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사람이 2008년 1월 13일 강변교회에서 은퇴한 후 지난 17개월 동안 매 주일마다 그리고 주중에도 전국에 흩어져 있는 작은 교회들을 방문하고 설교하면서 사랑과 은혜를 나눌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먼저는 하나님께 그 다음에는 여러 작은 교회 목회자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방문한 100여 개 이상의 교회들은 평균 30명 또는 40명의 성도들을 가진 작은 교회들이었습니다. 15명의 성도들을 가진 아주 작은 교회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부족한 사람이 작은 교회들을 방문하면 저와 집 사람을 너무 고마워하고 좋아해서 미안하고 황송할 정도였습니다. 교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떡 세 개씩과 초콜릿 두 개씩을 나누어주고 어린이들에게는 스티커 한 개씩을 나누어주곤 하는데 모두들 너무너무 좋아했습니다.
우선 작은 교회들을 섬기고 있는 작은 교회 목회자 여러분들에게 존경과 사랑과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무한 경쟁의 시대에 살면서도 물량주의적 성공 병에 걸린 시대에 살면서도 여러분들이 열악한 환경 가운데 있는 작은 교회들을 떠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으면서 작은 교회들을 섬기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서도 여러분들은 존경과 사랑과 격려를 받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충청북도 보은 지역에 8개 교회가 있는데 평균 25명의 성도들을 가지고 있는 작은 교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지역주민들을 정성껏 섬기고 있었습니다. 창성교회의 사모님은 매일 새벽 기도회를 마치고 마을 할머니들을 자동차에 태우고 산을 넘어 시장에 데리고 가서 산 나물을 팔게 하고 오후에는 다시 가서 할머니들을 집으로 데려오곤 했고 몸이 아픈 할머니들에게는 암마를 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 사모님이 작년에 병이 들어서 병원에 입원을 하고 있었는데 그 지역에 있는 교회에 다니지도 않는 모든 사람들이 사모님을 방문해서 위로를 했다고 합니다. 큰 도시에서는 그런 감동적인 모습을 발견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저는 열악한 환경 가운데 있는 작은 교회들을 떠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으면서 작은 교회들을 섬기고 있는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게 진심으로 존경과 사랑과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행히 최근에 작은 교회들을 돕고 작은 교회들을 살려야 한다는 소리들이 여기 저기서 들리게 되어서 다행하게 생각합니다. 그와 같은 소리들이 또 하나의 인위적인 경쟁이나 인위적인 성장주의를 조장하지 않고 균형 잡힌 건강한 격려와 겸허한 사랑의 손길을 펴는 아름다운 결과를 가져오게 되기를 바랍니다.
예수님께서는 작은 일에 충성한 사람들을 다음과 같이 칭찬하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주인의 즐거움에 참예할지어다"(마25:21). 부활 승천하신 예수님께서 일곱 교회들을 내려다 보시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서머나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기를 처음이요 나중이요 죽었다가 살아나신 이가 가라사대 내가 네 환난과 궁핍을 아노니 실상은 네가 부요한 자니라”(계2:8,9). “라오디게아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기를 아멘이시요 충성되고 참된 증인이시요 하나님의 창조의 근본이신 이가 가라사대… 네가 말하기를 나는 부자라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 하나 네 곤고한 것과 가련한 것과 가난한 것과 눈먼 것과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하도다”(계3:14,17).
최근에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산학자중의 한 사람인 이종성 박사님은 칼빈의 가르침에 비추어서 한국교회의 변질된 모습을 바라보면서 서글픈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분석한 일이 있습니다. “칼빈은 신앙적으로 신학적으로 엄격히 정도를 걸어갔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장난치지도 않았고 수단을 부리지도 않았고 양보하지도 타협하지도 않았습니다. 칼빈신학에서 볼 때 현대교회는 용서할 수 없는 신앙의 범죄를 짓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회에 모인 이들이 과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함인가? 아니면 목사를 중심으로, 혹은 개인적인 어떤 종교심의 만족을 위해 모여 있는가를 따져본다면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교인들의 문제는 둘째고 지도자들이 타락했다고 생각합니다. 복음주의 위에 서 있지 않고 CEO 마인드가 되어 버렸습니다. 목자의 심정보다 성공주의적인 기업가 정신에 선 것은 어느 교회를 막론하고 큰 문제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내 제자들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구나 생각하면 마음에 상처가 됩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신학생이 많고 목회자가 되겠다는 이들도 많지만 과연 오직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왔을까? 목회가 성공하면 ‘수지 맞는다’고 생각하는 사고 방식도 많은 것 같습니다. 50년 전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에게 있던 순수한 마음을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제가 지난 2월 19일 잠실동교회에서 모인 모임에서도 지적했지만 제가 작은 교회들을 돌아보고 나서 느끼는 점 몇 가지를 다시 지적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많은 지역에 작은 교회들이 지나치게 많이 세워져서 난립하게 된 것은 한국교회가 전체적으로 한 번 자성해 보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제가 방문했던 100여 개 이상의 교회들은 거의 대부분 모두 신실하고 충성스럽게 주님과 교회를 섬기고 있는 아름다운 교회들이었습니다. 셋째, 대부분의 교회는 교인의 수가 너무 적고 재정적 여유가 없어서 어려움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넷째, 많은 교회들이 인근에 또는 조금 떨어져 있는 중형 지 교회들로부터 교인들을 빼앗기는 피해를 당하고 있었습니다. 다섯째, 거의 대부분의 교회들이 최근 미국 및 한국교회의 유행에 따라서 북 치면서 시끄럽게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여섯째, 한국교회는 이제 대형교회로의 무한한 교회 성장을 중단하고 교회의 분립을 시도하며 작은 교회들을 돌아보고 격려하는 일을 시작하여야 할 것입니다. 