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의 사명” 월간목회(2011.3)
한국민족과 한국교회의 소원이며 숙원인 한 반도의 화해와 통일은 민족의 지도자 이승훈, 안창호, 조만식 선배님들이 지니고 품었던 순수한 민족애를 지닌 정치가들의 손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도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의 손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실질적으로는 남북한 민족들의 상호 교류와 협력의 손길에 의해서 이루어지지만, 근본적으로는 종교인들의 자비와 사랑의 마음과 손길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와 같은 선례를 3.1 운동에서 찾아 볼 수 있고 그리고 오래 전 남 유다와 북 이스라엘의 포로에서의 귀환과 통일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남 유다와 북 이스라엘의 포로 생활과 분단의 비극을 종식하고 귀환과 통일을 이루는 사명을 종교인이었던 선지자 에스겔에게 맡기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인자야 너는 막대기 하나를 취하여 그 위에 유다와 그 짝 이스라엘 자손이라 쓰고 또 막대기 하나를 취하여 그 위에 에브라임의 막대기 곧 요셉과 그 짝 이스라엘 온 족속이라 쓰고 그 막대기들을 서로 연합하여 하나가 되게 하라 네 손에서 둘이 하나가 되리라”(겔37:16,17). 선지자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함을 가리켜 보여주시는 말씀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오랜 후에 세상과의 화목과 화해의 직책을 종교인인 사도 바울과 그의 동료들에게 맡기셨다. “저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책을 주셨으니 이는 하나님께서 세상을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며 화목하게 하는 말씀을 우리에게 부탁하셨느니라”(고후5:18,19).
“화해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의 사명”이 무엇인가? 무엇보다 먼저 화해와 평화 통일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사실을 종교인들이 먼저 분명히 인식하고 그리고 국민들과 정치인들이 분명하게 인식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력 통일도 흡수 통일도 하나님의 뜻이 아니고 화해와 평화 통일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로 필자가 1999년 12월 16일 한기총 통일선교대학에서 "민족 통일의 신학적 근거"라는 제목으로 한 강의를 요약해본다. 그 때 네 가지 제목으로 강의를 했다.
첫째로, 민족의 화해와 통일의 성경적 근거를 제시했다. 성경은 인류의 역사가 범죄와 분열의 역사인 사실과 함께 하나님의 역사는 용서와 화해 및 통일의 역사인 사실을 보여 준다. 1) 야곱이 형 에서에게 죄를 범하고 에서의 낯을 피하여 하란으로 도망쳤으나, 하나님께서 벧엘에서 야곱을 만나 그에게 복을 주셨고 후에는 형 에서를 만나 목을 안고 입을 맞추고 울면서 화해를 이루게 하셨다(창33:4). 2) 야곱의 아들들이 요셉을 시기하여 그를 애굽으로 가는 상인들에게 팔아 부자간 및 형제간의 이산이 빚어졌으나, 하나님께서 요셉을 축복하셨고 나중에는 요셉이 형들을 만나서 그들의 잘못을 용서하고 대성통곡하며 화해하게 하셨다(창45:2). 3) 이스라엘의 범죄로 남북이 분열되고 후에는 남북이 각각 고국을 떠나 포로로 잡혀 가는 비극을 겪었으나,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고국으로 돌아오게 하셨고 남북이 하나되게 하셨다(겔37:16,17). 4) 하나님은 범죄한 이스라엘을 징계하시기 위해 애굽과 앗수르를 몽둥이로 사용하셨고 그들은 이스라엘을 무자비하게 학대했지만, 하나님은 마지막 날에 이스라엘이 애굽과 앗수르로 더불어 셋이 함께 교류하고 하나님을 경배하며 세상에 복이 될 것이라고 말씀했다(사19:23,24). 5) 예수님은 하나님과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던 한 사마리아 여인을 찾아가서 그를 하나님과 화목시켰고 그리고 그의 이웃들과 화목시켰으며 후에는 빌립, 베드로, 요한을 사마리아로 보내어 그들을 하나님과 그리고 이스라엘과 화목시켰다. 6) 성령은 빌립을 에디오피아 내시에게 보내시고 베드로를 가이사랴의 고넬료에게 보내시며 바울을 이방인들에게 보내시므로 이방인들을 하나님과 화목시켰고 그리고 이스라엘과도 화목시켰다. 7) 결국 사도 바울은 십자가의 복음은 화해와 통일의 복음이라고 선언했다. 하나님과의 화해 그리고 인간간의 화해가 복음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엡2:13-16). 8) 사도 바울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 화해와 통일은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우주 만물에게까지 적용된다고 지적했다(엡1:10,골1:20).
