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곳을 본다고 같은 느낌을 갖는 것은 아니다. 똑 같은 사건이나 사물을 보아도 그 느낌은 천차만별이다. 이런 것을 우리는 개성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다양성이라 말하기도 한다. 어쨌든, 눈을 치우며 그런 생각을 문실문실 키웠다.
참 많이도 온다. 눈이. 물론 해를 끼칠 정도는 아니다. 우리 지역은 아직은. 하지만 내린 눈을 치우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교회처럼 마당이 꽤 넓은 집에서 사는 사람으로는 말이다. 교회 2층이 내 사는 집이다 보니, 교회의 넓은 마당이 다 내 집 마당이고 보면 눈이 내리는 게 그리 좋기만 하진 않다.
물론 아무리 치워도 다 못 치우니까 아예 치우려고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교회 입구 쪽과 우리 집 들어서는 2층 입구 쪽은 조금 쓴다. 근데 그것도 만만치가 않다. 허리를 다친 이후에는 그 어떤 일도 엄두가 안 난다. 가장 먼저 새벽에 교회에 당도하는 사람이 목사인 나다 보니 내가 쓸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전의 교회에 있을 때만 해도 눈 쓸기의 사명을 갖고 꼭두새벽에 일어나 눈을 치우는 권사님이 계셨으니 눈을 보는 시야도 좋았더랬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또 눈 왔네.” 내 속에서 나오는 말은 같다. 그러나 그 말의 의미는 아주 다르다. 지금은 “또 귀찮게 눈이 왔네.”라는 뜻이다.
그러나 어릴 때만 해도 “또 신바람 나는 놀이를 제공하는 눈이 왔네.”였다. 눈이란 게 내리면 마냥 좋기만 하던 시절이 지나고 눈을 보아도 심드렁하니 ‘또 일거리 생겼네.’로 변한 지금, 난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다.
벌써 10여년이 지난 어느 눈 많이 오던 해, 우리교회 장로님을 비롯하여 축산농가 대부분이 축사가 무너지고 소들이 죽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장로님께서 하던 말이 생각난다. ‘누구나 자기중심으로 생각한다. 눈을 보고 좋아하는 모양들을 보면 이해가 안 간다.’ 얼추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럴 수밖에, 그 눈이 원수였지 않겠는가. 눈, 희디 흰 눈, 그러나 그 눈에 대한 생각은 다 다르다. 그리고 그 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바로 그 사람의 현실이다. 마냥 즐거운 비명만 지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다시 그랬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프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게 지금의 내 자화상이다.
그래도 아들 녀석을 구슬려 좀 너른 지역까지 눈을 치우고 나서 든 생각이 이렇게 무럭무럭 하다. 어떤 이는 낙엽을 태우며 갓 볶아낸 커피 냄새가 난다고 했다. 나도 눈을 치우며 순백의 곱디고운 눈빛에 취하고 싶다고 말하고프다. 근데 그게 되지 않으니 아마 난 속물인가 보다.
얼어붙은 눈길이라 교회차량이 갈 수 없어 새벽에 나오시던 몇 분들조차 두문불출이다. 걸어서라도 나오시는 권사님 한 분과 우리 내외, 그렇게 새벽기도회를 치러낸(?) 날이 그 몇 날이던가. 이쯤 되니 눈이 그렇게 낭만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눈이 펑펑 내려도 마냥 즐거운 날이 또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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