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적으로 그리고 신학교적으로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이 모임에 부족한 사람을 초청해주신 총신대 여동문회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한국교회와 여성사역”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이 모임에 강사를 초청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교단 내부의 사람을 초청하기도 어렵고 교단 밖의 진보적인 사람을 초청하기도 어려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전에 합동 교단과 총신 안에 있던 사람인 저를 초청하신 것으로 압니다.
저는 오래 전부터 여성사역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총신이나 합신의 교수들이 여성의 설교 사역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지만, 저는 박윤선 목사님과 함께 여성의 설교 사역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동주 박사를 합신에 교수로 초청했을 때 박윤선 목사님은 이동주 교수로 하여금 학교에서 설교를 하게 했고 심지어는 노회의 모임에서도 설교를 하기를 원했습니다. 물론 일부 교수들의 끈질긴 반대로 이동주 교수가 합신을 떠나 아신으로 갔고 그 문제로 고민하던 원종천 교수도 합신을 떠나 아신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1.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여성사역 세미나
제가 섬기고 있는 한국복음주의협의회는 여성사역에 대해서 긍정적인 관심을 가지고 여러 차례 공개강좌를 개최했습니다.
“제 1회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여성세미나”를 1994년 4월 14일 여전도회관에서 “복음적 교회와 여성사역”이란 주제로 개최하여 손봉호 교수, 주선애 교수, 이연옥 권사, 이동주 교수, 한미라 교수, 김명혁 목사 등이 발표를 했는데 모두 여성 사역에 대해서 긍정적인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주선애 교수는 이렇게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역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오늘 여교역자 문제를 늦게나마 다루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끓는 피를 갖고 일하던 우리 선배들의 혼을 살려 다시 방황하는 이 시대의 여성 사회를 이끌어갈 지도자들은 이미 주님 나라를 위해 일하고자 몸 바치고 나선 여교역자들입니다. 그들을 붙들고 격려하며 그들의 소리를 들어주며 일으켜 세우는 일은 아주 급한 한국교회의 사명인줄 알고, 모든 교단 지도자들과 수 많은 여교역자들이 기쁨으로 협력하여 일할 수 있도록 하실 성령의 역사를 기다리며 발표를 마무리합니다.”
두 번째 발표회를 2003년 12월 15일 명성교회에서 “한국교회와 여성 사역 및 리더쉽”이란 주제로 개최하여 이정숙 교수, 한상화 교수가 발표하고 이봉룡 목사, 김두개 목사, 이정익 목사가 응답을 했는데 모두 여성사역에 대해서 긍정적인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이정익 목사는 응답에서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모 총회장의 발언은 한국교회 목회자의 보편적인 견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여성편견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앞장서서 선도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의 현실은 사회는 변화하고 인식이 바뀌어가고 있는데 교회가 더 보수적이고 변화에 능동적이지 못한 우를 범하고 있습니다. 오늘 기독교가 우리 사회를 앞장서서 이끌고 나가려면 그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더 한발 앞서서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교회가 여전히 사회변화에 역행하는 발언이나 하고 편견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기는 커녕 이 세상으로부터 외면 당하는 집단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교회 안에서 여성의 등용과 안수절차는 하루 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성경에 나와 있는 여성에 대한 이해와 해석도 그 주어진 의미와 당시의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 먼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발표회를 2004년 10월 8일 서울제일교회에서 “한국교회와 여성 안수”라는 주제로 개최하여 김상복 목사, 박수암 교수가 발표하고 김정우 교수, 이정익 목사가 응답을 했는데 거의 모두 여성사역에 대해서 긍정적인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김상복 목사는 여성 안수를 긍정적으로 보면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습니다. “안수는 사역자를 검증하고 인정하는 교회의 과정일 뿐이다. 