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덕분에 단편적인 지식이나 정보는 수집된다해도
독서력이 줄어드는 것은 내게 있어 안타까운 부분이다.
오늘 오후엔 번개 천둥 무섭다.
컴퓨터를 끄는것이 좋겠다는 남편의 충고에
인터넷을 못하면서 중독증으로 허전하기 이를데 없다.
"이때다" 하고 평소에 아들이 읽어보라던 책을 한권 꺼냈다.
아들이 빡빡 줄을 그어 놓은 곳들을 지나며
얼마나 흥분되는지 모른다.
내 아들의 삶에 구체적인 말초신경까지의 변화는 아직 요원하겠지만
밑줄을 좍좍 그을때 그 내면의 변화는 분명 있었을터...
아들의 내적 소용돌이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반부쯤 이르렀을 때 더욱 놀라웠다.
작은 글씨, 특유한 필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곧 남편에게 물었다. "이 책을 읽었는지"를,
아들이 읽어보라고 해서 읽었다고 한다.
아들은 줄을 그으며 읽었지만 남편은 메모까지 해 놓았다.
남편과 아들을 한권의 책속에서 만나면서 마냥 흐뭇하고 행복했다.
남편과 아들과 내가 동일한 주제의 책속에서의 만남 환상적이질 않는가?
물론 주간지나 신문이 아닌 전문서적 부분에서 말이다.
책속에서의 만남이 그리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고전과 만나면서 선현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고
하나님의 음성을 성서속에서 만나질 않는가?
이저녁 이 밀도 깊은 행복을 여기 남겨두면서
종종 천둥벼락 때리는 날 책속에서 누군가를 만나기를 기대한다.
지금 농촌에선 과일이 떨어지고 고추가 썩는다는데...
벼도 야물지를 않는다는데...
걱정을 많이 하던 저녁인데
도시 한복판 아파트에선 천둥번개 덕분에
정신적 사치를 하고 있으니 민망한 점도 있질 않는가?
* 지난 여름 써 놓았던 글인것 같습니다.
우연히 발견되어 올려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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