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하도 단련이 돼 익숙하지만, 처음에 우리교회에 부임했을 땐 예배시간 전에 큰소리치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다.
“여긴 내 자린데 왜 여기 앉아있고 그래? 미친년 같으니.”
“내 자리, 니 자리가 어디 있어? 앉으면 되지, 염병헐….”
그러다 잘 안되는가 싶으면 육두문자와 심지어는 잡았던 지팡이나 주먹이 날아가기도 한다. 그러면, ‘어이쿠!’, ‘꽈당!’ 등 별별 소리가 다 나고 난리 브루스 판이 된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예배는 고사하고 뜯어말리느라 한참 애먹어야 했다.
우리교회의 예배 풍경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예배풍경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자리싸움은 안 한다. 왜냐하면 자리에 이름표를 붙여놓았기 때문이다. 자기 자리 찾아가 앉으면 그만이다. 계절에 한 번씩 바꿔주기로 했다.
자리싸움은 늙은이나 젊은이나, 배운 이나 못 배운 이나, 교회 밖이나 교회 안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요새 감리교회의 각 연회별로 감독을 뽑고, 감독회장을 뽑는 선거가 다가오자 자리싸움이 볼만하다.
‘자격이 있느니 없느니’에서부터 시작하여 금권선거라느니, 탈·불법선거라느니,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느니, 자신을 찍어달라느니, 누구를 찍으라느니, 이루 말할 수 없는 언어와 언어들이 오고가고, 부딪히고 있다.
감독이 되고자하는 본인들이나 어떤 후보를 돕는 분들이야 아니라고 하겠지만 이런 게 다 자리싸움이 아니고 무엇이랴. 말로는 섬기는 자리라고 한다. 그러나 섬기는 자리를 놓고 이리 싸운다면 정말 기독교는, 아니 감리교만이라도 그 안에 몸담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난 그 안에 몸담고 있는 게 그리 달갑지도 뿌듯하지도 않으니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섬기겠다는 종들이 이리도 많이 나서서 서로 섬기게 해달라고 하는데도 말이다.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리교회 어르신들이 다시는 자리싸움 안 하듯, 우리 기독교 안에서, 작게는 감리교회 안에서 이런 자리싸움 안 하게 하는 무슨 장치는 없을까. 아무리 둔한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 봐도 묘안이 없다. 섬기려는 사람들이 넘쳐나면 날수록 더 자리싸움이 치열할 테니 이를 어찌하리.
오늘도 지정된 자신의 자리에 앉아 열심히 예배를 드리는 욕쟁이 할머니, 고집쟁이 어르신, 졸음쟁이 할아버지, 그들의 모습이 이리 고울 수가 없다.
잠을 자다가도 설교 중에 내가 던지는 질문에 의외의 바른 대답을 하시는 은퇴하신 치매 장로님, 말씀의 끝마다 외쳐대는 ‘할렐루야, 아멘’ 때문에 오해도 받으시는 은퇴하신 권사님, 좀 더 일찍 예수 믿었으면 이리 답답하진 않을 거라는 할머니….
다 열거할 수 없는 이들이 오늘도 성도란 이름으로 우리교회를 빛내고 있다. 더 이상 자리싸움은 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고, 하면 안 되는 여건 속에서. 이런 모습이 우리교회가 속한 감리교단에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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