안수 받는 목사의 자격은 교회와 기관이 결정 할 일이다. 교회의 대표자들이 소명 받은 사람, 헌신한 사람, 훈련 받은 사람, 은사 받은 사람, 모든 면에서 사역에 합당한 준비가 된 사람을 검증하고 인정하는 사람의 행위이다. 이런 사람은 남자나 여자나 성에 상관없이 하나님께서 사용하신다. 준비된 사람을 분별하여 손을 얹어 인정하는 예식인데 장로, 안수집사, 심지어 최근에는 권사, 목사 선교사나 훈련 받고 나가는 평신도 선교사 마저도 안수해서 보내는 시대에 모든 자격이 다 갖추어져 있으나 여성이라는 것 한 가지 때문에 그의 소명과 헌신과 은사와 훈련과 자격을 손을 얹어 인정해 줄 수 없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섭리 가운데 변화된 시대적 요청을 받아드리지 않는 것이다. 기독교의 복음은 갇힌 자를 풀어주고 억눌린 자를 해방시켜 주는 것이다. 낮은 자를 높여 주는 것이다. 없는 자에게 주는 것이다. 그리스도와 교회를 위한 사역은 성에 근거한 것이 아니고 소명과 은사에 근거한 것이라야 한다. 지난 주 태국 파타야에서 모인 2004 로잔 포럼 중에서 여성의 사역은 성령이 주신 은사에 근거해야 하고 성에 매이지 말아야 한다는 선언을 했을 때 큰 찬성의 박수가 울려 퍼졌다. 묶여져 있던 나귀를 풀어주어야 한다. 예수님께서 나귀도 풀어 타시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셨다. 하물며 묶여 있는 여성 안수의 끈을 풀어주어 주님의 소명과 성령의 은사대로 마음껏 교회를 섬기도록 자유를 주어야 한다. 현대 여성들은 초대교회의 여성과는 전혀 다르다. 당시는 여성이 무지하고 계발되지 않았던 시대였다. 그러나 오늘은 그리스도 안에서 자유를 얻고 남자와 동등하게 여김을 받고 남자와 동일하게 교육을 받고 소명을 받고 헌신하고 은사를 받았고 신학교에서 남자와 동일하게 훈련을 받았고 사역에 필요한 고상한 인격과 능력이 있는 여자를 두고 교회에서 잠잠하라, 남자에게 배우라, 안수하지 말라 한 것은 아니다. 사실상 문제가 되는 대부분의 성경은 교육이 없고 계발되지 않고 무질서한 여자들을 두고 말 한 것이지 전혀 여성 안수라고 하는 잇슈와 무관한 성경 구절들이다. 그리스도와 복음은 사람을 구원하고 거듭나게 하며 성화시켜 그들의 가치를 세워주고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누구든지 잘 훈련 받아 복음의 사역을 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에 공헌하는 것이 마땅하다. 사실상 성경은 여성 안수문제에 대해서 확실하게 구체적으로 금한 가르침이 없다. 안수는 손을 얹어 소명과 준비를 인정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한국교회도 준비된 여성에게 안수하는 것은 성경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여성 안수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고 여성 안수는 마땅히 이루어져야 한다.”
금년 5월 16일에는 한국장로교연합회 주최로 새문안교회에서 “은퇴 여교역자 초청 예배 및 오찬” 모임을 갖고 100여명의 은퇴 여교역자들을 초청하여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위로와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그때 총신 장신 합신 여학생들이 특송을 했습니다. 그 모임에 참석한 은퇴 여교역자들은 너무 좋아하면서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모임을 내년에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아시아의 교회들을 비교적 많이 방문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시아 교회들이 여성 안수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주 보수적인 일본 복음주의동맹도 여성 안수를 허용합니다. 태국교회의 목사들의 절반은 여성입니다. 총신 출신의 모 선교사는 처음에는 여성 안수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태국에 여성 목사들이 없다면 태국교회가 제대로 지속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저에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심양 서탑교회의 오애은 목사는 목회 사역을 너무나 훌륭하게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종교개혁의 발생지인 독일교회도 여성 안수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수주의 선교신학자인 피터 바이어하우스 박사가 출석하는 튜빙겐의 모 루터교회의 주일예배에 제가 바이어하우스 박사와 함께 출석한 일이 있는데 그 교회의 담임 목사가 여성이었습니다.
