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이중표 목사님 감사합니다. 한신교회 성도 여러분 감사합니다. 못난 우리들에게 손양원 목사님, 한경직 목사님, 이중표 목사님 같은 보화들을 보내주신 하나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못난 우리들과 함께 보화로운 존재로 살아주신 이중표 목사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보화로운 이중표 목사님과 함께 눈물로 주님을 섬겨오신 한신교회 성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오늘 저녁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던 이중표 목사님을 떠나 보내면서 마지막으로 여기 함께 모였습니다. 여러분들에게 말씀을 전하기 전에 먼저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던 이중표 목사님에게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씀과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 같은 위선자와 속물을 친구로 대해 주시고 친밀한 사랑을 나타내 보여주신 이중표 목사님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주님 앞에 벌거벗은 모습으로 진솔한 모습으로 청빈의 모습으로 살아오신 이중표 목사님 앞에 저는 위선자와 외식자와 탐욕자로 살아온 것을 부끄럽고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를 불쌍히 여겨주시고 천국에서도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한 말씀 더 드립니다. 이목사님이 가장 존경하시던 이동휘 목사님의 아들과 손자가 지금 여기 와 있습니다. 이목사님께서 반가워하실 줄 압니다. 이제 여러분들과 함께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던 이중표 목사님의 삶의 모습을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보겠습니다.
첫째, 제가 만난 이중표 목사님은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바나바가 착한 사람이었던 것처럼 이중표 목사님은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손양원 목사님과 한경직 목사님이 착한 사람들이었던 것처럼 이중표 목사님은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사실 착한 사람의 원형은 예수님 자신이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예수님을 증거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가 두루 다니며 착한 일을 행하시고"(행10:38). 목사라고 다 착한 사람은 아닙니다. 함께 있으면 불편한 목사님들도 있고 함께 있으면 재미가 없는 목사님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중표 목사님과 함께 있으면 언제나 편안하고 언제나 재미있고 언제나 좋고 언제나 행복했습니다. 착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한 평생 살고 나서 깨달은 것인데, 제일 좋은 사람은 미남 미녀도 아니고 설교를 잘 하는 사람이나 능력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착한 사람이란 것입니다. 이중표 목사님은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이중표 목사님이 작년에 병원에 입원했을 때 저는 10월 18일 이 목사님에게 이런 편지를 써서 띄운 일이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서로를 좋아하고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전화로 인사를 나누며 목소리를 들을 때 우리는 아이들처럼 반가워 하며 좋아했습니다.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면서 빵 한 조각을 서로 나누면서도 정을 느끼곤 했습니다. 지난 여름 사할린에서 열린 CIS 선교사대회에 참여하여 함께 먹고 자고 놀고 지내면서 마냥 즐거워하고 좋아했지요. 날마다 이 목사님과 단 둘이서(때로는) 울창한 산속 길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고 마음과 말을 주고 받았을 때 우리는 연인 같은 느낌마저 가졌습니다. 작년 성탄절 때 카드 속에 써서 보낸 목사님의 정감이 넘치는 편지를 지금도 찬송가 속에 넣고 다닙니다. ‘성탄절이 오면 생각나는 분이 있습니다. 김목사님을 좋아하는 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즐거움입니다. 오늘도 하늘 아래 가까운 곳에 김 목사님이 있다는 마음으로 하루가 잘도 지나갑니다. 지난해와 같이 서로 기뻐하면서 또 새해를 살아갑시다.” 이렇게 서로 좋아하고 서로 사랑하던 착한 사람이 우리 곁을 떠나게 되어, 우리의 마음이 얼마나 허전하고 얼마나 쓸쓸하고 얼마나 서글픈지 모르겠습니다.
둘째, 제가 만난 이중표 목사님은 약한 사람이었습니다.
