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속의 행복한 삶」은 남북 분단의 비극에서 빚어진 ‘고난’과 ‘가난’과 ‘이별’과 ‘슬픔’과 ‘아픔’의 골짜기를 걸어온 이승규 장로가 한 평생을 되돌아보며 눈물로 서술한 감동적인 ‘인생 서사시’이다. 아니, 이 서사시는 한 사람의 ‘인생 서사시’가 아니다. 나 자신의 분단의 이별과 슬픔과 아픔의 삶을 묘사한 나의 ‘인생 서사시’이기도 하며, 민족 전체의 분단의 불행과 비극을 서술한 민족의 ‘인생 서사시’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비극적인 ‘인생 서사시’는 비극으로 그치는 서사시는 아니다. ‘슬픔’과 ‘아픔’이 ‘보석’으로 바뀌어지고 ‘비극’이 ‘행복’으로 바뀌어지는 ‘역전의’ ‘인생 서사시’이다. 사실 기독교의 역사는 ‘불가해한’ 역사이고 ‘모순되는 듯한’ 역사이고 ‘역설적인’ 역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핍박을 받아도 버린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고 우리가 항상 예수 죽인 것을 몸에 짊어짐은 예수의 생명도 우리 몸에 나타나게 하려 함이라”(고후4:8-10). 이승규 장로의 ‘고난’과 ‘가난’과 ‘이별’과 ‘슬픔’과 ‘아픔’으로 이어진 눈물겨운 삶이야말로 ‘보석’과 같이 귀한 삶이 되었고 넘치도록 축복 받은 가장 ‘행복한’ 삶이 되었다. 마치 손양원 목사님이 “가난을 애처로” “고난을 스승으로” 삼으면서 나환자들에게 모든 사랑을 쏟아 부으면서 살아오셨고 그리고 ‘이별’의 ‘슬픔’과 ‘아픔’을 눈물로 삼키면서 살아오셨는데 그 분의 ‘고난’과 ‘가난’과 ‘이별’과 ‘슬픔’과 ‘아픔’의 삶과 죽음이 가장 값진 ‘보석’이 되었고 가장 축복받은 ‘행복한’ 삶과 죽음이 되었던 것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이승규 장로의 아버지 이태석 목사님이 49세의 나이로 1950년 10월 11일경 평양에서 공산군에게 붙잡혀 처참하게 순교의 죽임을 당한지 며칠 후 아버지의 시신을 찾아 장례식을 올리고 어머니와 동생들을 북에 남겨두고 남쪽으로 떠나온 18살의 청년 이승규가 아버지 장례 1주년을 기념하며 죄책감에 사로잡혀 비통해 하면서 다음과 같은 추모의 글을 썼다. “지금 이 좁은 머릿속에는 어머님, 형님, 누이동생들을 집에 두고 떠나 온 이 몸이 괴롭고 또 분하다는 듯, 원망스러운 듯이 복잡하고 어지럽기 한이 없습니다. 아무리 그 거룩하신, 그 향기로운 그 몸을 비록 흙덩어리로 땅 속에 파묻어 놓고 온지 몇 날이 안된 오늘도 이처럼 예전 이상의 고통을 느끼오니 차라리 아버지의 뒤를 따라 희생의 제물이 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지난 후에도 북에 두고 온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그는 불효와 통한의 눈물을 쏟았다. “나는 북한에 살고 있는 누이동생들의 애절한 편지를 받아 읽고서 ‘아! 나는 정말 사랑하는 어머님을 한 번도 평안하게 모시지도 못한 불효자식이구나!’ 생각하면서 통한의 눈물을 쏟았다.”
