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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나의 삶과 사역” 교회성장(2010년 11월호)
은퇴 후 지난 3년 동안의 나의 삶과 사역을 돌아볼 때 고백할 수 밖에 없는 말은 첫째도 감사 둘째도 감사 셋째도 감사이다. 지난 3년 동안 하루에도 수 백 번씩 아니 천여 번씩 매일 자면서도 중얼거린 말들은 다음과 같은 말들이었다. “주님, 나를 불쌍히 여기시옵소서!” “나는 죄인 중의 괴수입니다.” “모든 것이 망극하신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나는 이곳 저곳으로 작은 교회들을 찾아가면서도 이렇게 중얼거리곤 했다. “하나님 아버지, 오늘도 나를 입에서 토해내지 않으시고 당신의 도구로 사용하십니까! 하나님 아버지, 오늘도 주님의 마음과 생각과 눈물을 주셔서 주님의 음성만을 전하게 하시옵소서!”
“은퇴 후 나의 삶과 사역”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전에 “나의 한 평생의 삶과 사역”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한다. 나는 나의 삶과 사역에 대한 분명한 ‘뜻’은 있었지만 ‘계획’을 정해놓고 살지는 않았다. 근심도 걱정도 없었다. ‘계획’ 없이 길이 열리는 대로 그저 모험심과 담력을 지니고 달려가곤 했다. 11살 때 혼자서 38선을 넘을 때도 삶에 대한 분명한 ‘뜻’은 있었지만 ‘계획’은 없었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때도 그랬고 12년 동안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때도 그랬다. 후암교회의 교육목사로 오게 된 것도 총신대의 강사로 가게 된 것도 나의 ‘계획’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 후 영안교회를 9개월 동안 목회한 것도 강변교회를 개척해서 29년 동안 목회한 것도 ‘우연히’ 또는 ‘자연히’ 이루어진 것이었다. 물론 하나님의 선하신 인도하심에 따라서 이루어진 것을 나는 잘 안다. 그러나 내 편에서 볼 때 나는 어떤 분명한 목회 철학이나 계획 없이 그저 소박하고 단순하게 목회해왔다.
“은퇴 후 나의 삶과 사역” 역시 나의 계획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2008년 1월 13일 강변교회에서 은퇴한 후 그 다음 주일부터 한 주에 한 두 교회씩 지난 3년 동안 주로 3, 40여명의 성도들을 가진 작은 교회들을 방문하며 설교한 것도 나의 ‘계획’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은 전혀 아니었다. 은퇴할 즈음 몇몇 기자들이 은퇴 후 무슨 일을 하겠냐고 물어서 가벼운 생각으로 앞으로 작은 교회들을 찾아보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그 말이 전해지면서 이곳 저곳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전국의 작은 교회들을 매주 한 두 곳씩 찾아 다니게 된 것이었다. 처음에는 주일날 하루 한 교회를 방문해서 설교했는데 차츰 이틀씩 또는 삼일 씩 머물며 집회 인도도 하고 한 주에 두 교회를 방문하게도 되었다. 나의 ‘계획’과는 상관 없이 여러 지역 여러 교단의 다양한 교회들을 방문하게 되었다. 작은 교회들뿐이 아니었다. 이런 저런 모임에 와서 설교와 강의를 하라고 하기도 했다. 국내뿐이 아니었다. 중국, 연변, 일본, 태국, 캄보디아, 필리핀, 인도, 남미, 독일, 카나다 지역도 방문하게 되었다. 그저 오라고 하면 가곤 했다. “은퇴 후 나의 삶과 사역”은 전혀 나의 ‘계획’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타인의 요청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저 감사한 것뿐이다. 나같이 부족한 사람을 이곳 저곳에서 불러주시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그리고 부족한 사람이 찾아가는 것을 그렇게도 고마워하니 나는 하나님과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릴뿐이다. 건강도 주시고 환경도 주시고 즐거움과 기쁨도 주시니 더욱 더 감사한다.
