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교회 담임목사, 부단히 신앙인으로 살아가려고 애쓰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 나보다는 그분을!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음, 저서: '사랑이란 말 가득 가슴에 남겨 두고', '예배의 부름'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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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으려고 아내와 나란히 식탁에 앉았다. 아이들이 다 밖에 있는 지금은 우리 집 밥상엔 단 둘뿐이다. 아이들이 하나는 직장생활로 하나는 군대로 부름 받아 갔으니 우리도 늙었구나 생각할 때가 많다.
식사 기도를 하고 잠시 딴 일을 해야 했다. 돌아왔을 때 다시 한 번 기도를 했다. 그리고 또 무슨 이유에서인지 금방 식사를 하지 못할 일이 벌어졌던 모양이다. 천연덕스럽게 식사기도를 연거푸 세 번을 하는 나를 본 아내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기도 또 해요?!” 나 또한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기도야 자꾸 하면 할수록 좋은 거지.”
나의 그 특유한 순발력의 도움으로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몹시 쑥스러워 마음을 둘 자리가 없었다. 그런데 그 일이 있은 지 이틀이나 지났을까? 이번엔 아내가 두 번이나 식사기도를 한 것이 아닌가? 아쉬운 것은 그 사실을 눈치 챈 게 내가 아니란 것이다.
아내 스스로 자신이 식사기도를 두 번 한 것을 알고 “아, 기도 또 했네….”라고 말해서 알았다.
둘은 통한다는 듯 눈빛을 상대를 향하여 튀기며 씩 웃었다. 우리들의 비밀스런 착오와 실패는 아주 묘한 웃음을 서로 머금으며 끝났지만, 난 우리의 신앙생활이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맞다. 우리의 신앙생활이 이렇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는 습관과 같은 것이다.
사실 신앙이 습관이라는 말에는 두 가지 뉘앙스가 다 들어 있다.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이 그것이다. 먼저 부정적으로 접근해 보자. 습관에는 꼭 정신이 들어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정신이 들어 있지 않은 신앙생활, 이것보다 더 인간을 독에 취하게 하는 일은 없다. 마치 경전 없는 무당종교와 다르지 않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반대로 긍정적인 면에서 보면, 신앙은 꼭 습관화 되어야만 한다. 가치관과 문화를 바꾸는 게 신앙이다. 성경적으로 말하면 육신의 행복을 위하여 살던 죄인일 때의 모든 생활을 청산하고 영혼에 관심을 갖고 영혼이 좋아하는 것을 습관화하여 살아야 한다.
신앙의식은 있는데 행동은 안 따르면, 우리는 그들을 원리주의자라고 한다. 신앙의식은 없는데 신앙적 언행을 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형식주의자라고 부른다. 둘 다 큰 문제를 가진 신앙인의 모습니다. 신앙의 원리와 신앙의 양태가 어울릴 때 비로소 참 신앙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아내와 내가 웃은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다.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 식사기도를 반복한 것은 아닌가 하는 자기반성 때문이다. 감사를 이야기하지 못하는 식사기도라면 아무리 반복해도 의미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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