일곱째, 작은 교회들은 교회 성장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기 보다는 작은 교회들을 충실하게 돌아보면서 자부심을 가지고 기뻐하며 사역하여야 할 것입니다. 김삼환 목사님은 최근에 한국교회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대형 교회들이 큰 상태로 머물러 있지 말고 교회를 분립해야 한다고 말해 주목됩니다. 지난 1월 23일 김삼환 목사님은 “지금의 한국사회 상황으로는 개척이 아니라 각 교회에서 분가하는 형식으로 나아간다면 교회가 살아날 수 있고 교회 안에서 서로 싸우지 않고 영혼 구원을 위해 밖으로 나아가니 교회가 건강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에 한국의 대표적인 역사학자인 이만열 교수님은 한국교회가 교회다운 교회로 회복하려면 영적 각성과 함께 가난의 실천과 작은 교회운동을 실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만열 교수님은 한국교회가 자본주의 정신에 입각하여 대형교회로 치닫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섬기는 종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의 모습은 사라지고, 성공신화와 만사형통만 추구하는 기독교가 된 것이다. 기독교의 이러한 모습은 현대 자본주의의 모습을 너무나 닮아가고 있다. 세속적인 가치를 기독교의 영성적 가치로 변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교회 안을 자본주의적 가치로 가득 채우고 만 것이다. 거대한 자본과 기업이 약자를 삼키듯, 대형교회가 점차 작은 교회들을 흡수해 가는 과정은 어찌 그리도 서로 닮았는지….” 그러면서 교회가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영적 각성과 함께 가난을 실천하고 작은 교회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나는 가난의 실천이요 다른 하나는 작은 교회 운동이다. 한국교회는 이제 너무 부요하다. 물질적 부요함이 영적 빈곤을 초래하고 사회적 냉소의 대상으로 되어가고 있다. 가난함을 통해서 영적 부요함을 누리는 삶이 이제 한국 교회에 절실하다. 교회의 영적 각성과 가난의 실천은 곧 작은 교회 운동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작은 교회 운동은 오늘날 대형교회가 갖고 있는 영적 황폐함을 극복하고 성령의 하나 됨에 동참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작은 교회들은 서로 연합하고 협력함으로써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관을 확립할 수 있다. 대형교회의 부정적 측면의 하나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관을 상실하고 독단적이며 개 교회주의로 나가는 교만함에서 찾을 수 있다. 반면에 작은 교회 운동의 긍정성은 그리스도 교회의 연합의 끈을 공고히 하면서도 교회가 가질 수 있는 교만함을 극복하고 세상을 섬기는 교회로서 겸손하게 행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한국교회에 대한 소망이 더 간절해지는 이유는 교회의 변화가 우리 사회 변화의 희망의 토대가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너무너무 바르고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작은 예수’로 ‘한국의 슈바이쳐’로 살다가 죽은 장기려 박사님은 한국사회가 잘 살아보자고 외치고 한국교회가 외적 성장에 골몰하고 있던 때인 1975년에 그는 다음과 같은 글을 쓴 일이 있었습니다. “밀톤의 실낙원을 읽어보면 맘몬은 고층 건물을 잘 짓고, 물질 세계의 발전을 잘 일으키는 재능이 있는 마귀로 묘사되었다. 이것을 읽은 뒤부터는 고층건물을 보면 맘몬의 힘을 연상하게 된다. 하늘을 찌를 듯한 고딕건물 예배당도 나에게는 하나님의 영광이 느껴지지 아니하고 사람의 예술품은 될지언정 맘몬의 재주인 듯한 느낌이 든다. 또 우리는 세상에서 권세와 지위와 명예 그리고 사업의 번영들에 대하여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축하한다. 그러나 그것들이 과연 하나님의 영광을 사모하여 살던 사람들에게 내려주시는 선물이었던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맘몬과 타협해서 산 결과로 된 것이 아니었던가?” 자본주의와 물질의 노예가 된 우리들에게 얼마나 큰 도전이 되는 말과 삶인지 모릅니다. 장기려 박사님은 가난하고 검소하게 살았습니다. 그는 물질만능주의와 사회적 부정부패를 개혁하는 최선의 방법은 스스로 검소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확신하며 스스로 검소하고 가난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는 가난하고 병든 자들을 부요케 하기 위해서 그리고 자본주의로 부패한 우리의 사회를 보다 의롭게 만들기 위해서 자신이 스스로 무소유로 가난하게 사셨습니다.
이제 말씀을 마무리하면서 여러분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주님께서 그리고 사도 바울이 하신 말씀을 다시 인용하므로 여러분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부를 죄악시 하지는 않고 큰 것을 죄악시 하지는 않고 성공을 죄악시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평생 교회사를 연구하고 가르친 사람으로 부와 큰 것과 성공은 매우 위태로운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예수님은 가난과 작은 것과 약한 것을 예찬했습니다.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 것임이”(눅6:20).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예할찌어다”(마25:21).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25:40). “내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 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핍박과 곤란을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할 그 때에 곧 강함이니라”(고후12:8-10). 가난과 작음과 약함을 짊어지고 힘들게 작은 교회들을 섬기시는 여러분들에게 그리고 작은 교회들을 돌아보고 격려하며 작은 교회들을 돕기 위해 애를 쓰시는 여러분들에게 주님의 위로와 격려와 사랑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여러분들이 한국교회와 사회를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회복시키는, 감성에 호소하는 각종 프로그램보다는, 착한 행실을 협력하여 겸손하게 나타내 보이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소금과 빛의 모습으로 회복시키는 거름들이 되시고 밀알들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소원하며 기도 드립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겨자씨 교회성장 교회연합-격려사,09.5.7 목동제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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