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교회 담임목사, 부단히 신앙인으로 살아가려고 애쓰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 나보다는 그분을!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음, 저서: '사랑이란 말 가득 가슴에 남겨 두고', '예배의 부름'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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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딸기 먹었어요!” 자랑하고 싶었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예화로 딸기 먹은 이야기를 꺼냈다. 근데 이게 웬 일인가? “우리도 먹었어요.”라고 받는 게 아닌가. 하루 전에 드셨단다. ‘사랑의마을’ 어르신들이 내 자랑에 자신들도 드셨다며 신나들 하신다.
‘이런…’ 그 어느 때보다 매서운 북풍한설이 한반도를 덮고 있는 이때, 노인요양시설 ‘사랑의마을’ 어르신들도 딸기를 드셨다니. 자랑 좀 해보려고 한 말인데, 이거 딸기 얘기 꺼낸 게 머쓱해지기만 한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근데 요샌 철없이 과일을 먹을 수 있다. ‘제철과일’이란 말이 무색하다. 벌써 지난해 11월초부터 딸기를 먹었다. 우리교회에는 세 가구 정도가 비닐하우스 딸기를 제배한다. 첫 열매라며 지난해 11월 초에 성도 가정에서 가져온 딸기를 먹으며 ‘목사 네의 행복함’을 만끽했는데.
이젠 노인요양시설의 어르신들도 잡수셨다니 그리 자랑할 만한 게 아닌가 보다. 하지만 지금 목회하는 교회에 부임하기 전과 비교해 보면 분명히 달라진 먹을거리다. 그때는 이맘때 딸기 한 팩을 사려면 집었다 놓았다 하면서 마트의 딸기진열대 앞에서 얼마나 뭉그적거렸던가.
그러다간 “너무 비싸!” 하며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돌아서던 아내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쓸쓸했었는데. 그 비싼 딸기를 이리도 달게 먹다니. 맘껏! 아니 ‘맘껏’이라는 말은 좀 ‘거시기’하긴 하다. 워낙 과일을 좋아하는 터라 그 말이 우리 부부에겐 맞지 않는다. 하지만 꽤나 가끔 먹을 수 있는 게 다 목사 네의 행복이 아닐까.
아내와 난 딸기를 먹으며 이렇게 대화를 나눈다. “이렇게 딸기를 재배하면서 얼마나 잡숴보겠어요. 다 돈인데. 근데 이 귀한 딸기를 수시로 가져 오시니.” “맞아요. 목사 아니면 누릴 수 없는 복이지. 그러게 더 많이 기도해야죠.”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딸기와 복숭아가 우리교회의 성도들이 가꾸는 주 농산물이고 보면 우린 아마도 우리교회에 맞춤목사(?) 가정인가 보다, 생각하며 행복한 웃음을 머금는다. 북풍한설에 딸기를 먹는 게 그리 신기한 것이 아닌 시대에 우리는 산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귀한 딸기를 이리도 달게, 그리고 가끔 먹을 수 있는 것은 분명히 기적이다. 한두 번은 그저 사랑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세 번 이상 넘어가는 것은 그냥 사랑으로만 가능한 일은 아니다. ‘주의 종’을 대접하고자 하는 성도의 아름다운 마음씨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그저 이런 기적을 행복해하며 이런 생각이 든다. 의무감이랄까, 사명감이랄까. 더욱 기도해야 한다는, 더욱 사랑해야 한다는, 더욱 진정한 ‘주의 종’이 돼야 한다는, 그래서 먹은 것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이 어깨 위에 실린다.
“주여! 흔들어 넘치도록 축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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