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평신도 리더십의 동역자, 크리스천 라이프 매거진 「빛과소금」은 2005년 4월 창간 20주년을 기념하여 교계 대표 20인을 대상으로 설문을 조사하려 합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 크리스천이 사회 속에서 가져야 할 정체성과 감당해야 할 사명에 대한 것으로, 이 자료를 통해 한국 평신도와 교회가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며 재도약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바쁘신 사역 가운데 설문을 요청 드리오며 김명혁 목사님의 가감 없는 견해와 깊은 통찰력을 부탁드립니다. 설문에 대한 더 자세한 사항은 직접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역 가운데 주님의 은혜가 더욱 함께하시기를 기도하며 감사드립니다.
1 크리스천은 시대를 막론하고 그 정체성이 하나일 것입니다. 그러나 21세기, 2005년을 살아가는 현대 크리스천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날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삶의 현장에서 부딪히고 있습니다. 2005년 현대를 살아가는 크리스천의 정체성은 무엇입니까.
정체성 인식에 있어서 한 편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양면적 인식이 필요합니다. 크리스천은 세상과 나라와 가문에 속해 있으면서도 하늘과 하나님 나라와 그리스도에 속한 사람입니다. 오늘의 현재에 살고 있으면서도 종말적 영원에 살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문화와 관련되어 있으면서도 그것에 집착하거나 붙잡히지 않고 그것에 초연하면서도 그것에 영향을 미치며 살아갑니다. 육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영적인 존재로 살아갑니다. 결국 크리스천은 이 세상에서 살면서도 주님이 가신 길을 따라 천국을 향해 나그네로 걸어가며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2 현대 크리스천이 세상 가운데서 빛과 소금으로서 감당해야 할 역할은 무엇입니까. 어떠한 모습으로 사회 속에서 빛으로 소금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까.
소금으로 산다는 것은 자기를 죽이고 희생하는 삶입니다. 낮아지는 삶, 나타나지 않는 겸손한 삶을 사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세상을 깨끗하고 맛있고 살맛 나게 만드는 삶을 사는 것을 말합니다. 빛으로 산다는 것은 주님의 빛을 받아 소망과 사랑과 생명과 기쁨을 전달하는 전도와 봉사의 삶을 사는 것을 말합니다. 말을 너무 많이 하지 말고 이론을 너무 거창하게 펴지 말고 자기가 있는 곳에서 조용히 부드럽게 섬김과 나눔과 희생의 삶을 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3 현대에 이르러 크리스천과 교회는 그 힘을 잃어가며 회개와 자성의 기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크리스천이 되기 위해 우리가 극복해야 할 약점과 위기는 어떤 부분입니까.
크리스천과 교회의 힘은 외형적 및 양적 성장에서 오지 않습니다. 중세의 교황 인노센트 3세가 자기를 찾아온 신학자에게 부강해진 교회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박사님, 이제는 우리가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라고 말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 때 신학자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교황님,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내게 있는 것으로 네게 주노니 곧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걸으라’ 라고 말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약점과 위기는 중세교회가 지녔던 외형적 및 양적 성장과 부강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도 크고자 하는 제자들의 잘못을 지적했습니다.
4 현대 크리스천이 세상의 가치관과 문화를 성경적 세계관과 복음적 문화로 재창조해 나가기 위해 훈련하고 갖추어야 할 덕목은 무엇입니까.
그리스도와 문화와의 관계의 문제는 오래된 문제이고 영속적인 문제인데 그 관계를 바로 인식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합니다. 세상의 가치관과 문화에 대한 ‘적대적’ 태도, ‘적응적’ 태도, ‘종합적’ 태도, ‘이원론적’ 태도는 모두 한 편으로 치우칩니다. 어거스틴 칼빈 에드워즈 등이 가르친 ‘변혁주의적’ 태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세상의 가치관과 문화에 대한 부정과 비판의 과정을 거친 후 그것을 복음으로 세례 받게 해서 새로운 질적 의미를 지닌 가치와 문화로 탈바꿈 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거슬러서’ ‘연계하여’ ‘성육적으로’ 사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기독교와 크리스천의 본래적 자질과 기능을 회복”하여야 하고, “기독교의 본래적인 신적 동력을 회복”(도슨) 하여야 하며,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고 하나님의 계시 앞에서 사는 삶과 인간에 대한 윤리와 가치와 의미를 긍정하는” (쉐퍼)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 교회에서 문화 사역을 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현대적 음악 무용 경배와 찬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문화적 양식의 적용을 너무 부정적으로 거부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무조건 긍정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즉 시대적으로 변하는 문화적 유행의 양식에 대해서 무조건 거부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현대인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특히 젊은이들의 정서를 자극하기 위해서 현대적인 문화의 양식을 그대로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문화적 양식의 표현과 문화적 양식의 흥분 때문에 복음의 본질이 가리워지고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중세 교회가 소프라노를 소년 소프라노로 대체한 일이 있습니다. 성인 여성으로 할 때 기교적인 것이 많이 나타나서 종교적 순수성이 결여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설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바울은 헬라의 유식한 지혜를 거부했고 로마의 멋진 웅변술을 거부했습니다. 어리석게,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소박하게 십자가를 전했습니다. 설교도 너무 유창하게 하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설교가 그럴진대 '경배와 찬양'도 장점이 있지만 문제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춤추고 흥분되어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것이 순수한 복음적 열정에 의한 것인지 또는 문화적 유행과 양식에 의한 것인지를 몰라서 종교 지도자나 평신도들이 스스로 속아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점을 상당히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세속적인 문화적 양식을 세례를 주어 복음화 및 기독교화 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너무 성급하게 문화적 양식을 도입할 할 필요는 없습니. "고요한 밤”의 노래가 복음화 되는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렸습니다. 문화가 세례를 받아야 합니다. 시간과 과정이 필요합니다. 복음의 능력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서 세례를 받으면 이교적인 종교 절기도 기독교적인 절기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너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는다면 하나님 찬양과 복음 전파를 모든 문화적 양식과 매체를 동원하여 총체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소고 치며 춤 추어 찬양하며 현악과 퉁소로 찬양하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6 이 시대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또 그 선정 이유도 함께 소개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최근에 강변교회에서 시리즈로 설교한 “별과 같이 빛나는 사람들”의 주인공들 중의 몇 분들인 장기려 박사님, 조만식 장로님, 이승훈 장로님, 이기풍 목사님, 주기철 목사님, 손양원 목사님, 한경직 목사님, 이성봉 목사님, 박윤선 목사님 등이 그런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공통적인 이유들로는 저들은 자기들을 위해서 살지 않고 오직 주님을 위해서 오직 교회와 나라를 위해서 자신들을 희생하면서 진실과 겸손과 검소와 사랑으로 사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7 목회자와 달리, 평신도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교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평신도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사실 사회 구석 구석에 실제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은 목회자들보다는 평신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신도들이 있는 곳에서 정직하고 검소하고 사랑스러운 삶을 살도록 힘을 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8 지식과 정보의 홍수 속에 크리스천도 수많은 영적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현대 크리스천이 혼탁한 영적 세대 가운데 영적으로 성숙하고 그 영향력을 넓혀 나가려면 개인의 훈련과 함께 교회의 교육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 교회가 지원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위에서 언급한대로 크리스천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도와주어야 하고 크리스천으로서의 삶을 살도록 격려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기 위해서는 기도의 훈련 예배의 훈련 성경공부의 훈련과 함께 전도와 봉사의 사역을 실천하도록 전도 및 봉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인들로 하여금 이 프로그램에 기쁨으로 참여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빛과 소금,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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