나는 작은 교회들을 방문할 때 그 교회의 형편과 사정을 감안해서 설교 준비를 하곤 했다. 대부분의 경우 담임 교역자에게 무슨 설교를 하면 좋겠냐고 묻곤 했다. 그리고 설교 제목을 정하고 방문 교회를 생각하며 정성껏 설교 준비를 했다. 15명 성도를 가진 작은 교회에서 할 설교도 정성껏 준비를 했다. 그런데 그 설교 준비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보람과 의미와 즐거움이 있는 시간들이었다. 주님께서 내가 그곳에 가서 무슨 말씀을 전하면 좋아하실까? 무슨 말씀을 전하면 그곳 성도들이 은혜를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설교 준비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아주 소중하고 기쁜 시간들이었다. 부족한 나의 방문과 설교를 그렇게도 좋아하는 작은 교회 목회자들과 성도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더욱 더 큰 감사와 기쁨을 가슴에 지니곤 했다. 눈물로 감사를 표하는 경우도 많았다. 모두가 하나님의 망극하신 은혜였다. 나는 100명 이하의 작은 교회들을 방문할 때는 교인 숫자에 맞는 떡과 초콜릿을 가지고 가서 성도들에게 나누어 주곤 했는데 별 것 아닌데도 그렇게도 좋아했다. 아이들에게는 떡과 초콜릿과 함께 스티커를 나누어주곤 했는데 아이들이 너무너무 좋아했다. 할머니들도 스티커를 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았다. 또 와달라고 부탁을 하는 성도들도 많았다. 그래서 일년에 한 번씩 또는 두 번씩 방문하는 교회들도 생겨났다. 내가 주로 작은 교회들을 방문하는데 때로는 가끔 큰 교회들도 방문한다. 나는 나의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라고 하며 떼를 쓰면 그저 달려가기 때문이다. 최근에 내가 방문한 한 작은 교회로부터 온 감사의 편지 한 장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올해도 매년 이맘때 오셔서 주의 단을 말씀으로, 성령으로, 새롭게 하여주시니 감사드려요. 30명의 숫자에 연연치 않으시고 말씀과 간증으로 성도들의 영혼을 깨우시고 소망을 주시고 회개의 말씀과 진리로 이끄심이 주님의 은혜였습니다. 역사성을 근거로 이 시대의 주인으로 당당히 ‘믿음’으로 모든 것을 초월하시고 돌파하시는 그 믿음을 본받고 또한 도전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사랑하시고-스티커도 떡도 초콜릿도, 잔잔한 감동되어 온 교회 식구들이 그 입이 미소가 기쁨도 두배가 되었습니다. 벌써 2011도 은혜를 또 사모하게 됨니다. 목사님, 사모님 건강과 남은 사역을 기도 하겠습니다. 2010년 9월 28일 포천새힘교회 이병호 목사 드림”
내가 전국의 작은 교회들을 방문하면서 지니게 된 보람과 즐거움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다양한 교파의 여러 작은 교회들을 방문하면서 한국교회를 조금이라도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하나님의 교회가 내가 목회하던 강변교회뿐이 아니고 이곳 저곳에 흩어져 있는 여러 작은 교회들이라는 사실을 바라보면서 좀 더 넓은 마음을 지니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하나님의 마음과 눈으로 여러 교회들을 바라보면서 여러 교회들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품게도 되었다. 사도행전 20장 이후에 기록된 대로 작은 교회들을 방문했던 사도 바울의 심정을 헤아리게 되었고 마지막 2년 동안 전국의 작은 교회들을 방문했던 이성봉 목사님의 심정을 헤아리게 되었으며 지극히 작은 자들에 대한 깊은 관심을 품으셨던 주님의 심정을 아주 조금이라도 헤아리게 되었다. 그리고 제주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전라북도 경상북도 충천남도 충청북도 강원도 경기도의 여러 지역을 내 아내와 함께 둘이서 즐겁게 운전하며 달리면서 우리 나라의 아름다운 산들과 강들과 바다를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기도 했다. 광양지역의 산들과 거제도의 바다 등 모두가 너무너무 아름다운 금수 강산들이었다. 운전 기술도 늘었고 전국 지리에 익숙하게도 되었다.