2. 개혁시대의 여성 사역
총신여동문회가 처음에 저에게 부탁한 제목은 “한국교회와 여성 사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보내온 전단을 보니 “개혁시대의 여성사역”이었습니다. 저는 “개혁시대의 여성사역”에 대해서 연구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주 간단하게 언급하고 본래의 주제인 “한국교회와 여성 사역”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루터와 종교개혁 연구의 대가인 예일 대학교의 로란드 베인톤 교수는 3권으로 되어 있는 「종교개혁시대의 여성」이란 저서 제1권의 서문에서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서구의 사회와 교회에서 여성의 역할과 영역은 주로 가정이었다. 여성의 지위를 격하시켰던 첫째 요소는 육체를 무시하는 플라토주의였는데 육체를 무시하는 플라토주의는 자연히 성과 여성을 부정적으로 보게 되었다. 또 하나의 요소는 신약의 가르침이었는데 딤전2:11-15은 인간의 타락이 아담에 의해서 온 것이 아니라 하와에 의해서 즉 여성에 의해서 왔다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성은 복종하여야 하고 잠잠하여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래서 터툴리안은 여자를 지옥으로 가는 문이라고까지 했다. 개신교의 종교개혁이 사회와 교회에서의 여성의 역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개신교의 종교개혁이 여성으로 하여금 가정으로부터 공적인 삶의 영역으로 나오도록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는데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16세기의 영국 여왕들은 모두 국가적인 사역은 물론 교회의 행정적인 사역에도 참여했다. 개신교는 여성으로 하여금 구제와 돌봄의 사역에 참여하게 했다. 성경의 번역으로 인해 수 많은 여성들이 공적인 사역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베인톤 교수는 종교개혁시대에 적극적인 사역에 참여했던 60여명 여성들의 삶과 사역을 기술했습니다. 베인톤 교수는 제3권의 서문에서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목회적 사역이 여성들에게 허용되었다. 성례적 사역은, 위급한 경우 세례를 베푸는 일을 제외하고는, 여성들에게 허용되지 않았다. 중세시대 수녀원 안에서는 수녀들이 감독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설교의 사역은 종교개혁 시대에 급진적인 분파들 안에서 여성들에게 허용되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급진적 분파들 안에서 여성의 활동 영역이 넓었기 때문이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급진적 종교개혁운동은 교리보다는 경건을 강조했는데 이와 같은 입장이 여성에게 보다 적합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여성들은 경건서적을 많이 저술했다.”
칼빈과 종교개혁 연구의 대가들인 한철하 박사님과 이수영 박사님과 이정숙 교수님에게 종교개혁 시대의 여성 사역에 대해서 한 말씀 해 달라고 지난 11월 25일 전화로 부탁을 했는데 그 대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철하 박사님은 아주 간단하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종교개혁자들은 결국은 소극적이 아니었는가 생각해요. 좀 알쏭달쏭하지요. 그러나 저는 기독교가 전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드보라의 경우에서 보는 대로, 하나님께서는 비상시에는 즉 필요할 때에는 여성들을 사용하셨기 때문에, 지금도 필요할 때는, 능력이 있는 여성들이 나타날 때는, 하나님께서 여성을 쓰시도록 막지 말고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수영 박사님은 다음과 같이 답을 했습니다. “잘 모르는데요.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는데요. 그 시대가 아직도 여성들에게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잖아요. 저와 저희 교단에서는 물론 문을 다 열어놓았지요. 근본적으로 하나님 앞에서 남녀의 구별은 있지만 차등은 없지요. 성경에도 구약에도 여성들이 남성보다 숫자는 적지만 여성 사사들도 있었고 여성 지도자들이 있었지 않아요.” 이정숙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을 했습니다. “16세기는 너무나 다른 세상이었지요. 그러나 목사들이 결혼을 하기 시작하므로 여성에 대한 이해에 대 변화가 일어났지요. 중세시대는 남성으로 태어나야 할 사람이 결함이 있는 존재로 태어난 것이 여성이라는 아퀴나스의 논리가 지배했는데, 이와 같은 카톨릭 신학의 시대에서 벗어나므로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존재라고 처음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지요. 이것이 대 변화라고 볼 수 있지만 여성들의 사역은 아직 개혁자들에게는 아젠다가 못되었지요. 그러나 마튜 젤의 아내인 카타린 젤은 적극적으로 사역을 했는데 장례식에 가서 설교도 했습니다. WARC 회장을 역임한 프린스톤신학교의 제인 더글라스 교수는 칼빈의 주석들을 근거로 칼빈의 여성관에 대해서 책(Women Freedom and Calvin)을 썼는데, 거기에 보면 전통적으로 여성 안수를 반대하는듯한 구절들을 연구하고 나서, 칼빈이 그것을 하나님의 불변의 법으로 보지 않고 ‘아디아포라’의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여성 안수는 아디아포라의 범주에 들어가므로 그것은 시대 상황적이 요소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실제적으로 역사적으로 볼 때 요엘서의 예언대로 많은 여성들이 성령의 감동으로 마음속에 강력한 소명을 느끼면서 말씀을 전할 때 큰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것을 보는데 그것을 가볍게 생각하고 물리치기에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너무 분명하다는 것이지요.”
