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녀석이 첫 휴가를 나와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였다. 어리게만 보이던 녀석이 벌써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라니? 믿겨지진 않지만 어엿이 늠름한 모습으로 돌아온 아들, 그를 보겠다고 바쁜 일손을 놓고 달려온 그 아이의 누나, 그리고 항상 내 시린 가슴 곁, 그 자리에 여전히 있는 내 아내, 이렇게 모두 모였다.
행복이라고 했다. 정말, ‘행복’이 그 영화의 제목이란다. 이렇게 모인 우리 가족이 함께 본 영화가 바로 ‘행복’이란 영화다. 그러나 난 왜 이 영화제목이 행복인지 도무지 간추릴 수가 없다. 이렇게 모인 우리 가족이 행복이지, 그 영화는 아니다 생각하며 영화관을 나왔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그 영화를 만든 허준호 감독은 한 매스컴과 인터뷰하면서 행복을 이렇게 말했다. “저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하는데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 행복한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이야기는 대강 이렇다. 중증 폐질환자인 은희(임수정)는 방탕한 생활로 간경변증에 걸려 ‘희망의 집’이란 요양시설을 찾은 영수(황정민)를 만나게 되고, 이내 둘은 사랑하게 된다. 둘의 동거는 아주 짧게, 그러나 사랑으로 얼룩지며 이뤄진다. 은희의 헌신적인 사랑에 건강을 회복하게 된 영수는 그들을 찾아온 옛 애인의 꼬드김에 빠져 방탕한 옛 생활로 다시 돌아간다.
사랑을 잃은 은희는 외롬에 떨다 죽게 되고 영수는 돌아간 방탕으로 건강을 또 잃는다. 그때서야 후회하고 또 요양원을 찾는다. 다한 생을 접고 요양원 마당에 구르는 낙엽, 눈으로 덮인 은희와 약초를 캐던 동산이, 짧았던 은희와의 동거와 스크랩되며 영화는 그게 바로 행복이라고 외친다.
그러나 난 영화를 본 지 며칠이 지난 지금도 무엇이 행복이란 말인지, 그 영화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짧았던 사랑이 행복인지, 다시 돌아옴이 행복인지, 감독의 말처럼, 건강을 해치지 않을 좋은 습관을 갖는 게 행복인지….
그렇다. 행복이란 명쾌하게 결론 나면 이미 행복이 아니다. 그것은 철학이나 논리학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행복이란 무어라 말하기 힘든, 잡힐 듯하지만 잡히지 않는, 바로 그런 것이다. 그래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있지만,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없는 것이다.
난 가진 것이 그리 많지 않지만, 내세울 것이 그리 변변한 게 없지만, 예수님 때문에 행복하다. 살아 있음에 행복하다. 무엇인가 하고 있음에 행복하다. 누가 ‘당신의 행복을 증명해보라.’고 한다면, 전혀 증명해 보일 자신이 없다.
그러나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행복하다고 말하고프다.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음에 행복하다. 살아있음에 증거가 호흡이라면, 내 행복의 증거도 예수 안에 살아있음이라고 말하고프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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