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에 차를 대고 지하 1층 상가가 즐비한 복도를 걷는데
절뚝거리며 지팡이를 짚고 걷는 남편의 팔장을 넌즈시 끼었다.
남편: "내가 그렇게 좋아"
"내가 너무 잘 생겨서 40년간 지키고,
늙어서 병들고 힘도없는 지금도 감시를 하니, 난 언제나 자유로워지나?"
아내: "죽을때까지 지켜야지. 누가 꼬시면 어떻게?"
곁에서 이야기 실황을 들으면 정말 느끼하다 못해 토할 지경일 것 같다.
잘 생겨서 40년간 누가 꼬실까봐 지키느라 내가 참 고생 많았다.
잘 생겨서...잘 생겨서...잘 생겨서,
그럼 못 생긴 나를 왜 그리 지키느라 고생을 하셨수? (속으로 주절 거렸다)
아무도 훔쳐갈 일 없는 마누라를
왜 평생 꼼짝도 못하게 감시하고 지키느라 애를 썼나?
서로 사랑해서 그랬나? 그게 사랑이었나?
남편이 여자 스캔달이 혹시나 생길까봐 내가 신경 써 본 것은 사실이다.
남편에게 문제가 있다기보다 이상한 여자들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남편을 사랑해서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글쎄!"
지금이라도 남편이 어떤 여자에게 빠지거나 반한다면 글쎄 ?
사랑해서 매달리게 될까? 자존심 때문에 힘들겠지
당해 보아야 알 일이고 큰소리 칠 사람 아무도 없겠지만,
그 보다는 아이들에게 부끄런 부모가 될까봐
목숨 걸고 지켜 낼려고 애를 쓸 것 같다.
살아온 세월이 억울하고 아까워서 지켜 내고 싶을것 같다.
사랑해서? 사랑해서? 글쎄.
인생의 마침표는 그래도 야무지게 찍고 볼 일이 아닌가?
지팡이를 짚고 너른 병원 여기 저기 걸어서 찾아다니며
진료를 받는 동안 만 2년이나 죽을 고비를 몇차례나 넘겼던 병원
휠체어나 병상채 옮겨다니던 곳을 지팡이를 짚고라도
걸어서 돌아다니는 것만도 감사해서 팔짱 한번 끼었다가,
평생을 자기 좋아서 지키고 구속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히고
나야말로 '자유롭고 싶다'는 스치는 생각을 떨쳐 버리느라 애썼다.
병들었어도, 함께 있는 시간이
어찌보면 더 자유를 누리는 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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