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교회 담임목사, 부단히 신앙인으로 살아가려고 애쓰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 나보다는 그분을!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음, 저서: '사랑이란 말 가득 가슴에 남겨 두고', '예배의 부름'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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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가 소속되어 있는 남부연회(감리교회의 1년에 한 번 모이는 대전권역 회의)가 22-23일 양일간 있었다. 감독회장 문제로 다른 연회처럼 시끄럽지는 않을까 내심 우려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연회든, 지방회든, 교회의 각종 회의를 하다 보면 논의의 끝이 안 보일 때가 종종 있다.
그러면 으레 ‘000 조사 위원회’라든가, ‘000 연구 위원회’ 등의 이름으로 나중에 충분히 연구하고 조사하여 실행하도록 하고 안건을 소위 위원회에 넘기는 경우가 있다. 근데 문제는 그 위원회라는 데 들어간 안건이 결국은 몇 해 동안 연구만 하다 끝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실은 그 안건은 연구만 하자는 게 아니다. 성안을 해 실천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실천은 고사하고 연구만 한다거나, 연구조차도 안 되는 경우를 허다하게 본다. 그 당시만 피하고 보자는 인간 심리가 반영된 예이다.
자신과 맞닥뜨리는 문제가 아니면 회의만 길어지니까 위원회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게 되고, 다른 이들도 이심전심이 되어 동의하다 보니 그런 위원회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근데 문제는 신앙생활을 그런 식으로 한다는 데 있다.
키에르케고르는 ‘왕의 칙령’이란 비유를 들어 성경읽기에 대한 교훈을 주고 있다. 하루는 왕이 신하들에게 칙령을 내렸다. 그런데 신하들은 왕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보다 왕이 내린 칙령을 분석하는데 골몰했다. 그리고 그 칙령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이 쏟아져 나왔다.
왕의 조서는 해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순종을 요구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성경은 해석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순종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성도들이 성경을 해석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순종을 하려고는 않은 채. 아니 성경을 읽고 연구하는 성도는 그래도 낫다. 아예 하나님의 칙령인 성경을 읽으려고도 안 한다.
성경말씀은 분석하기 위해 읽는 게 아니고 순종하기 위해 읽는 것이다. 설교는 잘했는지 못했는지 판단하기 위해 듣는 게 아니라 실천하기 위해 듣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이 기본적인 원리에 얼마나 충실한가?
제자훈련은 성경을 실생활에 적용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제자훈련을 열심히 하다보면 성경지식이 좋아진다. 그러면서도 실생활에는 연결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것은 연구만 하는 좋은 예이다.
또 어떤 성도는 제자훈련을 받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는 성경에 대하여 모른다. 그러니 당연히 성경말씀대로 산다는 게 불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이 신앙생활을 잘못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른다는 데 있다.
연구만 해도 안 된다. 연구를 안 해도 안 된다. 어느 쪽이든 성경을 실천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성경은 실천하라고 준 하나님의 칙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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