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은 무척 바쁘게 하루가 지나간다
어제 오후예배마친 후에도 이사심방 돌잔치 모두 마치고 들어오니 저녁이 늦었다
월요일 새벽이면 남편은 예외없이 운동을 하러 간다
하지만 오늘은 눈이 많이 와서
운동장 문을 닫았다고 연락이 왔다
아침에 모처럼 늦잠을 자도록
아침 밥을 정확히 먹는 시간이 있건만 짐짓 기다렸다
자그만치 8시반이 넘어서야 잠에서 깨는 눈치였다
기다리는 동안 컴퓨터를 하고 있었는데
"이제 아침 밥 차릴까요?" 했더니만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인데 도대체 마누라가 컴퓨터만 하고 밥을 줘야말이지?" 라고 말한다
오랫만에 늦잠자도록 배려해준 하해와 같은 마누라의 은총도 모르고
볼멘소리를 하다니 기가 찬다
오늘 오전에 약속도 있었건만 변경하고 자기와 함께 하면서
밥도 주고, 고구마도 구워 주고 ,커피도 타 주는데,
뭘 알아야 말이지. 그리고는 다음 말이 더 웃긴다
"또 글로 써라" 이 말은 신변잡기를 주절주절 글로 써서
자기를 들춰내는 나의 언론폭력을 일컫는 말이다
"당연하지" 했더니만
"일평생 내가 글감을 제공했으면 되었지 얼마나 더 쓸라고 그라나?"
자기가 평생 나의 글 재료가 되어주었다는거다
그런줄은 아는 모양이지. 평범과 상식으로 통하면 누가 글을 쓰겠나?
대화가 안통하니 그저 꿀꺽꿀꺽 참아두고
글을 쓰면서 스트레스 풀며 나만의 사는 법을 개발한거지
글로 쓴 것들이야 빙산의 일각이지
글로도 못 쓴 내 인생 물 밑에 가라앉은 것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알기나하는가?
남남이 만나서 한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소설처럼 스릴있고 힘겨운 과정이다
닭살 돋는 사랑을 부부가 고백하는 글들을 어쩌다 만나면
부럽기도하고 의심이 되기도 한다
산다는게 그리 행복 가득한 로망스의 연속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릇 세간에 "있을 때 잘 하라는데..."
참말 함께할 때 재미나게 살아야는데...
더구나 노년에 더 정답게, 살그럽게, 다정하게 살아야는데...
남들 앞에선 애처가
단둘이 있을땐 폭군
(남편 이름이 복균인데 미울땐 폭군이라고 한다)
남편이 속으로 날 보고 또 그러겠지?
남들 앞에선 순한 수니
단둘이 있을 땐 마귀할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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