않는다. 우리 교회에는 조그만 트리가 하나 강단에 장식되었는데, 그것은 예전에 갖추어 놓은 재료들을 직원들이 짜맞춰 놓은 것뿐이다. 전기가 아까워 별로 점등도 하지 한은 채 그리 거기에 놓여있다.
크리스마스에 예수님과는 상관없는 장식과 들뜸에 편승하여 그리스도인조차 예수님을 외면한다면 정말 예수님을 슬프게 하는 짓이다. 대통령을 뽑는다는 술렁거림에 묻혀 성탄절이 또 가려진다면 그것도 주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일 게다.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우리가 돌봐야 할 소외된 이들이 더욱 차갑고 힘든 겨울을 보낸다면 “그리스도인이여, 네가 어디 있느냐?”고 예수님은 찾으실 것이다.
올 성탄절은 참으로 예수님과 관계있는 일에만 열심을 기울이자. 예수님께서 좋아하실 일만 하자. 예수님 떳떳이 맞이하는 사람으로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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