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주역으로 살아갈 사랑하는 청년들에게 무슨 권면의 말을 하기 전에 우선 선배의 한 사람으로 ‘거짓’과 ‘이기주의’와 ‘탐욕’과 ‘갈등’과 ‘대결’의 부끄러운 전통을 물려주게 된 것을 중심으로 미안하고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두움과 절망은 밝음과 소망을 기약한다고 생각해봅니다. 이제 부족한 사람인 나의 한 평생을 되돌아보면서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몇 가지 권면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거슬러’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증오와 대결로 살아가라는 말은 아닙니다. 나는 어렸을 때에는 북한의 기독교 신앙 탄압정책에 거슬러 살았고, 대학생 때에는 부정부패의 정치 사회적 시류에 거슬러 살았고,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후에는 군사정권의 주일성수 방해정책에 거슬러 살았습니다. 그리고 기득권 중심적 정치 기류에 거슬러 살아왔습니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12:2).
둘째, ‘사명 지향적’ 삶을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을 섬기고 사람들을 섬기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목사가 되려는 꿈을 품고 사명 지향적 삶을 살았습니다. 대학에 들어갈 때에는 한경직 목사님을 찾아가서 목사가 되려면 무엇을 전공하는 것이 좋겠느냐고 여쭈었고 그래서 서울 문리대 사학과를 선택했습니다.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 증거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20:24).
셋째, ‘모험적으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내가 11살 때 38선을 혼자서 뛰어넘을 때나, 돈 100불을 가지고 배를 타고 미국에 가서 12년 동안 이런 일 저런 일 가리지 않고 돈을 벌면서 공부할 때나, 나는 모험적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나는 한 평생 하늘을 날아가는 꿈을 꾸어왔고 무슨 일이든지 무슨 운동이든지 모두 시도해보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남들이 나의 별명을 무엇이든지 막 하는 ‘막하리우스’ 어디든지 막 가는 ‘막가리우스’ 또는 ‘적토마’ 라고 지어주었습니다. “믿음은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히11:1).
넷째, ‘낙천적으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땅을 바라보거나 자기 자신을 바라보면 비관적이 됩니다. 그러나 하늘을 바라보거나 주님을 바라보면 낙천적이 됩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아파도 고통스러워도 나는 울지 않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낙천적으로 살아왔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남산으로 붙잡혀 가서 심문을 당하거나 여행 중 여권과 소지품을 도둑질 당했을 때에도 불안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즐기기도 했습니다. 나에게 그런 기질을 주신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두려워 말라 놀라지 말라”(사41:10).
다섯째, ‘협력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나는 이것을 조금씩 늦게 서야 배웠습니다. 내가 싫어하던 일본 사람들, 북한 사람들, 흑인들도 좋아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며 살게도 되었고, 인종과 문화와 종교가 다른 나라 사람들과도 친하게 되었으며 교파와 신학이 다른 사람들과도 친하게 사귀며 살게 되었습니다. KBS 프로에서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 법륜 스님이라는 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거의 모든 사람들과 협력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것을 조금씩 실천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으로 더불어 평화하라”(롬12:18).
여섯째, ‘착한 삶’을 살도록 힘을 쓰시기 바랍니다. 결국 인생의 가치와 행복은 착함을 나타내 보이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가난한 사람들, 병든 사람들, 무지한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멸시하지 않고 불쌍히 여기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법을 늦게 서야 배우게 되었습니다. 요사이는 중국에 있는 우리 조선족 고아 학생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펴고 있는데 그것이 나와 저들에게 얼마나 큰 보람과 기쁨을 가져다 주는지 모릅니다. “난 지금 목사님을 만난 후부터 왜서인지 그냥 기분이 하늘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아요. 너무 행복해서 일까요?”
일곱째, ‘고전 음악’을 즐겨 들으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나는 대학생 때부터 고전 음악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즐기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공부할 때에는 항상 고전 음악을 들으면서 했습니다. 고전 음악은 나의 마음을 순수하고 즐겁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고전 음악이 식물도 동물도 즐겁고 기분 좋게 만든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책상에 앉아서 설교 준비를 할 때에는 고전 음악과 복음 성가를 들으면서 합니다. 지금도 허윤경양의 복음 성가를 들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주께 가오니 날 새롭게 하시고.”
여덟째, ‘산과 들과 강과 바다와 자연’을 사랑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나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산을 좋아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백운대를 수 없이 올랐습니다. 산을 오르면서 길가에 핀 들국화와 코스모스를 너무너무 좋아했습니다. 군생활 중 코스모스 밭에 들어 누어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얼마나 큰 행복을 느꼈는지 모릅니다. 나는 작년 여름과 가을과 겨울 설악산을 다섯번 올랐습니다. 그리고 바다만 보면 뛰어듭니다. 산과 바다 가를 걸을 때에는 반드시 쓰레기를 줍곤 합니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시121:1).
아홉째, ‘하늘을 바라보면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인생은 잠간입니다. 지금의 땅의 삶은 하늘과 연결된 영원한 삶을 준비하는 삶입니다. 우리의 신앙의 선배들은 모두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로 하늘에 있는 본향을 바라보면서 살았습니다. 유관순, 손양원, 장기려 선배님들은 모두 이 땅에서의 삶을 값지게 살면서 영원을 준비했습니다. “낮에나 밤에나 눈물 머금고, 내 주님 오시기만 고대합니다. 가실 때 다시 오마 하신 예수님, 오 주여 언제나 오시렵니까?” 모두 하늘과 연결된 영원한 삶을 지금부터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청년 여러분들, 우리는 단 한 번 사는 짧고도 값진 삶을 살게 됩니다. 부족하고 허물진 삶이지만 값지고 고귀한 삶입니다. 우리가 사는 삶이지만 하나님께서 살게 하시는 삶입니다. 자기의 삶을 고귀하고 존귀하게 여기기를 바랍니다. “사람이 무엇이관대 주께서 저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관대 주께서 저를 권고하시나이까 저를 천사(하나님)보다 조금 못하게 하시고 영화와 존귀로 관을 씌우셨나이다”(시8:4,5). 우리의 인생을 하얀 백지에 그리는 그림과도 비교했고, 큰 집에 있는 여러 가지 그릇과도 비교했으며, 하나님이 거하실 성전의 한 부분들로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림을 잘못 그리면 회개의 눈물과 십자가의 피로 지우면 됩니다. 그릇이 깨어지면 토기장이 되시는 하나님의 손으로 다시 빚어지면 됩니다. 우리의 몸과 영혼이 주님을 모실 수 없이 더러워지면 성령의 불로 태워지면 됩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과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CCC 편지, 2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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