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저며 온다. 마음이 아리다. 그들의 삶이 아까워서도 아니고, 그들의 모습이 처량해서도 아니다. 그들이 사랑이 고파, 고파, 그 보릿고개를 잘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너무 배가 고프면 배를 움켜쥘 수도 없는 것처럼, 너무 사랑이 고파 그 고갤 잘 넘지 못한다.
내가 사는 집, 내가 목회하는 교회, 여기엔 그런 이들이 많다. 아니 다 그런 이들이다. 자식도 버거워 너무 버거워, 도리가 아닌 줄 알면서도 이리로 밀어 넣었다(?). 물론 자식이나 일가붙이조차 없는 이들도 많다.
하여튼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곳에 부지하여 정을 붙이고 싶은 것, 이곳에서 천국을 살고 싶은 것, 이곳에서 사랑받고 위로받고 싶은 것, 누구 하나 이런 그들의 마음자리를 모를 리 없다. 본인들도 다 안다. 그런데, 그런데.
그들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 그 반대로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울고 말았다. 슬프게도 눈물짓고 말았다. 설교하며, 마이크를 잡고, 그렇게 울고 말았다. 그리고 입으로 독설을 퍼부었다.
“우리 사랑하며 살자고요. 사랑하며 살기도 짧은데 이리 싸우며, 미워하며 살지 말자고요. 우리들 끼리조차도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끌어안지 못하면 어떡하냐고요.” 라며
눈물이 독물이 되어 내 폐부에 꽂힌다. 오늘 아침엔.
교회 너른 뒤창문 밖으로 즐비한 개망초꽃잎이 이리 크게 보이는 것은, 이리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이리 흐드러지게 보이는 것은, 내 마음이 너무 좁아서다.
때론 정신이 혼미하여 허튼소리를 지껄이는 이, 때론 성질이 급하여 소리부터 지르고 보는 이, 귀가 통 들리지 않아 큰소리로 말하는 게 공해가 되어 다른 이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 정신이 왔다 갔다 해 오줌 지리는 것은 보통이고 아무데나 볼일을 보는 이, 들은 게 있다고 생각하여 다른 이의 훈장이 되는 이, …….
그들이 산 세월만큼이나 다양하고 징글맞은 사건과 이야기들이 질펀하다. 내 사는 집에는.
저리 아픈 무거리들을 어찌할까? 저리 보듬지 못하는 응어리들을 어이 풀까? 분명 선각자 한두 명으로는, 개척자 한두 명으로는 아니 될 성싶다. 그가 대통령이라도. 그가 하나님의 천사라도.
그저 나는, 우리는, 보듬을 뿐이다. 작은 자를 보듬을 뿐이다. 그 다음 차례는 하나님이다. 그렇게 나의 멍에를 홀가분하게 다루는 수밖엔 다른 도리가 없다. 그것이 나의, 그리고 우리의, 한계다.
한계를 알기에 오늘 흘린 눈물조차 허영이다 싶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그런 허영은 맘껏 부려보고 싶기도 하다. 이런 경우에 눈물이 없어 문제지 눈물을 흘려 문제일 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고인 눈물을 이젠 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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