바나바가 약한 사람이었던 것처럼 이중표 목사님은 약한 사람이었습니다. 손양원 목사님과 한경직 목사님이 약한 사람들이었던 것처럼 이중표 목사님은 약한 사람이었습니다. 사실 약한 사람의 원형은 예수님 자신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셨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늘 영광을 버리셨고 머리 둘 곳이 없으셨고 나귀 새끼를 타셨고 채찍에 맞으셨고 마지막에는 몸에 걸칠 옷 한 벌 없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은 약한 분의 원형이셨습니다. 사도 바울도 자기는 약하다고 고백했습니다. 목사라고 다 약한 사람은 아닙니다. 너무 강해서 함께 있기가 불편한 목사님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중표 목사님과 함께 있으면 부담이 조금도 없었습니다. 약한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버리셨기 때문입니다. 성 프랜시스가 모든 것을 버리고 약해졌던 것처럼 이중표 목사님도 모든 것을 버리고 약해졌습니다. 소유는 물론 건강도 권위도 명예심도 영광도 다 버리고 약해지셨습니다.
이중표 목사님이 병상에서 쓴 글을 인용합니다. “나는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일반적으로 명예심은 없다. 그래서 사람 많은 곳은 싫어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지금도 내 이름 석자를 사상, 희생, 업적, 죽음으로 남기고 싶어하는 마음은 충천하다. 그런 명예심의 일념 때문에 별세신학을 남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나의 정체성을 아시는 주님께서 손을 쓰셨다. 나에게 별세는 내 영광을 십자가에 못 박는 것임을 깨닫게 하신 것이다. 나는 14 시간의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에 돌아와 주일을 맞았다. 면회 시간에 교인 몇 명이 들어와 ‘목사님의 수술이 잘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교인들이 축제 분위기입니다’ 라고 전해주었다. 순간 내 속에서 ‘4수 하는 종에게 축제 분위기라니…’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세 4수에 들어온 종에게 축제라니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날 밤은 참으로 무섭고 떨렸다. 눈을 뜨나 감으나 사탄이 나타나 나를 사로잡아 캄캄한 어두움으로 끌고 가려 했다. ‘주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사탄아 물러가라’ 하고 외쳤으나, 물러갈 생각도 않고 큰 용이 내 몸을 휘감을 듯 달려들었다. 나는 생명의 위협을 느껴 살려달라고 외치고 외쳤으나 응답 없는 흑암이었다. 헛소리…. 사탄과의 나의 싸움은 그렇게 밤새도록 계속되었다. 누가 그 싸움의 절박감과 공포를 제대로 알 수 있을까. 밤이 지나고 드디어 하늘로부터 천둥 번개가 치면서 빛이 내리고 ‘축제를 못 박아라. 영광을 못 박아라’는 음성이 우레처럼 들렸다. 그리고 사탄은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그날 밤 다시 살아났다. 그리고 하늘이 열렸다.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밤이었던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친다.”(「나는 죽어도 행복합니다), pp.77-79). 이중표 목사님은 우리 범인들이 도저히 따를 수 없는 깊은 경지의 버림과 약함에 도달했습니다. 강한 사람, 지혜로운 사람,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 이 시대에 우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처럼 약해진 약한 사람 이중표 목사님을 몸으로는 다시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신비로운 보화를 잃은듯한 허전함과 쓸쓸함과 서글픔을 느끼고 있습니다.
셋째, 제가 만난 이중표 목사님은 눈물의 사람이었습니다.
손양원 목사님과 한경직 목사님이 눈물의 사람들이었던 것처럼 이중표 목사님은 눈물의 사람이었습니다. 사실 눈물의 사람의 원형은 예수님 자신이었고 사도 바울 자신이었습니다. 이중표 목사님은 눈물을 많이 흘린 눈물의 사람이었고 그리고 눈물을 많이 흘리게 한 눈물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분의 버림과 무욕과 착함과 약함의 삶은 눈물을 자아내게 만드는 감동 자체였습니다. 저는 이중표 목사님을 바라볼 때 마냥 즐겁고 마냥 좋으면서도 가슴속에는 감동의 눈물이 흐르고 있음을 느끼곤 했습니다.
