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배 박사의 “기독교 영성과 사회윤리”에 대한 논평 (제13회 기독교학술원 학술대회, 5.6 목 오후2시, 한국백주년기념관)
논평자는 박봉배 박사님께서 발표하신 “기독교 영성과 사회윤리”를 읽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복잡하고 광범위한 기독교 윤리의 동향과 문제를 질서 정연하게 분석하면서 바른 방향을 제시해주었기 때문이다. 그 복잡하고 광범위한 기독교 윤리의 동향과 문제를 각각 신론, 기독론 또는 성령론에 기초하거나 연관시키면서 분석한 것이 뛰어난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명령을 중심한 신론적인 윤리체계”와 “그리스도를 통한 새로운 존재가 된 인간이 자기 자신을 그대로 행동으로 표현하면 된다는 기독론적인 자기표현적 윤리”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오늘의 기독교 윤리의 주소는 신관적인 윤리에서 기독론적인 서술적 윤리로 전환되어 왔다고 지적한다. “1960년 대까지의 기독교 윤리는 신관 중심적인 하나님의 명령과 복종의 윤리로 일관되어 왔다. 즉 하나님의 말씀을 어떻게 바로 듣느냐의 문제였고 하나님의 말씀에 어떻게 복종하는 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절대적인 명령과 복종의 윤리체제는 자칫 잘못되면 복종만을 강조하는 형식주의에 빠질 수가 있고 극단적으로는 율법주의를 결과할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런 점에 유의하여 1960년대부터 대두되기 시작한 새로운 윤리사상은 타율적인 명령이나 규범보다는 행동의 주체로서의 인간 자신의 문제를 중요시하는 경향성을 띠게 되었다. 그러한 윤리체제는 그리스도를 통해 새 사람이 된 인간에 초점을 두는 기독론적인 윤리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자기표현의 윤리(descriptive ethic)가 나타나게 된다. 인간은 칭의를 통하여 새 사람이 되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오늘날 상황윤리학자들이 말하는 서술적 윤리의 근거를 찾아보게 된다. 그러나 문제점은 아무리 구속을 받은 존재라 할지라도 그렇게 아무런 흠 없이 완전하고 선한 삶을 살 수가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신 중심적인 윤리가 하나님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만을 강조하여 우리가 행동해야 하는 상황을 소홀히 생각하는 것이 문제였다면 그리스도를 통한 새로운 인간성을 강조하여 인간이 자유로이 상황에 따라 행동하면 그만이라는 표현윤리는 오히려 신률적인 윤리보다도 더 큰 문제를 결과한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자율적 입장을 경시하는 입장과 인간의 자율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이러한 두 극단 사이에서 새로운 윤리형태를 찾아볼 수는 없을 것인가?”
“여기서 나는 그 해결책으로 성령론적인 윤리의 가능성을 제안하는 바이다. 신률적 명령 일변도의 윤리와 기독론적 인간의 자율 일변도의 두 극단 사이에 성령론적인 윤리의 새로운 지평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성령은 분명히 타자이신 하나님의 영이시다. 그러나 그 분은 인간안에 거하시면서 우리들로 하여금 올바른 삶을 살도록 인도하시는 분이시다. 타자이신 하나님이 우리 안에 임재하시면서 우리들로 하여금 올바르게 살도록 역사하시는 분이시다. 여기에서 인간의 타률과 자률이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하나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하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성령론적인 윤리의 가능성을 시사한 신학자는 멀리는 John Wesley이고 현대에 와서는 Helmut Thielicke라고 생각된다.” “Helmut Thielicke의 경우 하나님의 타율적인 명령과 인간의 자율적인 행동이 성령 안에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타율과 자율이 성령 안에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에 행동의 주체는 내 안에 내재하시는 성령의 지시를 받아 행동하는 새로운 존재인 인간 자신이다. 신관과 기독론이 성령론적으로 하나가 되는데 새로운 윤리의 방향 설정이 가능하지 않겠느냐 하는 제안이다.”
아주 멋진 발상이고 바람직한 제안이다. 박봉배 박사님은 계속해서 기독교 윤리를 개인윤리와 사회윤리로 구분하여 고찰한다. 그리고 기독교의 영성은 사회윤리와 직결된다고 지적한다. 올바른 지적이다. “개인윤리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개인 생활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중심이 된다. 그리고 사회윤리는 개인적인 삶을 넘어서 우리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중심이 된다. 국가에 정직하게 세금을 내야 하는가? 그리스도인들도 군인으로 나가야 하는가? 등등의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사회윤리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타자를 위한 존재, 위임 받은 대리자인 그리스도인들이 이웃을 억압하는 독재자에게 대하여 분연히 일어나서 대항하여야 한다는 입장에 섰던 Bonhoeffer, Barth, Martin Luther King 등은 그리스도인들이 이웃이 당하는 불의에 대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말해주는 사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견지에서 기독교인들의 영성과 사회윤리는 직결되어 있다고 결론짓고 싶다.”
논평자가 박봉배 박사님께서 발표하신 “기독교 영성과 사회윤리”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공감하면서 한 가지 제안을 해 본다. 기독교 윤리 및 기독교의 영성을 신론, 기독론 또는 성령론에 기초하거나 연관시키면서 분석하고 이해하고 제안하는 것은 당연하고 필연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인간의 존재와 삶은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과 필연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 삼위 하나님을 떠나tj 우리 인간의 존재와 윤리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허무한 일이고 망령된 일이기 때문이다. 창조주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을 떠나서, 십자가에 나타난 예수님과 그분의 긍휼과 용서와 사랑을 떠나서, 오순절에 오신 성령님과 그분의 내주하시고 도와주시고 감화 감동하심을 떠나서 우리는 우리의 존재와 삶을 생각할 수도 영위할 수도 절대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데 문제가 있다.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으로 충만하고 예수님과 그분의 사랑으로 충만하고 성령님과 그분의 감화로 충만한 사람들이 모두 부족한 삶을 살았고 때로는 서로 싸우면서 살았기 때문이다. 선지자 아가보와 사도 바울이 모두 말씀과 성령에 충만했지만 정 반대의 입장에 섰고, 바나바와 사도 바울도 다른 입장에 섰으며, 칼빈과 루터와 쯔빙글리와 웨슬레도 서로 다른 입장에 섰기 때문이다. 성부 하나님이나 그분의 말씀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나 그분의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성령님이나 그분의 감화 감동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전통과 다양한 기질을 지니고 사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모두 부족하고 모두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논평자는 한 가지 타당한 실제적인 비결을 발견했다. 동일하신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서 살려고 애를 쓴 과거의 수 많은 믿음의 선배들을 바라보고 비교하고 배우면서 바로 살도록 애를 쓰면서 사는 삶의 비결이다. 사랑의 사도 성 프랜시스를 바라보고 또 바라보면, 사랑의 사도 손양원 목사님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면, 그리고 수많은 믿음과 사랑과 겸손의 선배들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면 나의 존재와 삶에 조금씩, 조금씩 변화가 나타남을 발견한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 없는 대화를 하면서 사는 삶이다. 그것은 또한 미래와 현재와의 끊임 없는 대화를 하면서 사는 삶이다. 그래서 조금은 겸손해지고 조금은 포용적이 되고 조금은 책임감 있게 되는 삶이다. 그러면 사회윤리의 바른 모습도 조금씩 나타난다. 나는 이것을 가리켜 “역사적 안목”을 지니면서 사는 “균형 잡힌” 삶이라고 부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