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교회 원로/선교목사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명예교수,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한국세계선교협의회 공동회장
제목 :
"손자와 할아버지의 사랑 이야기"(1)
나는 우리 강변교회 성도들에게 손자 손녀들에게 집착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손자 손녀들에게 집착하는 나머지 가끔 새벽 기도는 물론 저녁 예배를 빼 먹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는 주일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강변교회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손자 손녀들을 예뻐할 때 나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미안하다.
그러던 내가 지금 손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물론 나의 경우는 손자들 때문에 새벽 기도나 저녁 예배를 빼 먹는 일이 없었고 나의 손자들도 저녁 예배를 빼 먹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손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손자들에 대한 사랑이 주님과 성도들에 대한 나의 사랑에 보다 진한 감정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손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누군가를 무지하게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 그의 한 평생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어머니가 될 수도 있고 아들과 딸이 이 될 수도 있고 손자 손녀나 할아버지가 될 수도 있고 유아 유치 유년 초등 어린이들이 될 수도 있고 목사님이 될 수도 있다. 사랑의 감정은 세포와 신경과 몸에 사랑을 심는다.
나는 지난 4개월 동안 손자들과 친밀한 사귐을 가졌다. 그리고 이틀 전에 손자들이 모두 선교지로 떠났다. 지난 4개월 동안 나는 특히 둘째 손자인 수혁이와 친밀한 사귐을 가졌다. 지금 생후 1년 5개월 되는 손자 수혁이는 할아버지를 무지 좋아했고 무지 예뻐했고 무지 사랑했다. 물론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좀 귀찮아하면서도 무지 좋아했다.
집이나 교회에 걸려 있는 사진들은 물론 책과 신문에 실린 할아버지의 사진을 찾아 보고 가리키면서 ‘하부지 하부지’ 하면서 수혁이는 좋아했다. 그런데 그것이 한 두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매일 반복되고 매번 반복되는 것이었다. 신문에 실린 아주 작은 할아버지의 사진을 찾아 보고는 신이 나서 ‘하부지’ 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좋아했다.
수혁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내가 새벽 기도에 갔다 와서 잠깐 자는 (아침 모임이 없을 때) 침대로 와서 나를 깨운다. 안경을 가져다 주고 바지를 가져다 주고 그리고 일어나서 자기를 안으라고 한다. 그리고 이 방 저 방으로 가자고 한다. 물론 할아버지 사진부터 찾아보고 그리고 예수님 사진과 제자들 사진을 찾아본다. 그리고 같이 놀자고 한다.
집에서 식사를 할 때는 반드시 내 무릎에 앉는다. 그리고 나와 함께 음식을 먹는데 많은 경우에 내 입에 음식을 넣어준다. 나는 받아서 먹어야 하고 수혁이에게 음식을 넣어주곤 한다. 사랑은 함께 먹는 데서 자라는 것 같다. 나는 동혁이가 좋아하는 딸기를 자주 사다 주곤 하는데 동혁이는 “할아버지는 왜 우리에게 잘 해 주어요?” 라고 말한다. 떠나는 날에도 나는 딸기를 사가지고 들어갔다.
수혁이는 할아버지와 함께 차를 타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빵빵 타고 어야 가자”고 하면 너무너무 좋아한다. 그러면 의례 내 신발을 내 방에까지 가지고 와서 빨리 신으라고 한다. 최근에는 설악산까지 가서 신나게 놀았다. 동혁이 수혁이와 함께 눈 썰매도 신나게 탔다. 산에도 올랐고 바다에 가서 배도 탔다. 날아가는 새들을 보고 너무너무 좋아했다.
필리핀으로 떠나는 날 나는 좀 일찍 집으로 갔다. 잠을 자고 있는 수혁이 옆으로 가서 한동안 함께 잠을 잤다. 조금 후 잠이 깨었지만 수혁이는 할아버지의 배 위에 엎드려 한 시간 동안 단잠을 잤다. 공항에 가서 마지막 놀이를 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자기를 따라 오라고 했다. 의자에 앉아서 스티커를 자기 손과 할아버지 손에 붙여주며 좋아했다.
할아버지 품에 안겨 떠나는 기도를 모두 함께 드린 후 공항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손자를 향해서 ‘바이 바이” 라고 하자 수혁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집에서 ‘바이 바이’ 해도 울지는 않았는데 느낌이 달랐던 것 같다. 계속해서 울면서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필리핀에 도착한 다음 날에도 사진을 보면서 ‘하부지 하부지’를 불렀다고 한다.
누군가를 무지하게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은 그의 한 평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는 수혁이와의 사랑을 생각하면서 어머니와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을 생각해 보았고 철원이와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을 생각해 보았으며 우리 주님과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을 생각해 보았다. 사랑은 종류는 다르지만 그 색깔은 비슷하다. 상호 영향을 미친다.
누군가를 무지하게 좋아하고 사랑하고 보고 싶어하는 것은 아주 좋은 것이다. 사도 바울에게도 그런 감정이 풍부했다. 나는 동혁이와 수혁이를 무지하게 좋아하고 사랑하고 보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 사랑의 감정은 나로 하여금 주님과 어린이들과 다른 사람들을 보다 뜨겁고 진하고 아름답게 사랑하도록 만든다. 사랑은 우리의 세포와 몸에 사랑을 심는 것 같다. (2007.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