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교회 담임목사, 부단히 신앙인으로 살아가려고 애쓰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 나보다는 그분을!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음, 저서: '사랑이란 말 가득 가슴에 남겨 두고', '예배의 부름'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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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깔린 어둔 길에서의 경험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엊그제 시내에 갔다 돌아오는 길은 난감했다. 10M 앞이 안 보였다. 다행히도 앞의 차를 바짝 따르는 것으로 위기를 피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적 드문 우리 집께 왔을 때는 앞에 차도 없고 한 치 앞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비상등을 켠 채 길 한 가운데 세우고 다른 차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다른 차들은 느리긴 하지만 잘도 가는데 내 차는 한 발짝을 못 갔다.
천신만고 끝에 집에 도착하여서야 안 일지만, 헤드라이트는 끄고 안개등만 켜는 게 더 잘 보였다. 그리만 했어도 그렇게 난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불을 밝게 켠다고 항상 더 잘 보이는 게 아니란 걸 알았다. 밝은 불빛이 안개 입자들과 난반사하여 앞을 더욱 자욱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어느 책에서 읽은 듯도 하다. ‘좋은 게 다 좋은 게 아니고, 나쁜 게 다 나쁜 게 아니다.’라는 말을. 보통은 밝은 헤드라이트가 더 먼 곳까지 비춰준다. 그러나 안개 낀 밤거리에서는 달랐다. 보통은 신나는 곡조의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더 쾌활하게 만든다. 그러나 극도로 슬플 때는 더 짜증나고 심란하게 한다. 보통은 밤하늘의 촘촘한 별들이 낭만적인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바람맞은 영혼에게는 그저 적막과 고통일 뿐이다.
그러니까 똑 같은 일도 다른 상황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생각의 힘, 마음의 수련 등도 이런 범주와 통한다고 할 수 있다. 눈 뜬 소경도 있고 눈 먼 눈 밝은 이도 있다. 흔히 ‘난 보이는 것만 믿어.’라는 말이 얼마나 모순투성이인지 사람들은 모르고 그렇게들 말한다. 보이지 않는 산소를 호흡하면서 계속 그렇게 지껄여댄다.
보통 사람들이 성공이라고 말할 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했을 때라고 한다면 얼마나 인간이 치졸한가. 그러나 자신의 치졸함에 의지한 것도 모르고 그렇게 성공을 단정한다. 사람들은. 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기에 단언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게 성공이 아니고,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분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게 성공이라고.
그러니까 우리가 좋다고 여기는 게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나쁘다고 결론 내린 게 다 나쁜 것 또한 아니다. 상황이나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 그대는 무엇을 추구하는가. 지금 그대는 무엇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가. 지금 그대는 무엇에 목숨을 걸고 있는가. 지금 그대는 무엇 때문에 우는가. 지금 그대는 어찌하여 웃는가.
기차를 타도 좋다. 버스를 타도 좋다. 택시를 잡아타도 괜찮다. 자가용이라면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몇 백 년 전만 해도 이런 것들은 들어보지도 못한 물건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가용이 좋으니 기차가 좋으니 하고 싸우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갖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런 것들을 가지고 싸우는 게 정말로 멋진 인생인 줄 안다. 시시비비에 목숨을 걸기도 한다. 난 적어도 변함이 없는 것에 목숨을 걸고프다. 영원한 진리, 영원한 존재, 절대적 능력, 그분이 하나님이라면. 두말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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