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내 한 교회가 교회를 건축하고 봉헌식을 하는 날이었다. 예배 후 식사를 마치고 순서를 맡았던 감독님을 환송하는데, 글쎄 마티즈를 손수 운전하고 가시는 게 아닌가. 그 장면이 얼마나 아름다워 보이는지.
“감독님 차가 마티즈네요?”
“기름 값도 비싼데….”
여러 사람의 차에 대한 시비(?)에 감독님은 웃으며 그저 기름 값이 비싸서 기름 값이 얼마 안 드는 마티즈를 탄다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셨다. 그러나 그런 그의 모습이 대수롭지 않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감리교회의 감독이란 자리는 그리 낮은 자리가 아니다. 물론 감독 되고자 하는 이들이나, 감독의 직무에 대하여 말할 때 늘 ‘섬기는 자’라는 말을 하기는 한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감리교회의 지도자나 성도들 중에 몇 명이나 될까.
그런 높으신 어르신(?)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저렴한 차를 타고 다니신다는 거다. 찻값만 저렴한 게 아니라 유지비도 저렴하고, 그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저렴하게 보이는, 그런 차 말이다. 감독님께는 마티즈가 여분의 차다. 개인적으로 마티즈에 대한 악감정은 없다. 다만 저렴한 소형차라는 이유로 언급하는 것뿐이다.
차에 의해 사람이 대접 받는 시대에 사는 우리는 이런 돌발 상황에 대하여 그리 익숙하지 않다. 나라고 예외겠는가. 그러나 왠지 그 감독님만큼은 달랐다. 붕- 하고 달려가는 작은 차에 드러난 그의 뒷모습이 그리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만약 마티즈를 타고 다니면 어떨까?’ 여기에 미치자 아주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말달리기를 했다. 마티즈를 몰고 가는 내 뒷모습을 감독님의 뒷모습처럼 존경스런 눈으로 봐주는 이가 있을까? 있으면 몇이나 될까?
위에 있는 이가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하고 내려앉는 모습은 아름답다. 하지만 아래 있는 사람이 아랫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그리 멋지게 보이지 않는다. ‘오죽 목회를 지지리 못했으면 아직 저렇게 추레하데?’ 내가 들을 소리는 분명히 이런 소리일 게 뻔하다.
얼마나 인간의 판단이란 게 웃기는지 모른다. 사람이라고 같은 사람이 아니다. 동종의 차도 같은 차가 아니다. 사람에 의해 달리 평가되는 차, 자리에 의해 달리 평가되는 사람, 그러면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게 옳다고 어깃장을 놓고 핏대를 세운다.
누구는 회전의자에 앉고 싶으면 출세를 하라고 노래했다. 이제는 마티즈를 타도 당당하려면 감독이 되라고 노래해야 하나? 감독 때문에 난리가 난, 감리교도로서, 그럴 듯한 아무 자리도 하나 없는 감리교도로서, 그때 마티즈와 감독님 모습이 자꾸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제발 이제는 이런 남의 판단이나 수군거림, 칭찬에는 초연해야 하는데. 아직 덜 되어 그런데 신경 쓰이는 내가 미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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