3. 한국교회와 여성 사역
이제 제가 1994년 4월 11일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제1회 여성 세미나”에서 발표한 “한국교회와 여성 사역”이란 글을 중심으로 발표를 하려고 합니다. 그 내용이 저의 저서인 「한국교회 쟁점진단」에 실려 있는데 여러분들이 참고하기 위해서 책에 실려 있는 글을 그대로 복사하여 여기 실었습니다.
제가 이 글에서, 여성의 지위와 사역을 부인하거나 부정적으로 보는 종교 문화적 유산은 유대주의와 유교주의라고 지적하면서, 신약시대에 들어와서 남자와 여자는 지배관계에서 다시 평등한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초대교회는 여성의 지위와 사역을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지적하면서 오늘 날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여성 사역에 대한 견해들을 조사해서 나열했습니다. 한국교회의 대부분의 목사들은 긍정적인 견해와 소극적인 견해를 피력했고 소수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저의 견해를 피력했는데 그 부분을 여기 그대로 옮깁니다.
옮기기 전에 한 마디를 첨부합니다. 저는 교회사를 강의하면서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초대교회가 300여년을 지나오면서 5가지의 상이한 기독교 학파들을 형성했는데 그 학파들이 취한 신학적인 입장이 모두 상이했지만 그 다섯 학파들이 이단들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삼위일체에 대해서도 상이한 견해를 취할 수 있는데 여성 사역에 대해서도 상이한 견해를 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참고하며 서로를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 글의 요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성도 하나님의 부르심과 사명을 받은 자이기에 여성 교역자들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심방, 교육, 전도, 상담 등의 사역뿐 아니라 설교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은 단순히 시류를 좇는 것이 아니라 매우 성경적이고 개혁전통에 입각한 적절한 제안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첨부합니다. 이미 다른 글에서는 밝혔지만 저는 여성 안수를 긍정적으로 봅니다. 여성도 교육 목사로 또는 선교 목사로 사역할 수 있고 환경에 따라서는 담임 목사로 사역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제가 발표한 “한국교회와 여성 사역”이란 글의 마지막 부분을 그대로 여기 옮깁니다.
“필자는 성경과 역사적 가르침의 관점에서 볼 때 하나님의 부르심과 사명과 은사를 받은 여성 교역자들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심방과 교육과 봉사와 전도와 선교와 상담 등의 사역뿐 아니라 설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 교역자의 설교문제는 고 박윤선 목사의 견해를 따라 개 교회에서는 ‘당회장의 지도 아래서’, 그리고 신학교 등 기관에서는 ‘기관장의 지도 아래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회가 처한 문화적 상황을 무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지도력을 인정하지 않는 폐쇄적 사회에서 여성이 구태여 억지로 지도력을 행사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실력이나 사명이나 은사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여성들이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성들과 똑같이 모든 사역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 교역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과 아동들에게만 설교나 전도나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이나 역사의 가르침에 위배된다고 말하고 싶다. 위에서 지적한 대로 성경은 사마리아 여자가 구원의 은혜를 체험한 후 기쁨에 넘쳐 동네에 들어가서 ‘많은 사마리아인’(남자와 여자들을 포함한)에게 공적으로 간증 또는 전도설교를 하여 ‘많은 사마리아인’이 예수를 믿게 된 일을 긍정적으로 기록했다(요 4:39).