하나님께서는 순교자들의 자녀들에게 특별한 보살핌의 손길을 펴시는 것 같다. 순교자 부모님의 신앙을 따라서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기 위해서 주일에 학교에 가지 않고 교회에 갔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벌을 받으면서도 신앙의 절개를 지킨 믿음의 자녀들에게 특별한 보살핌의 손길을 펴시는 것 같다. 이승규 장로는 중학교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1947년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나는 담임선생님이 주일에 학교에 등교하라는 명령식의 말을 순종하지 않았다. 학교는 결석하더라도 교회 주일학교는 빠지지 않았다.” (나도 그때 그곳에서 꼭 같은 경험을 하고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신앙의 절개를 지킨 순교자들의 자녀들에게 천사를 보내시어 도움과 보살핌의 손길을 펴시는 것 같다. 이승규 장로는 비록 육신의 부모님을 이별하고 남쪽으로 왔지만 남쪽에서 육신의 부모 못지 않은 ‘믿음의 어머니’와 ‘믿음의 아버지’를 만난 일과 그 분들의 지극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은 일을 기록하며 그 분들에게 뜨거운 감사를 드리고 있다. “믿음의 어머니 김성환 권사님은 큰 아들 승만을 작별한 이후 매일 위하여 기도로 하나님께 의탁하는 일은 물론이고 승만을 사랑하며 건강해서 학업을 성공하도록 격려하는 편지를 일주일에 두통씩, 매주 빠짐없이 써서 항공 우편으로 미국 형께 보내기를 10년간 계속하였다. 어머님의 뜨거운 사랑과 기도가 담긴 편지들을 받아 읽으면서 힘을 얻어 대학과 신학의 수업과정을 잘 마칠 수 있었음을 아들 이승만 목사는 평생 잊지 못한다.” “아버지처럼 동거동락 해 주신 김학수 선생님… 참으로 위대한 스승 김학수 선생님의 희생적 사랑은 흡사 예수님의 제자사랑에 견줄 수 있으리라.” 하나님께서는 승만 승규 형제로 하여금 다윗과 요나단처럼 아름답고 뜨거운 우의와 사랑을 나누며 살게 하셨다. 형과 아우는 각각 자기를 위하는 것보다는 형은 아우를 위해서 아우는 형을 위해서 사는 우의와 사랑의 삶이었다. “형제의 사랑은 고난과 위험을 치루는 동안 더욱 돈독해 질수록 형님은 나를 위한 배려가 컸다. 형님의 존재가 내 생애에 큰 전환점을 만드는 계기와 바탕이 되었음에 감사한다.” “그 당시 형의 마음은 모든 것을 다 동생에게 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나님께서는 형 승만 박사로 하여금 한국교회와 미국교회를 충실하게 섬기며 남북의 화해 꾼으로 귀하게 사역하게 하셨고, 동생 승규 장로로 하여금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사업계에 진출해서 마음껏 보람되게 사역하게 하셨다. 이승규 장로는 삼성맨으로, 신세계 백화점 초기의 경영 책임자로, 효성그룹의 상무이사로 롯데상사의 전무이사와 대표이사로, 고려인삼제품의 사장으로 마음껏 사역했다. 한강교회와 소망교회와 벧엘교회와 대덕교회의 장로로 교회를 충성스럽게 봉사했고 전경련 경제인조찬기도회의 운영위원으로 성화신학교 동문회의 총무로 기독교방송국의 운영위원으로 사회 복지 법인 성재원(장애인 복지시설)의 운영회장과 이사로 대전 시립 장애인 종합복지관 관장으로 사회 봉사를 마음껏 하게 하셨다. 그리고 아름답고 행복한 사랑의 가정을 이루게 하셨다. “믿음으로 만나 믿음 속에서 살아 온 우리 부부의 생활은 온전히 하나님의 보호와 인도하신 은혜였다. 하나님의 축복가운데 지내 온 지난 50년의 결혼생활을 회고하면서 제일 먼저 나의 입술에서 나온 것은 감사의 기도였다. 지난 50년을 회고해 보면 은혜로밖에 달리 설명할 수 있는 말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지난 50년의 삶이 감사한 것뿐이다.” 아내가 뇌졸중과 뇌출혈로 쓸어져 수술을 받는 슬픔과 아픔을 겪었지만 이승규 장로는 여전히 하나님의 한없는 은혜를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지나간 10년 동안 아내의 투병 생활 속에서도 축복해 주시고 선히 인도하신 하나님께 한없는 또 한없는 또 한없는 감사를 바친다. 믿음과 소망을 가지고 온전한 건강이 회복되는 날까지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본받아 아내의 불편함을 돕고 재활을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북에 있는 동생들이 순교신앙의 유산을 고이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볼 때 하나님의 놀라우신 보살핌의 손길을 보게 된다.
「고난 속의 행복한 삶」은 일부러 멋지게 쓰려고 지어낸 또는 과장된 픽숀(fiction)의 이야기들이 아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은 '슬픔'과 '아픔'의 눈물과 '감사'와 '기쁨'의 눈물로 쓰여진 감동과 감격의 진실한 논 픽숀(non fiction)의 이야기들이다.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감동과 감격의 진실한 이야기들이다. 70여 년 동안에 일어난 그 수 많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고 상세하게 기억해서 기록했는지 놀랍기만 하다. 나의 경험으로 말하면, 가슴에 깊이 느껴져서 새겨진 이야기들은 결코 잊혀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승만 목사님과 이승규 장로님과 어릴 때 평양 서문밖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하면서 지낸 일이 있다. 아니 나도 두 분과 너무나 꼭 같은 처지에서 민족의 ‘고난’과 ‘가난’과 ‘이별’과 ‘슬픔’과 ‘아픔’의 골짜기를 함께 걸어왔다. 하나님께서 나에게도 천사를 보내시어 따뜻한 도움과 보살핌과 사랑의 손길을 펴셨다. 너무너무 큰 축복을 베푸셨다. 결국 나도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고난 속의 행복한 삶」의 이야기는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이다. 나의 형님 뻘 되는 이승만 목사님과 이승규 장로님에게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과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한다. 북에 살고 있는 동생들에게 하나님의 도우시는 은혜와 사랑과 위로가 항상 함께 하시기를 기원한다. 이산 가족 모두에게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과 긍휼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속히 화해와 통일의 기쁨을 주시기를 기도한다. “저녁에는 울음이 기숙할찌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시30:5). “주께서 나의 슬픔을 변하여 춤이 되게 하시며 나의 베옷을 벗기고 기쁨으로 띠 띠우셨나이다”(시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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