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라치게 놀란 벨 소리에 잠을 깬 시간은 새벽 3시경 한 여인의 목소리는 커칠고 상스럽다 "누구신지요?" "나다" "누구십니까?" "니 마누라다" 마누라는 옆에서 자고 있는데 마누라라니 전화를 놓고 잠들려 하자 마자 한밤중이라 더 크게 들리는 벨소리 그것도 1분 간격 무차별공격이다 견디다 못해서 전화국에 전화를 걸었다 찍힌 번호를 알려주면서 차단하여 줄 수 없느냐고 안면방해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차단불가하다고 한다 법적으로 그리할 수는 없다고 한다 계속 오는 전화를 무작정 끊고 놓고 반복하다가 견딜 수 없어서 코드를 뽑았다 코드를 뽑는다는 것은 우리의 삶의 보이지 않는 약속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밤에 돌아가시는 성도들이나 최후의 상담을 해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외국에 가 있는 자식이 급하게 전화를 할 수도 있는 일인지라 아무리 고달퍼도 전화코드를 뽑고 자는 일은 없다 언젠가 어떤 목사님은 새벽부터 시작되는 목회자의 삶을 보호하기위해 깊은 수면을 할 수 있도록 밤 11시부터 새벽기도 갈 시간까지 코드를 뽑아 놓는 것을 목회자의 지혜수준으로 들려준 적이 있었으나 나는 직무유기 정도의 범죄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코드를 뽑자 마자 전화는 또 왔다 어찌된일인지 둘 다 놀랬다 아파트에서는 경비실과 통하는 방송시스템이 되어있고 전화코드를 뽑아도 그곳을 통해 더 크게 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이 계속되는데 문득 "자살할려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한순간이라도 회망을 줄 수 있다면...이라고 생각되자 짜증나던 것이 미안했고 전화를 기다려졌다 그러나 역시 상담자 수준이 아니었으므로 이번에는 경찰에 전화를 했다 신고번호를 받은 경찰은 곧장 전화를 하였다면서 "맛이 갔네요" 경찰이 전화했으니 이제 전화 안할껍니다. 라고 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시 전화가 왔다 둘이는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에 잠이 다 달아났고 어느새 새벽기도회 시간이 되어 기도하고 교회를 갈려고 하는데 다시 또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차분하고 가라앉은 음성으로 "남동공단이 아니냐"면서 전화 잘 못 걸었다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오니 그 후에도 또 전화가 왔다고 한다 역시 남동공단이냐고 물으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였다고 한다 물론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다른 말은 없었다 새벽3시부터 7시까지 전화가 온셈이다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어떤 사연일까? 누가 이 여자를 이렇게 미치게 만들었을까? 누군가를 괴롭히므로 안정을 얻을 만큼 파괴적 인간이 되게 했을까? 예수님 사시던 당시 이스라엘에도 정신병자가 많았다는데 우리는 편안한 잠도 저당잡힐만큼 우리가 사는 세상도 정신병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는가? 잠깐 이른새벽 잠을 설친것에 불과하지만 이 세상이 얼마나 조급하며 기댈 곳 없어 방황하는지 비틀린 세상을 안고 새벽기도에 나아가 하나님의 헤세드를 간구한 날이다 잠못 이룬 지난밤 영원한 안식을 잃은 가련한 인생들을 아파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