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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껏 감리교인이 되었다는 것을 자랑으로 여겨왔다. 잠깐 장로교회로 외유를 나갔던 고등하교 시절이 있긴 하지만 그건 피치 못한 것이었다. 가까운 곳에 감리교회가 없어서였으니까. 지금 같으면 교회차량이 있지만 그땐 그것조차 없었더랬다.
장로교회에서 고등학생 시절을 보내고, 철들었을 때 세례를 장로교회에서 받고도 굳이 감리교 계통 신학교를 나온 것도 이런 감리교 사랑 때문이었다. 감리교 목사로 30여년 가까이 목회를 하면서 이런 감리교에 대한 자부심을 내려놓았던 적이 없다.
근데 이제는 차츰 감리교인이 되었음을, 감리교회의 목사가 되어있음을 부끄러워하기 시작하고 있다.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일들이 마구 발생하기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굳이 감리교인 됨의 자긍심이 사라져가기 때문이다. 아니 소위 ‘대가리가 터지게 싸우는’ 데도 내가 할 일이 별로 없다는 자괴감도 한 몫 한다.
급기야 감리교회의 싸움은 ‘변호사 감독회장 직무대행 선임’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그것도 선임된 이가 장로교회의 장로란다. 허. 이를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이를 받아들이는 감리교회의 자화상은 무엇인가. 감리교회 됨, 감리교인 됨, 감리교 목사 됨……. 도대체 그게 뭐란 말인가. 그게 있기는 한 건가.
원래 싸움이란 이기려고 하는 거다. 맨 처음에는 잘잘못과 정의니 불의니, 적법이니 불법이니 하고 시작하지만, 그게 잘 가려지지 않으면 내 편 네 편만 있다. 그게 바로 싸움이란 거다. 지금 감리교회의 싸움은 바로 편싸움이다.
지금쯤은 그러기에 누구 편이냐 만 중요하다. 이쯤 되면 싸움판에 어설피 들어섰다가는 그 어떤 편이 되고 만다.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아마 방관자라고 일컬어지는 대다수가 그럴 것이다. 나도 이 부류에 속하다 보니 여태껏 이판에 글 한 줄 들이밀지 못했다.
그러던 중, ‘변호사 감독회장 직무대행 선임’이란 홍두깨를 맞았다. 모두 내 탓만 같다. 모두 내가 목회 잘 못해서 그런 것 같다. 다 내가 말 한마디 못해서 그런 것 같다. 다 내가 기도하지 못 한 탓 같다. 이 자괴감을 어찌 할까.
바울과 바나바는 참 좋은 동역자였다. 근데 그들 사이에 이견이 나왔다. 그게 바로 마가 요한과 동행하느냐 마느냐 하는 거였다. 둘은 자신들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바울과 바나바는 헤어졌다. 이후 사도행전은 바울 중심의 기록만 우리에게 남겨주고 있어 바나바의 행적은 잘 모른다.
그렇다고 바울이 승리한 걸까. 바울은 무대 위로, 바나바는 무대 뒤로. 그들의 싸움이 갈라놓은 것은 다만 무대뿐이다. 바울은 말년에 마가를 보고 싶어 한다. 디모데에게 마가가 꼭 필요한 사람이니 함께 오라고 한다.(딤후4:11)
이는 바울 스스로가 그렇게도 완강하게 함께하기를 꺼렸던 한 사람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교정한 꼴이다. 동행하면 안 될 사람이 꼭 함께 하고픈 사람이 된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 감리교회의 지금 싸움은 어찌 평가될까. 아마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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