나에게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주시고 달려 갈 수 있는 건강과 여건을 주신 하나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평생 사례를 받았는데 이제는 작은 교회들을 방문할 때 사례를 받지 않게 되어서 너무 감사한다. 선교지에 달려갈 때도 사례는 받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씩 이곳 저곳에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펼 수 있게 된 것도 감사한 일이다. 퇴직금에서 도움의 손길을 펴곤 했는데 3년 동안에 퇴직금을 다 쓸 것 같다. 그러나 걱정하지는 않는다. 나는 평생 건강이나 돈을 걱정한 일은 거의 없었고 그것을 위해서 기도하지도 않았다. 하나님께서 필요한 것을 모두 채워주셨기 때문이다. 내가 기도하는 것은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제물 되는 삶을 살다가 제물 되는 죽음을 죽는 것이다. 사실 너무 풍족한 것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가 있다. 부족한 대로 약한 대로 주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만나서 나누며 가볍고 기쁘게 살다가 생을 마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나는 은퇴 후 여러분들의 요청으로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의 일을 계속하고 있고 특히 3년 전부터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만들어 5개 종단의 종교지도자들과 마음과 뜻을 모아 함께 일을 하고 있는데 참으로 보람과 기쁨을 누리고 있다. 나는 본래 극단적인 보수주의자였고 강원용 목사님도 조용기 목사님도 일본도 북한도 불교도 가톨릭도 천도교도 원불교도 모두 비판의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모두 이해와 교제와 존경과 협력의 대상이 되었다. 민족은 물론 세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서 모두 함께 일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심부름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너무 감사한 일이다. 5개 종단의 지도자들이 함께 모이면 부족한 나를 아주 좋아한다. 이상한 일이다.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 5개 종단의 종교인들 9명이 지난 8월 27일 밀가루 300톤을 가지고 북한 개성에 가서 그곳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나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 것 같다. 그런데 지금 100세 되시는 방지일 목사님은 나보다 훨씬 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계신다. 그분은 나보다 더 부지런하시고 나보다 더 총명하시고 나보다 더 열정이 많으시다. 그분의 빡빡한 일정 중 금년 8월 한 달 분의 일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매주 월요일엔 자택에서, 수요일엔 도곡동에서, 목요일엔 루디아선교회에서 성경공부를 인도하신다. 7월 30일 손양원목사 순교 60주년 기념예배 설교(대구동신교회). 8월 1일 주일 강원도영월 주천제일교회 설교. 3-5일 봉화기념관 여름 캠핑. 6일 8.15 대성회 순서자모임 간담회. 8일 주일 분당 기쁨누리교회 설교. 9일 교회지도자협의회 동계올림픽 유치모임예배 설교. 10일 오전 9시 매일경제신문인터뷰 12일 장세윤장로아들 결혼연. 13 일 8.15 대성회 세계선교 옴니버스토론회 대담. 대한민국 건국 62주년 기념식(프렌세스타). 15일 서교동교회창립기념예배 설교. 8.15 대성회 축도(서울 광장). 16일 8.15 대성회 통일포럼 연세대, 광복 65주년 기념예배 한미교포청소년 한국방문예배 설교(경찰청). 19일 코스타 종강예배 설교(명지대). 22일 부산 양산 중앙교회 설교, 23일 한국 기독교 교육원연구원완공예배 설교. 24일 제16회 CIS 교회지도자초청종강예배 설교(강변교회). 25-26일 추양수양관 한국통일포럼 주제강연.
그러면 이제 결론적으로 “한국교회 은퇴 목회자의 역할과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하려고 한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Where there's a will there's a way. 은퇴 후 이제부터는 쉬어야 하겠다고 생각하면 일 할 수 있는 길이 하나도 열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은퇴 후에도 무엇인가 하나님 나라와 교회와 사회를 위해서 일하고자 하는 ‘뜻’이 있으면 일할 ‘길’이 열릴 것이다. 어떤 은퇴 목사님들은 의료 및 봉사기관을 매주 방문하고 환자들과 나그네들에게 위로와 격려와 사랑의 손길을 펴면서 보람되고 즐거운 사역을 하고 있다. 사실 은퇴한 분들은 젊은이들과 후배들이 지니지 못하고 있는 많은 경험과 지혜를 지니고 있다. 나는 우리 신앙의 선배들의 삶과 사역을 너무너무 귀하게 생각하며 선배들로부터 배우고 싶고 선배들의 삶을 본받고 싶어한다. 물론 모두가 한경직 목사님이나 방지일 목사님이나 정진경 목사님이나 조용기 목사님처럼 은퇴 후 보다 더 귀한 사역을 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은퇴 목회자들은 상기 몇 분들처럼 유명하지도 않고 건강이나 경제적인 여력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은퇴 목회자들은 퇴직금도 사례비도 없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처지보다는 오히려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오래 전에 영락교회에서 사랑의 손길을 펴는 모임이 있었는데 갑자기 봉사사역을 하고 있는 지도자 두 사람에게 격려의 손길을 펴야 하게 되어서 순서를 맡은 여러 분들에게 20만원씩 모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런데 그분들 중에 어느 교단의 총회장을 역임하신 존경을 받는 목사님 한 분이 자기는 지금 교통비도 없다는 말을 해서 내가 그분 몫으로 20만원을 낸 일도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유명하지도 않고 경제적인 여력이 없을 지라도 자기 주변의 작은 교회들을 돌아보고 격려할 수 있다면, 작은 교회들간의 연합과 협력을 격려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리고 자기 주변의 의료 및 봉사기관을 주기적으로 찾아가서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와 사랑의 손길을 펼 수 있다면, 은퇴 목회자로서의 역할을 존경을 받으면서 멋지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명하다고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유하다고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경은 오히려 부족하고 약한 것을 귀하게 본다. “내가 네 환난과 궁핍을 아노니 실상은 네가 부요한 자니라”(계2:9).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 짐이라”(고후12:9). 하나님의 은혜와 위로와 사랑과 축복이 한 평생 주님의 교회와 양 무리들을 섬기시느라 수고를 많이 하신 은퇴 목회자 분들에게 항상 함께 하시기를 바란다. 은퇴 목회자들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들이 많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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