둘째로, 민족 화해와 통일의 신학적 근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1) 김영한 박사는 민족 분단과 통일의 문제를 십자가 신학으로 이해하고 평화신학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목회와 신학」43호). 2) 박종화 박사는 성서가 가르치는 평화가 통일의 신학적 근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통일의 방식도 목표와 내용도 평화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목회와 신학」1992년 3월호). 3) 김상복 박사는 하나님이 우주와 세계를 다스리시는 통치자라는 사실이 민족통일의 근거와 방식과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평화통일과 북한복음화」). 4) 필자는 기독교 복음의 핵심은 십자가를 통한 하나님과의 화해 그리고 인간간의 화해(화평 또는 화목)라고 지적했다.
셋째로, 민족 화해와 통일에 관련된 필자의 두 가지 경험을 소개했다. 1) 일본교회 지도자들과의 만남의 경험을 소개했다. 필자는 1991년 6월 일본 시오바라에서 모인 「제3회 일본 전도대회」마지막 날 저녁에 1100여명 일본교회 지도자들에게 “일본교회와의 사역의 협력” 이란 제목의 강연을 하기 전에 필자의 심정을 적나라하고 토로한 적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일본 사람들을 싫어하며 미워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일본교회 지도자들을 존경하고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지난날 일본 사람들에 대한 증오와 미움을 용서해 달라고 고백했다. 필자의 이와 같은 간증과 호소에 일본교회 지도자들은 마음을 열고 눈물로 뜨겁게 응답했다. 2) 북한 사람들과 만남의 경험을 소개했다. 필자는 1999년 1월 19일부터 26일까지 북한의 여러 지역을 방문하고 여러 종류의 북한 사람들을 만났다. 7일 동안 거의 함께 지낸 북한 관리들과는 비교적 친밀하게 만났고 솔직하게 대화했다. 비판도 권면도 충고도 솔직하게 했다. 우리들과 헤어질 때 북한 관리들은 지금까지 방북한 어떤 사람들보다 우리 종교인들 일행이 "아주 솔직하고 순수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넷째로,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준비 몇 가지를 간단하게 제시했다. 1) 북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도록 힘써야 한다. 2)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도록 힘써야 한다. 3) 북한동포 돕기를 힘써야 한다. 4) 교회의 협력과 일치를 이루도록 힘써야 한다. 5) 북한교회 발전을 위해 힘써야 한다. 6) 남북이 자주 만나야 하며 앞으로 북한에 가서 그들과 함께 살도록 해야 한다. 7) 역사의 진행이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음을 인식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해야 한다.
필자는 2000년 11월호 『월간목회』에 "민족 통일을 향한 우리의 기도”란 제목의 기도문을 실었는데 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감사의 기도와 2) 회개의 기도와 3) 화해를 위한 기도와 4) 사랑을 위한 기도를 드린 다음 5) 통일을 위한 기도문을 실었다. “통일의 하나님 아버지, 선지자 에스겔에게 통일의 비전과 방법을 보여주시고 이스라엘의 통일을 실현시켜 주신 통일의 하나님 아버지, 그리스도를 통한 우주 통일의 비전을 보여주신 통일의 하나님 아버지, 우리에게 민족의 통일을 주시옵소서. 정치적인 통일 이전에 마음과 뜻이 하나되는 심정 통일을 주시고, 한 쪽이 다른 쪽을 먹어버리는 무력통일이나 흡수통일 대신 서로를 인정하고 격려하고 발전시키면서 하나를 이루는 협력통일과 평화통일을 주시옵소서. 하나님을 무시하고 개인이나 물질을 숭배하는 맑스 레닌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게 하시고, 개인의 권력이나 부 또는 자본을 숭배하는 정치적 독재나 경제적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도 극복하게 하시옵소서. 하나님을 높이고 사람을 사랑하는 경천애인의 사상과 이념을 바탕으로 하는 자유 민주주의적 평화 통일을 우리들에게 주시옵소서. 그래서 이 민족과 나라가 동양의 빛이 될 뿐 아니라 세계의 빛이 되는 제사장 나라가 되게 하시옵소서!”
