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민망하다. 꽃 앞에서. 오도카니 서서 한참을 그렇게 움직이지 못했다. 빠알간 미소를 머금은 꽃들이 아우성을 쳤다. 그네들이 향기로운 냄새들로, 온 예배당 안을 꼼짝 못하게 하려고 맘 단단히 먹은 모양이다. 멋대가리 없는 검정 스피커 위에서 반란을 꾀하는 그들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예배당과 곧장 맞닿은 주택 문을 열자마자 온몸에 나리꽃이며 장미꽃 등의 향이 스며들었다. 그들의 스멀거림으로 인하여 내 몸이 바닥에 붙어버려 옴짝달싹 못하고 서있었다. 순간에 그렇게 멍하니 압도당하기는 처음이다.
내가 말씀을 들고 서는 강단에는 식물 화분이 두 개 덩그러니 놓여있다. 퍼런 잎으로 인하여 그들이 식물이란 걸 알 정도로 그리 매력을 주지 못하는 것들이다. 지난 번 무슨 행사가 있었을 때, 사랑의마을 건물 입주 때 여기저기서 들어온 것들 중 일부를 직원들이 옮겨다 놓은 것이다. 다른 교회에서 정성스럽게 봉헌되는 그런 것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전혀 다른 식물들의 반란이 일었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직원 한 사람이 상을 받고 축하 꽃다발을 받았는데, 집으로 가져가기는 그래 교회에 갖다 놓은 것이다. 가만히 보니 그 꽃을 안고 있는 물건은 쓰레기통이다.
쓰레기통을 화병으로 하여 시커먼 스피커 위에 놓여있는 한 다발의 꽃. 그들의 외침이라곤 믿겨지지 않는 고혹한 향기, 단아하고 미려한 색깔들, 그네들 앞에 서서 한참을 옴짝달싹 못하는 한 목사, 아,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그네들은 며칠 못 가 시들고 말 것이다. 어차피 누구나 생을 다하면 가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지금의 그들은 최고의 향기를 품고 있다. 허리가 잘려 더 이상 식물로서의 수명도 다할 수 없는 꽃들이다. 그러나 지금만큼은 그보다 더 진한 향기가 없다고 이야기하며 놓여있다.
왜 그네들 앞에선 내가 이리도 초라할까. 허리가 잘렸는데도 향기가 이렇게 진한데, 두 손 두 발, 아니 모든 지체들이 거의 온전히 제자리에 있는 나는 어떤 향기를 발하고 있는가. 성도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 했던가, 그리스도의 향기라 했던가. 그런데 나는?
그네들 앞에 멀거니 서있기도 부쳤다. 환한 미소를 가득 담고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꽃들과 마주친 눈이 부셨다. 하염없는 향기가 날 머쓱하게 만든 공간에서 뛰쳐나오는 것만이 나를 구원하는 지름길이란 생각이 들었다. 얼른 다시 문을 밀치고 들어왔다.
“다른 사람들에게 아주 평범한 것이 왜 이렇게도 나에게는 특별한 것인지 모르겠어요.” 너무 큰 혹을 달고 40년을 산 한 여인이 방송에서 한 그 말이 자꾸 내 속을 후빈다. 허리 잘린 꽃도 쉽게 하는 것을 난 왜 그리도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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