제가 지난 7월 7일 아침 이 목사님의 별세의 소식을 듣고 쓴 이중표 목사님에게 띄운 글의 일부를 여기 옮깁니다. “바로 이틀 전 목사님을 찾아 뵌 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나 그때 저는 목사님과 눈에 눈을 맞추고 목사님의 손을 꼭 붙잡고 기도를 하기 시작했을 때 ‘살아계신 하나님 아버지!’ 라고 하고는 더 이상 기도의 말을 이을 수가 없었습니다. 눈물이 가슴과 목에 가득 찾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참 만에 다시 ‘살아계신 하나님 아버지!’ 라고 기도를 시작하고는 마치 임종 기도를 하는 것 같은 기도를 드렸지요. 폴리캅과 프랜시스와 손양원 목사님의 이름을 열거하면서 사나 죽으나 혼탁한 한국교회에 오직 주님 사랑을 순수하게 나타내 보이게 하시고, 오직 십자가의 주님만을 순수하게 나타내 보이게 해 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했지요.”
이중표 목사님은 눈물을 많이 흘린 눈물의 사람이었고 그리고 눈물을 많이 흘리게 한 눈물의 사람이었습니다. 목사라고 다 눈물을 흘리는 눈물의 사람은 아닙니다. 저와 같이 눈물이 없는 메마르고 굳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중표 목사님은 그의 가슴과 마음과 생각과 말과 글에 눈물을 가득하게 담고 사신 눈물의 그릇이요 눈물의 화신이었습니다. 이중표 목사님이 수년 전에 쓰신 「눈물을 먹은 마음」의 책 머리말의 한 부분을 인용합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은 내 가슴 속에 담아 주신 눈물이다. 내가 다시 또 받고 싶은 은혜가 있다면 주님이 울려주는 감동이요, 내가 주님께 드리고 싶은 보화가 있다면 내 마음의 눈물이다. 눈물은 진실을 담은 고백이다. 눈물은 양심의 이슬이다. 눈물은 사랑의 샘물이다. 이 눈물을 고스란이 주의 병에 담아 주님께 드리고 싶어 주님 만날 그 날을 사모하며 눈물을 흘리며 오늘도 산다." 바로 지난 성탄절에 저에게 써서 보낸 성탄 카드에도 눈물이란 말이 씌어있었습니다. “님이 그리워 성탄이 온다. 성탄이 오면 고마운 님이 생각난다. 주님이 님을 찾아 세상에 오시듯 나도 님을 찾아 세상을 찾아 나선다. 나에게 님으로 만나주신 목사님께 눈물겹도록 고마운 생각이 든다......" 눈물이 메마르고 눈물이 너무나 소중한 이 시대에 우리는 눈물의 사람을 잃은 깊은 슬픔에 허전함과 서글픔에 쌓여 있습니다.
이중표 목사님은 이제 몸으로는 우리 곁을 떠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착한 사람, 약한 사람, 눈물의 사람 이중표 목사님을 몸으로는 이 세상에서 다시 만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허전함과 쓸쓸함과 서글픔과 공허함에 쌓여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손동희 권사님이 고백한 대로, 이 모든 슬픈 일이 하나님의 선하신 섭리 가운데 이루어진 일임을 알기 때문에, 그리고 이중표 목사님이 하나님께서 우리 한국교회에 주신 귀하고 보배로운 선물임을 알기 때문에, 하나님께 무한한 감사와 영광을 돌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시간 이중표 목사님이 보여주셨던 주님 닮은 삶을 살기로 작정을 합니다. 착한 사람이 되기로 다짐을 합니다. 약한 사람이 되기로 다짐을 합니다. 눈물의 사람이 되기로 다짐을 합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중표 목사님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이중표 목사님, 조만간 천국에서 만나 뵙겠습니다. 하나님의 위로와 축복이 이중표 목사님에게 영원토록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이중표 목사님 사랑합니다! <사도행전11:24, 한신교회분당성전(2005.7.10.저녁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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