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보”로부터 “시론”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총회를 앞둔 시점에서 고신 교단의 정체성과 ‘신앙의 색깔이 같은’ 교단간의 ‘연합’과 ‘협력’에 관한 글을 써 달라는 것이었다. 본인은 오래 전부터 고신 교단이 지니고 있는 신앙과 신학의 전통을 귀하게 여기며 존중하는 터라 좀 부담이 되지만 시론을 쓰기로 했다.
교회의 ‘통일성’과 ‘거룩성’은 성경이 명하는 지상 과제이다. 주님의 마지막 기도이기도 하다. “성령의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엡4:3). “교회를 세우사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려 하심이라”(엡5:27). “우리와 같이 저희도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요17:12). “저희를 진리로 거룩하게 하옵소서”(요17:17). 그렇다고 성경이 교회의 ‘개체성’과 ‘특수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교회는 지역과 문화에 따른 ‘개체성’과 ‘특수성’을 지니고 있는데 교회가 ‘개체성’과 ‘특수성’을 지니면서도 ‘다양성’과 ‘보편성’을 유지하라고 가르쳤다. 그리고 ‘연합’과 ‘협력’을 힘쓰라고 분부했다. 결국 예루살렘교회와 안디옥교회는 ‘개체성’과 ‘특수성’을 지니면서 ‘다양성’과 ‘보편성’을 유지했고 그리고 ‘연합’과 ‘협력’을 힘썼다.
물론 지상에 ‘통일성’과 ‘거룩성’과 함께 ‘개체성’과 ‘특수성’을 지니면서 ‘다양성’과 ‘보편성’을 유지하면서 ‘연합’과 ‘협력’을 힘쓰는 교회는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고 지역적이고 민족주의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교회는, 박해 중에 있었던 처음 250여 년 동안의 초대교회와 16세기의 청교도 교회를 제외하고는, 세속화 및 정치화되었고 분열 및 분파화되었다. 오늘의 한국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현세성과 지역성이 강한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는 세속화와 분열화이다. 따라서 오늘의 한국교회가 무엇보다 힘써야 할 문제는 처절한 회개에 근거한 ‘거룩성’의 회복과 ‘통일성’의 회복이다.
고신교단은 ‘거룩성’과 ‘통일성’의 상실을 비교적 적게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순교신앙의 전수와 진리수호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신 교단이 ‘연합’과 ‘일치’에 온 힘을 다 쏟지는 않았으며, 지역성 탈피와 지역사회 봉사에도 온 힘을 다 쏟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제 고신 교단이 진정한 (과시적인 행사가 아닌) 회개와 참회에 근거한 교회의 ‘거룩성’ 회복과 선양에 힘쓰고 교회의 ‘통일성’ 회복과 선양에 힘쓰면서 한국교회의 ‘연합’과 ‘협력’과 ‘일치’에 주력한다면, 고신 교단은 교단의 역사적인 사명을 수행하며 한국교회에 크게 공헌하게 될 것이다.
본인은 합신 교단의 총회장 때 다음과 같은 결의를 총회에서 하게한 일이 있었다. 즉 “합신과 고신과 합동 교단이 1) 강단을 교류하고 2) 신학교 교수 및 강의를 교류하고 3) 강도사를 상호 인정하여 상호 교단에서 사역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결의였다. 그 당시 이와 같은 결의와 제안을 고신과 합동 교단에 전달했는데 양 교단의 총회에서 받아드려 져서 ‘연구’하기로 결의를 했다. 위와 같은 결의는 지금도 실행 가능한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위의 세 교단뿐 아니라 신앙의 색깔이 다소 다른 통합, 기장, 성결교, 감리교, 침례교, 순복음 교단 등과 강단을 상호 교류하고 지역사회 봉사 북한동포 돕기 등 다양한 사역과 행사를 함께 협력해서 수행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와 같은 협력은 추락한 한국교회의 위상을 높이며 선교의 문을 활짝 여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본인은 세월이 지나면서 이단이 아닌 모든 교단이나 신학에서 서로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본인은 귀국 후 처음에 그렇게도 강하게 비판하던 기장 교단과 순복음 교단의 지도자들을 나중에는 차츰 존중하며 사랑하게 되었고 점점 많은 것을 배우게도 되었다. 결국 본인은 어렸을 때는 장로교 교단과 성결교 교단을 좋아했고, 후에는 합동 교단 및 교신 교단을 좋아하다가, 나중에는 통합 교단과 기장 교단과 순복음 교단도 좋아하게 되었으며, 결국에 가서는 침례교 교단과 감리교 교단도 좋아하게 되었다. 극도로 세속화되고 분열화되고 있는 오늘의 한국교회 안에서 고신 교단이 교회의 본질인 교회의 ‘통일성’과 ‘거룩성’ 회복과 선양에 최선을 다하고 그리고 교회의 ‘연합’과 ‘협력’과 ‘일치’에 주력하므로 한국교회가 교회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게 하는 일에 크게 공헌하게 되기를 바란다. 본인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신 고신 교단의 선배와 지도자들에게 감사와 사랑과 존경을 표한다.<기독교보 시론,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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