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 손 안에 있어!’ 그랬다. 빗방울 듣는, 고개 떨어드리며 가고 있는 시원한 봄 오후에 본 영화 한 편, 그는 자신의 손 안에 모든 악한(惡漢)들이 다 들었다고 말하는 듯했다. ‘부처님 손바닥’이라는 말이 정말로 실감나는 영화다.
가정과 가족, 아들과 딸, 폭력과 추격전, 뻔한 승리와 당연한 결과, 숨고는 장면과 장면, 그리고 권선징악의 자비심까지, 영화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테이큰>은.
전직 특수요원인 아버지 브라이언(리암 니슨)이 딸(매기 그레이스)과의 좋은 관계를 위하여 자신의 직업을 이해하지 못하고 헤어진 아내와 딸이 의붓아버지와 함께 사는 동네로 이사를 온다. 의붓아버지의 풍요로운 유세에 기가 질리긴 하지만 부정만큼은 못지않다.
미성년자인 딸이 친구와 파리로 여행을 간다고 아버지의 허락을 받고자 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허락을 하지 않다가 결국 사랑하는 딸의 청을 들어준다. 하지만 이게 화근이 될 줄이야.
친구와 파리로 간 딸은 결국 아버지가 예감했던 것처럼 인신매매 폭도들에게 납치를 당하고 만다. 딸과 통화를 하다 납치를 당하는 딸의 처참한 모습을 들은 아버지는 곧장 파리로 달려가 폭도들과의 싸움에 돌입한다.
딸의 납치를 도운 피터를 찾지만 교통사고로 죽고 만다. 특수요원이었던 브라이언은 옛날 사용했던 모든 기술들을 동원하여 납치범들을 찾아내고 결국 딸을 구출한다는 내용이다.
한 순간도 느슨한 마음으로 앉아 있을 수가 없는 영화다. 장면과 장면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알싸한 아버지의 부정에 목매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나로선 마냥 편한 마음만은 아니었다.
내 딸이, 내 아들이 이런 위험에 처하게 될 때 나는 어떤 아버지일까. 전직 특수요원이 아니니 브라이언이 동원한 기술과 폭력은 사용할 수 없을 터다. 그럼 무엇으로 납치범들과 싸우고 그 손아귀에서 내 딸을, 내 아들을 자유롭게 한단 말인가.
영화적 마력 때문에 느끼는 무능력만은 아니다. 난 정말 내 아들딸을 위해 어떤 것을 던질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떤 놈들을 내 손아귀에서 주무를 수 있을까. 아무래도 난 ‘넌 내 손아귀에 있어!’라고 하기엔 너무 능력이 없다.
그렇다면 의지할 수밖에 없다. 내 손으로 어찌할 수 없으니, 내 능력으로 다다를 수 없으니, 그저 의지할 뿐이다. 그리고 간구할 뿐이다. 지켜 달라고. 보호해 달라고. 이 악한이 득실대는 세상에서 내 아들을, 내 딸을.
벌어지고 나서는 손쓸 수 없는 무능력한 아버지이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두 손 모으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그게 더 강한 무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그래서 ‘네 아들딸이 내 손 안에 있다. 안심하라.’는 소릴 들을 수밖에 없다.
“주께서 집을 짓지 아니하시면 집을 짓는 자들의 수고가 헛되며, 주께서 성읍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허사로다.” 솔로몬이 노래했듯 그분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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