예수님은 막달라 마리아를 일곱 귀신들에게서 구원하셨을 뿐 아니라 자기를 돕는 ‘사역자’로 삼으셨고(눅 8:1-3), 부활하신 후 남자 제자들인 ‘형제들에게 가서’ 부활의 메시지를 제일 먼저 증거 또는 선포하게 했다(요 20:17-18). 천사는 마리아가 ‘빨리 가서 그의 형제들에게’ 선포할 메시지의 내용까지 가르쳐주었는데, 그것은 십자가와 부활의 메시지였다. “그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셨고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시나니 거기서 너희가 뵈오리라 하라”(마 28:7).
루디아는 빌립보 교회의 설립자가 되었고 브리스길라는 남성 신학박사인 아볼로를 “데려다가 하나님의 도를 더 자세히 풀어” 가르치는 선생이 되기까지 했다(행 18:26). 바울은 고린도전서 11:5에서 여자도 교회에서 공적으로 기도와 예언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여기서 ‘예언’은 오늘의 설교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도자 빌립의 네 딸들이 예언한 것은 요엘서 2장 예언의 성취라고 하겠다. 요엘은 “그 후에 내가 내 신을 만민에게 부어주리니 너희 자녀들이 장래 일을 말할 것이며”(욜 2:28)라고 예언했고, 베드로는 이 예언을 받아 “그때에 내가 내 영으로 내 남종과 여종들에게 부어주리니 저희가 예언할 것이요.”(행 2:18)라고 부연했다.
다윗도 시편 68:11에서 “주께서 말씀을 주시니 소식을 공포하는 여자가 큰 무리라.”고 예언했는데, 이와 같은 말씀들은 여자도 은사를 받으면 복음을 선포하거나 하나님의 말씀을 예언, 즉 대언할 수 있음을 분명히 가르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바울은 로마서 16장에서 일곱 여자의 이름을 기록하며 그들을 자기의 동역자 또는 보호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안이숙 여사 같은 분은 많은 성인 남녀 청중들에게 복음을 전함으로써 구원사역을 이루어 하나님나라를 확장해왔다. 박윤선 목사는 하나님과 그 나라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기도나 말씀의 은사를 받은 사람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즉 교파나 성의 구별을 초월하여 앞에 내세우려고 했다. 박윤선 목사는 ’86년 2월 22일 이동주 박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첫째, “여성지도자 교육을 책임져달라.”고 부탁했고, 둘째, “개혁파 교회들을 순회하며 특별집회를 인도해줄 것”을 부탁했다. 고 박윤선 목사는 여 교역자의 설교 가능 여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여 교역자는 당회장의 지도 하에 개 교회에서 설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나는 지금까지 지 교회에서 목회하면서 여 전도사들로 하여금 새벽기도회는 물론 저녁예배 시간에도 때때로 설교하게 하고 있다.
하나님이 주신 은사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하나님나라 확장에 지장을 초래하며 하나님의 뜻에도 위배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선교사들의 반 이상이 여 선교사라고 한다. 그들 중 많은 선교사들은 설교를 해야 하는 형편에 처해 있다. 이와 같은 여 선교사들이 교육과 봉사와 상담사역 등은 물론 전도와 설교사역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개척목회 사역을 하는 여 교역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신학교에서는 여학생들이 신학교 졸업 후 각자가 받은 바 은사들을 마음껏 활용하며 사역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커리큘럼을 개발하여 적극적으로 지도, 훈련해야 할 것이다. 여성을 차별 대우하여 ‘여자 신학교’를 따로 세워 차등적으로 신학교육을 시키는 것도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학생들도 남학생들과 동등한 교육환경에서 동등한 교과과정으로 교육시키되, 여성교역에 필요한 특별 과목들을 추가적으로 마련하여 교육시키는 것이 좀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성은 그 생리적 특성상 남을 지도하고 가르치는 설교사역보다는 남을 이해하고 품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상담과 심방과 봉사 사역이 좀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여 교역자는 특별한 가르침의 은사를 받은 경우도 있고, 또 어떤 여 교역자는 특별한 기도의 은사를 받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가 받은 은사에 따라 교회의 유익의 관점에서 지혜롭게 사역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1994. 4. 11. 한복협 제 1회 여성 세미나>, <총신대신학대학원여동문회(0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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