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산상 설교 중에서 하신 말씀이다. 구약의 가르침이 반드시 원수를 미워하라고 가르친 것은 아니었지만(레19:18,잠24:17,잠25:21,욘4:11),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신약시대의 유대주의적 신자들도 사마리아인들과 로마인들을 비롯한 이방인들을 증오하며 저주하고 있었다.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마저도 저들을 반대하는 저들의 ‘원수’들을 증오하며 저주하고 있었다. “주여 우리가 불을 명하여 하늘로 좇아 내려 저희를 멸하라 하기를 원하시나이까”(눅9:54). “하나가 손을 펴 검을 빼어 대제사장의 종을 쳐 그 귀를 떨어뜨리니”(마26:51).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이 예수님을 대적하는 가장 큰 ‘원수’들인 로마 군인들과 대제사장을 향해서 칼을 뽑아 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금하셨다. “네 검을 도로 집에 꽂으라 검을 가지는 자는 다 검으로 망하느니라 너는 내가 내 아버지께 구하여 지금 열 두 영 더 되는 천사를 보내시게 할 수 없는 줄로 아느냐”(마26:52,53).
기독교의 역사가 이천 여 년이 지난 오늘에도 나는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의 메아리를 듣는다. 내가 미국으로 유학을 간 첫 학교인 페이스 신학교에서 미국인 학생들이 다음과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듣고 나는 놀라움에 사로잡힌 일이 있었다. “우리는 불신자들을 사랑할 필요가 없다. 기독교를 반대하는 불신자들을 사랑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우리 거듭난 참된 신자들끼리만 사랑하면 된다.” 그런데 그 후 40여 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도 분노와 증오와 저주에 찬 비슷한 말을 하는 것을 들으면서 마음 한 구석에 서글픔을 느낀다. “우리는 하나님을 대적하는 원수들을 미워해야 하고 대적하여야 한다.” 물론 하나님에 대한 지극한 충성심 때문에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은 한다.
그러나 주님께서 우리들을 바라보시면서 무슨 말씀을 하실까를 생각해 본다. 이천 여 년 전에 하시던 같은 말씀을 또 다시 하시지 않으실까 라고 생각해 본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여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5:44). 자기를 박해하던 ‘원수’ 일본 사람들을 선대했던 조만식 장로님과 자기를 박해했던 ‘원수’의 우두머리 김일성 주석을 선대했던 장기려 장로님과 자기의 두 아들을 총살한 공산당 살인마를 용서하고 사랑했던 손양원 목사님을 다시 마음에 그려 본다. <기독교신문, 0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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