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과일 좀 보낼께요 뭐가 좋을까요?"
과일 있다고 해도 막무가내 사과10개 캘리포니아 오랜지10개를 보내주셨다. 박스로 사면 썩어 내버리니 조금만 샀다고 했다.
"목사님 안 계신 동안에 맛있게 잡수세요"
얼마전 아들 녀석이 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고 마땅히 입을 옷도 부족할 것이라며 신사복 한벌을 장만해 주신 분이시다.
꼭 받아서 감사하다는 말 같지만 평소에 늘 토요일이면 파운드 케익을 보내시며 궁금할 때 먹으라고 하셨다. 고기도 잊지 않고 사보내며 대머리치료약까지 신경을 쓰신다.
가슴이 찡하다. 베풀지도 못한 사람이 그 사랑을 받기만하다니...
뭔가 요구할 목적으로 선물을 해야 아부나 뇌물이 아닌가. 그냥 존경하며 사랑하는것이 몸에 배이고 그것으로 행복해서 그렇게 하시는 것 같다. 형편이 넉넉하신 어른도 아니다.
내가 아버지가 생존해 계셔도 그리 못할 것 같다.
내 곁에 전에 이런 사람이 있었다. 목사님의 그림자라고 하시던 분 내게는 친동생 같다고 하시던 분. 두내외는 자타가 공인하는 수족같은 분이셨고 눈이라도 빼줄것 같던 초대교회 성도들 같은 분이셨다.
그런데...교회를 떠나고 배반했다. 그 후로 사람을 대하는 내 정서에는 큰 교훈을 얻었다. 사람은 사랑의 대상이지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절감하며 크게 상처받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렸다.
훗날 많이 후회하고 돌아와 사죄했지만 그때 받은 충격이 아직도 얼얼한데 그 아픔을 넉넉히 씻어내리고도 남을 사람을 또 붙여주신 것 같다. 그가 보내주는 물질이 문제가 아니다. 그 마음씀이 가족보다 더 끈끈하다.
삭막한 인정 속에서 이런분들을 통해 산소를 마신듯한 시원함을 얻는 것은 내게 누군가에게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하나님의 기운인것 같다. 사랑하라는 말보다 강한 메시지는 주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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