필자는 기독교 지도자들과 함께 2003년 2월 24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긴급기자 회견을 가지고 “화해, 평화, 통일을 염원하는 기독교 인사들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발표한 일이 있다. 성명에는 강원용, 이종성, 정진경, 홍순우, 박형규, 김성수, 한명수, 고용수, 권성수, 김경원, 김광준, 김상복, 김영한, 김원배, 김의환, 림택권, 박병식, 박경조, 박종순, 박종화, 박형용, 백도웅, 서경석, 서상기, 손봉호, 손인웅, 신경하, 신세원, 안만수, 엄신형, 오재식, 오정호, 옥한흠, 유경재, 유덕식, 윤남중, 이동원, 이동휘, 이만열, 이수영, 이정익, 이중표, 인명진, 전병금, 전요한, 정규남, 조성기, 주재용, 최홍준, 하용조, 홍정길 등 149명이 참여했다. 성명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는 최근 국내외 정세가 분열, 갈등, 대결 및 살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을 깊이 우려하며 민족의 화해, 평화, 통일 및 세계의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1) 우리는 먼저 한국교회가 그 동안 소금과 빛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정직과 절제와 사랑과 연합과 희생과 봉사의 삶을 실천하지 못한 죄를 회개하며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가 남북한 교회와 우리 민족과 아시아 및 세계 형제 자매들에게 임하기를 간절히 소원하며 기도 드린다. 2) 우리는 한국교회가 정치력이나 군사력이 아닌 사랑과 화해의 십자가 정신으로 우리가 당면한 분열, 갈등, 대결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힘쓰기를 바란다. 3) 우리는 한국교회가 극우적 정치세력에 편승하여 ‘반 김정일’ 구호를 외치는 ‘3.1 국민대회’를 개최하여 남북간의 대결을 조성하는 것은 민족의 염원인 남북의 평화통일은 물론 아시아 및 세계 평화 증진에도 역행하는 것으로 보아 이를 자제해 주기를 바란다. 동시에 극좌적 정치세력에 편승하여 ‘미군철수’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한미간의 갈등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남북의 평화통일과 세계 평화에 저해되는 것으로 보아 이를 자제해 주기를 바란다. 4) 우리는 북한 정부의 지도자가 세계에 대한 고립 내지 군사적 대결 정책을 지양하고 핵개발 조치를 중단하며 개혁, 개방 정책을 지향하고 증진하므로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은 물론 세계 공동체의 일원으로 건강하게 발전하기를 바란다. 5) 우리는 미국 정부가 정치 및 군사력으로 ‘악의 세력’을 제거하려는 ‘십자군’적 역할만을 주장하지 말고 ‘가난하고 병든 자들’을 돕고 품어주는 ‘적십자’의 역할을 수행하므로 세계 평화와 복지 증진에 기여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2003년 2월 24일”
“평화통일을 위한 기독인연대”는 2011년 1월 6일 아침 알렌관에서 새해 평화기도회를 가졌는데 이영훈 목사는 설교에서 이렇게 말했다. “예수님은 가난한 자들과 눌린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러 오셨는데 한국교회는 가진 자들의 편에 서 왔음을 고백하며 우리는 북한 동포들을 위해 늘 기도하며 통일을 준비해야 합니다.” 허문영 박사는 한반도가 주도적으로 평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남북 간의 대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며 남한은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면서 좀 더 부드러워 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목사는 남북간의 대화의 중요성을 지적하면서 북한의 대화제의를 우리 정부가 전제를 갖고 거부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필자는 십자가의 정신은 긍휼과 용서와 사랑과 화해와 평화인데 우리들이 지금 십자가의 정신을 지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제 2011년 새해를 맞으면서 “통일을 위한 종교인의 사명”을 다시 한번 정리해본다. 1) 무엇보다 먼저 화해와 평화 통일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사실을 종교인들이 먼저 분명히 인식하고 그리고 국민들과 정치인들이 분명하게 인식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종교인들은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추구하는 일과 함께 남남의 갈등과 대결을 극복하고 화해와 협력을 이루는 일에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3) 종교인들은 남북의 만남과 대화와 교류와 인도적 지원의 문을 여는 일에 앞장을 서야 할 것이며 이 일을 폭 넓고 힘 있게 수행하기 위해서 이웃 종교들과의 교류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시도하여야 할 것이다. 4) 종교인들은 진리의 깃발만을 휘두르며 악의 세력을 제거하려고 하기 전에 먼저 긍휼과 용서와 사랑과 화해와 평화의 마음과 자세를 지니고 악의 세력을 녹이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5) 종교인들은 자신을 긍휼과 용서와 사랑과 화해와 평화의 제물로 드리는 희생과 헌신의 삶을 살도록 다짐하며 스스로 제물 되기를 기원하여야 할 것이다. 희생의 제물이 없이는 진정한 화해와 평화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가 2010. 11. 27 기독교통일학회 학술심포지엄에서 한 기조 강연(“기독교 관점에서 보는 남한과 북한의 화해와 협력”)의 마지막 부분을 인용하므로 이 글을 맺는다. “지금이야말로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그래서 하나님의 뜻을 이룰 수 있는 ‘화해’와 ‘평화’의 사도 몇 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족주의를 넘어선 순수한 ‘화해’와 ‘평화’의 사람, 안창호, 이승훈, 조만식, 주기철, 손양원, 한경직, 장기려 선배님들과 같은 분들 7분이 계신다면 남북의 ‘화해’와 ‘협력’과 ‘통일’과 ‘평화’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 아버지! 한국교회와 한국민족을 불쌍히 여기시고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화해’와 ‘평화’의 사람들을 일으켜 주시옵소서! 그리고 필요하시다면 자격은 아무 것도 없지만 우리들을 ‘화해’와 ‘평화’의 제물들로 사용해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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