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교회 담임목사, 부단히 신앙인으로 살아가려고 애쓰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 나보다는 그분을!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음, 저서: '사랑이란 말 가득 가슴에 남겨 두고', '예배의 부름'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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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비극이 어쨌든 한 편에 속해야 하는 것인가? 이런 딜레마가 우리를 괴롭혀 온 것은 이미 아담 이래 연속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한 편을 택해야 하는 기로에서 현명한 선택으로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인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선택으로 생을 망조로 이끈 이들도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어느 한 편을 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둘 다 택하거나 버림으로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평가받을 수도 있다. 내가 작금의 교회들의 행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하여 새삼스럽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한 마디 해야 할 상황임에도 그 누구도 그러는 것 같지 않아 옹졸한 사명감(?)으로 이리 글을 쓴다.
‘카트리나’라고 하는 허리케인이 미국의 뉴올리온즈라는 도시를 뒤덮었다. 이재민이 속출하고 죽은 사람도 많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기독교계 어느 일간지에서는 이제 우리가 그들을 도울 때라면서 대대적인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벌써 달을 넘겨가면서 이름이 걸출한 목사님들의 이름을 비롯하여 유명한 분들의 이름과 그들이 낸 성금의 금액이 활자를 타고 꿈틀거리며 연속적으로 신문지면에서 살아나고 있다.
그것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잠시 후에 ‘나비’라는 태풍이 우리나라를 휘잡고 지나갔다. 울릉도는 한 쪽이 몹쓸 지경으로 파괴되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하는 추석에도 남의 집에서 명절을 쇠야 하는 이재민이 많이 발생했다. 그러나 같은 신문에서 그들에 대한 구호품이나 성금을 모은다는 기사를 한 줄도 읽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한 신문사의 이야기라면 난 이런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대부분의 성도들의 생각의 투영이라면 어떨까? 문제는 심각해진다. 지금 이게 우리 교회의 현실이다.
성금도 못 내는 주제가 뭐 그리 할 말이 많으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분명히 이것은 아니다. 물론 여러 상황이 울릉도보다는 뉴올리온즈일 수 있다. 피해규모가 뉴올리온즈가 더 크다. 우리는 미국이란 나라를 통하여 고맙게도 복음을 전해 받았다. 아무리 여러 가지 정황을 이야기하며 뉴올리온즈여야만 한다는 논리를 펴도 그리 설득력이 서지 않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우리는 카트리나와 나비를 동시에 선택하여야 한다. 뉴올리온즈와 울릉도를 같이 도와야 한다. 우는 자와 함께 울며, 기뻐하는 자와 함께 기뻐하는 것이 성도의 바른 삶이다. 그 중 한 편만 택하여 내가 그의 편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은 올바른 신앙의 정신이 아니다. 하나님은 유대인의 하나님이기도 하지만 헬라인의 하나님이기도 하다. 하나님은 미국의 하나님이기도 하지만 우리 민족의 하나님이기도 하다.
난 여기서 한 가지 이야기만 했지만 실은 우리는 매사 이런 식으로 편을 가르기 일쑤다. 나라 전체가 그렇듯 우리는 지금 보수와 진보라는 울타리에 갇혀 전체를 보지 못하지는 않는지 생각해야 한다. 눌린 자와 아픈 자는 진보도 보수도 아닌, 우리의 진정한 이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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