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5일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열광한 날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인종과 문화와 계층과 종교와 이념의 차이로 대결과 적대로 치닫고 있던 세계에 화해와 평화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중심이 아닌 주변에 서 있던 케냐 출신의 한 젊은 흑인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그것도 역사상 최 다수인 6천 3백여만 명 국민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미국의 44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이었다. 미국 국민들과 세계 국민들이 그토록 열광한 것은 그동안 근본주의적인 신앙과 함께 미국의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에 바탕을 둔 부시 대통령의 배타적인 강성 정책의 종식을 갈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기서 미국의 흑인들과 유색인종들은 물론 오바마 당선자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보낸 미국 백인들에게 존경과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지역주의와 인종 차별이 극심한 한국 국민들이 겸허하게 반성하며 배우게 되기를 바란다.
사실 미국을 건설한 청교도들은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넘어섰었다. 물론 저들의 일부가 인디언들을 학살하는 인종차별의 죄를 범하기도 했지만 청교도들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와 종교를 모두 아우르는, 다양성 가운데서 조화와 통일을 이루는, 멋진 나라인 미 합중국을 이루었었다. 그리고 세계를 품고 도움의 손길을 펴는 소망과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최근의 미국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정 반대의 길을 가고 있었다. 결국 미국 국민들은 부시 대통령의 강성 정책을 비판하며 버락 오바마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보낸 것이었다. 미국이 다시 인종 문화 종교적으로 다양한 세계를 품고 세계의 화해와 평화를 도모하는 청교도 정신을 새롭게 발휘해 주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 새로 출범하는 오바마 정부가 아프리카와 중동을 비롯한 모슬렘 세계와 화해와 평화를 이룰 수 있기를 바라고 중국과 러시아와 북한을 비롯한 공산권 세계와도 화해와 평화를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경색된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가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바뀌어지는 중재의 역할을 오바마 정부가 해 주기를 바란다. 사실 오바마 당선자는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고 북미관계를 원활하게 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표명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도 지금까지 지녔던 네오 콘 적인 배타적인 고 자세를 바꾸고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일에 과감하게 뛰어들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에 대해서 우려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바마 당선자가 동성결혼에 대해서 관대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에서 소외된 모든 종류의 ‘비정상인들’을 품으려는 관대한 마음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기도 한다. 사실 예수님은 창기나 간음한 여인을 돌로 치지도 않으셨고 정죄하지도 않으셨다. 그렇다고 창기의 행위나 간음하는 행위를 옳다고 인정하신 것은 아니었다. 나는 기독교 신자인 오바마 당선자가 기독교 전통에 선 미국 국민들의 소리를 경청하면서 성경의 가르침에서 벗어나는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지 않게 되기를 기대한다.
이제 미국과 세계는 화해와 평화의 세계를 향한 희망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사람의 생각은 자기 중심적이고 가문 중심적과 고향 중심적이고 인종 중심적이고 민족 중심적이고 국가 중심적인데 비해 하나님의 생각은 정 반대였다. 아브라함을 부르시면서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라고 분부하셨고 애굽에까지 내려가게 하셨다. 이사야를 부르신 다음에는 세계 화해와 평화의 비전을 보여주시기도 했다. 서로 교류도 할 수 없던 나라들인 이스라엘과 앗수르와 애굽 세 나라가 언젠가는 서로 왕래하게 되고, 함께 하나님을 경배하게 되고, 세상의 복이 되고, 하나님의 백성이 될 것이라고 말씀했다(사19:23-25).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세계 화해와 평화의 생각과 비전이었다. 하나님의 생각과 비전이 지금 세계 안에서 이루어질 것을 내다보는 것은 너무 이상적인 꿈인가? 나는 그런 꿈을 지워 버리고 싶지가 않다.<기독신문 시론, 0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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