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슬프다" 라는 공식은 여지 없이 깨어질 것이다 세계 최고의 대학에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가족과 헤어져 비행기를 타는 젊은이가 있다고 하자 명예로운 그 날 그 이별이 슬프고 괴로울까? 어제 오후 주치의가 회진하면서 목요일 퇴원해도 좋다고 했다 미진한 치료 부분은 집에서 소독하고 살이 차오른 후에 다시 통원하여 두서너 바늘 꼬매기로 하고 일단 퇴원하기로 했다 퇴원소식이 전해 지자 즉시 여기저기 기도해 주신 분들에게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날리고 병실에 들어오는 간호사들마다 퇴원을 축하한다고 기뻐해 주었다 내일이면 떠난다는데 그간 60여일의 정리를 이별하는데 여기 15병동의 모든 가족들은 정이 담뿍 들었는데 모두모두 자기일처럼 이곳을 떠나는 우리를 축하를 해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이별은 슬프다" 가 아니라 "이별을 축하하고 기뻐한다" 라는 공식이 적용되고 있다 병동의 생리는 쉽게 정들게 되어있다 생명의 위기와 순간순간의 고비들을 함께 나누기 때문이다 밤 낮으로 함께 하며 먹고 자고 마시고 이야기 나누며 함께 산다 학창시절 기숙사생들끼리의 끈끈한 정이 들듯 15병동 가족들이 정이 많이 들었다 간호사들도 개성이 다 있고 독특한 표정과 습관들이 있다 레지던트들도 배우면서 진료하는 고달픈 삶이 대견스럽고 주치의의 권위는 말한마디에 희로애락이 따라온다 "내일이면 이별인데 모두 기뻐하다니..."했더니 "이별 해야지요 당연히...기쁘고 말고요" 라고 했다 우리가 이 세상 나드리 마치고 가는 날도 이처럼 기쁘고 즐거운 이별이어야 하는게 아닐까? 세상 사람들은 "개똥에 굴러도 이땅이 좋다"고 한다 한시간이라도 더 사는것을 복이라고 생각하고 안간힘을 쓰며 생명을 연장하려고 불노초를 찾아 헤멘다 그러나 우리 믿음의 사람들에게도 정말 개똥에 굴러도 이생이 좋은가? 주님의 부르심을 받아 천국으로 입성하는 날 그리운 내 고향집에 돌아가는 날 위대한 믿음의 선진들을 뵈오러 가는날 아니 왕되신 그분앞에 면류관을 던질 날 그 보좌에 계신 분의 영광을 뵈옵는 날 우리는 슬프고 애통해야 하는가? 감격스럽고 고마운 이별. 헤어지는 모든 이들이 서로 고마워하는 날 서고 기뻐 감사하는 날이 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치 않은가? 이제 기쁜 이별의 날을 위해 이 고달픈 세상살이 가볍게 살고싶다 이제 감사한 그 이별의 날을 위해 이 괴롬 많은 세상에 붙은 욕심의 줄들을 차례차례 미련없이 끊어내고 싶다 잘 죽고 싶다 그래서 잘 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