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5개월 동안 러시아, 중앙아시아, 아프가니스탄, 중국의 상해, 미국, 및 브라질 등지를 방문하고 현지인들과 현지에서 사역하고 있는 한인 사역자들을 만나 저들과 교제를 나누며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첫째, 지구상에 살고 있는 다양한 종족들은 각기 다양한 국가와 다양한 환경과 다양한 문화 안에서 다양한 사고 방식과 다양한 생활 습관에 따라 다양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각기 나름대로의 고난과 궁핍을 경험하면서도 각기 나름대로의 행복을 누리며 나름대로 만족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은 중국인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으며 브라질인은 브라질인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인들은 비록 가난을 경험하면서도 웅대하고 풍부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혜택을 누리며 여유와 낭만을 즐기며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미국을 우습게 여기며 유독 미국인들에게는 입국 비자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브라질에서 오랫동안 이민 생활을 하고 있는 몇몇 한인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는데 자기들은 이제는 그렇게도 경쟁적이고 각박하고 불안하고 여유가 없는 한국에 돌아가서 살기가 너무 힘들 것이라고 고백했다.
둘째, 지구상 곳곳에 흩어져 살아가고 있는 한인들은 그들이 처한 환경에 잘 적응하며 최선을 다해 성실하고 창의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한인들은 지역사회 안에서 성공한 사업가와 사회의 유력 인사들로 나타나고 있다. 상당수의 선교사들은 지역 사회의 복지 향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지역 사회로부터 신임과 존경을 받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민 한인들이 들어내고 있는 문제도 적지 않다. 이민 한인들이 현지 사회에 동화하고 현지 사회에 공헌하기 보다는 한인들끼리 모여 클럽이나 심지어 게토까지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카나다나 미국이나 브라질 등 곳곳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리고 기회가 주어지면 더 나은 곳으로 이주하는데 브라질에 이민 온 일본인들이 대부분 그곳에 정착하는데 비해 한인들은 반수가 미국으로 다시 이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 최근의 한인 이민자들과 유학생들이 현지에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한인들에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인들은 지금 지구 곳곳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브라질이나 미국 등지에서는 일본인들이 일등국민으로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지만 지금 한인들처럼 지구 곳곳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사람들도 별로 없을 것이다. 지금 미국 사람들은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여행하기가 힘들다. 미국을 적대시 하거나 우습게 여기는 나라들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국인들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나타내는 나라들이 많다. 터키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는 물론 러시아 중국 브라질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이야 말로 한국과 한인들은 세계의 다양한 나라와 민족들과 우호적 친선 관계를 증진하며 세계 복지 증진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선교지 상황들을 고려하며 한국교회와 선교사들은 선교 사역의 방향과 내용을 새롭게 점검해야 할 것이다.
첫째, 선교 현지의 상황을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적응식’ 선교를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사도 바울은 십자가의 복음이 헬라의 지혜나 로마의 웅변술로 각색되거나 변질 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헬라인에게는 헬라인 방식으로 유대인에게는 유대인 방식대로 복음을 전하는 ‘적응식’ 선교 전략을 배제하지 않았다. 따라서 초 문화적 경험이 부족한 한인 선교사들이 한국식 사고 방식과 생활 양식을 선교현지 주민들에게 강요하는 것을 삼가야 할 것이다. 한국과 다른 사고 방식과 생활 양식에도 좋은 점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장려하며 그것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둘째,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디아스포라 한인 공동체를 선교의 기지와 교량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인들이 흩어져 사는 곳곳에는 어디에나 한인 공동체와 한인 교회들이 세워져 있다. 바울의 복음 전파와 선교 사역이 흩어진 디아스포라 유대인들과 그들 주변에 모여든 이방인 ‘초신자’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것처럼 오늘의 한국교회의 선교도 흩어진 디아스포라 한인들 중심으로 이루어 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사실 동남 아시아와 중동과 중국과 러시아와 남미에 흩어져 있는 디아스포라 한인 공동체가 지금 선교의 기지와 교량으로 활용되고 있다. 디아스포라 공동체의 선교적 역할과 사명을 고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셋째, 다양한 문화와 이념이 상존하는 현대 세계에 바람직한 선교의 방식은 선포적이고 정복적인 방식 보다는 연계적이고 봉사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적인 교제에 근거한 신뢰와 사랑과 봉사에 근거한 존경이 튼튼한 선교의 바탕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봉사적 방식의 선교가 지금 아프가니스탄과 브라질 등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부르시고 세상에 보내시면서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라고 명하셨는데 그것은 세상에 착한 행실을 나타내 보이므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구제품 신자’를 만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만 선행과 구제와 봉사로 선교의 튼튼한 바탕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의미에서 선행과 봉사 자체가 선교이며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시는 제사이기도 하다.
선교는 세상으로 나아가서 세상을 사랑하고 섬김으로 세상을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세상을 바로 알고 바로 연계하고 바로 섬겨야 할 것이다. (2003년 10월 16일 브라질 선교여행에서 돌아오는 기내에서) ,한국선교 (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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