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교회 원로/선교목사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명예교수,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한국세계선교협의회 공동회장
제목 :
비관주의적 낙관주의
어거스틴의 역사관 또는 현세관을 “비관주의적 낙관주의”(pessimistic optimism)라고 묘사한다. 예일대학의 역사신학교수 자로슬라브 펠리칸 박사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삶에 대한 비관주의(pessimism about life)와 하나님에 대한 낙관주의(optimism about God)”라고 기술했다.
나는 이 두 가지 견해를 너무 좋아한다. 자신이나 세상을 바라보면 어두워지지만 하나님과 하늘을 바라보면 언제나 밝아진다. 금년 신년 하례 모임에서 한기총의 대표회장은 지금은 핵과 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위기의 때라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같은 자리에서 KNCC의 회장은 전쟁을 포함한 모든 일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기 때문에 우리는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정치적 상황 때문에 또는 경제적 상황 때문에 지나친 염려와 두려움에 쌓일 필요는 없다. 전쟁의 위기를 너무 강조할 필요도 없다. 당장에 이곳 저곳에서 땅굴이 터지고 미사일이 날아와서 남한이 불바다가 될 터이니 한국교회는 모두 시청 광장에 모여 반북 궐기기도회를 열어야 한다고 과민반응을 나타내는 우익 인사들도 있고, 미군철수등 반미운동을 벌이면서 우리의 주권을 우리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고 과잉반응을 나타내는 좌익 인사들도 있다.
물론 모두가 대한민국을 위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치적인 문제로 지나친 대결 양상을 나타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바울은 이스라엘의 구원에는 최대의 관심을 두었지만 나라회복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현실에 무책임하자는 말은 아니지만 현실과 나의 생각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는 것이다. 우익성향의 사람들은 좌익성향의 사람들을 너무 극단적으로 정죄하고 욕하며 화내지 말고, 좌익성향의 사람들은 우익성향의 사람들을 너무 극단적으로 정죄하고 욕하며 화내지 말자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모두 나라 사랑하는 당이라고 생각해주자는 것이다. 물론 그 속에는 개인적인 야망이 조금씩은 도사리고 있지만…
사실 그런 것이 없는 곳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교회의 연합과 일치운동이 잘 되지 않는다고, 저마다 회장이 되려고 교회선거에 돈을 좀 뿌렸다고 너무 속상해 하고 비관적이 되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그런 사회와 교회를 만들지 않았는가? 현실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존중하며 자기의 처지에서 스스로 고치면서 최선을 다하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이다. 자기의 사업이 잘 되지 않는다고 자기의 교회가 성장하지 않는다고 너무 속상해 하거나 비관적이 되지 말자는 것이다. 자기의 처지에서 정직하게 일하면서 최선을 다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무화과 나무가 무성치 못하며”와 “나 가진 재물 없으나”의 고백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면서도 왜 현실과 나의 생각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인가? 땅의 것에 대한 집착과 욕심을 버리고 하늘을 바라보는 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최근 한경직 목사님과 사도 요한과 송명희 시인과 성 프랜시스를 바라보면서 조금씩 버리는 연습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버릴수록 여유롭고 즐거워진다.
물론 전쟁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결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면서도 이라크에서의 전쟁은 일어날 수도 있다는 방관적 입장을 취하는 보수주의자들도 있다. 그것은 기독교정신은 고사하고 인도주의정신에도 맞지 않는 이기적이고 모순된 입장이다.
전쟁은 어디서나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미국 내정에 간섭하는 말이 아니다. 세계의 평화를 위하는 인류 양심의 소리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전쟁이 일어나도 너무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다 죽는 것처럼 극단적으로 비관적이 될 필요도 없다. 사실 예수님은 역사의 마지막에는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는 난리와 전쟁이 일어난다고 예언했다.
그래서 로마가 함락되던 때 어거스틴은 하늘을 바라보라고 충고했다. 물론 전쟁을 기다리거나 정당화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전쟁을 포함한 모든 일이 우리 하나님의 선하신 손 안에서 일어남을 믿으며 하나님과 하늘을 바라볼 때 우리는 평안과 여유와 감사와 기쁨을 누리는 낙관주의자들이 된다는 것이다. “차라리 포로가 되었으면!”이라는 고백도 하게 된다.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자. 땅에 대한 집착과 애착을 하나하나 버리고 빈 마음을 가지고 회개하며 하나님과 하늘을 바라보면서 살자. 나에게 주어진 남은 시간 주님을 더 뜨겁게 사랑하고 이웃을 더 뜨겁게 사랑하고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 만물을 더 부드럽게 사랑하며 하늘을 바라보자. 그리고 주님 안에서 즐겁고 기쁘게 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