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로교회의 일치와 연합” 『한국장로교 총회 100년 역사, 회고, 전망』
(생명의 말씀사/한국기독교사연구소)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기독교의 복음은 영원 불변하며 절대적이지만 그 복음을 받아드린 인간들은 다양한 역사와 문화적 전통 위에 서 있는 다양하고 불완전한 인간들이므로, 기독교의 복음이 다양한 역사와 문화의 옷을 입고 다양한 인간들의 삶 속에 나타났을 때 기독교의 복음이 다양하고 불완전한 모습을 띠게 된 것이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의 무오한 계시의 말씀에 근거한 기독교의 복음은 영원 불변하며 절대적이지만, 이 세상에 나타난 기독교의 신학과 교회들의 모습은 다양하고 불완전한 모습을 띠게 된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이그나시우스와 암브로스와 클레멘트와 어거스틴과 프랜시스와 루터와 칼빈과 웨슬레가 모두 위대한 기독교의 지도자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하고 절대적인 사람은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기 때문에, 그 분들의 가르침 위에 선 기독교의 신학과 교회들의 모습은 완전하지도 절대적이지도 못했다. 결국 신학과 교회들 사이에 갈등과 논쟁과 분열이 초래되었다.
따라서 초대 기독교가 300여 년 여기 저기서 발전하는 동안 기독교의 신학과 교회들의 모습이 예루살렘적인, 안디옥적인, 로마적인, 알렉산드리아적인, 칼타고적인, 비잔틴적인 다양한 모습을 띠게 되었으며 피차간 갈등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나중에는 프랜시스적인, 루터적인, 칼빈적인, 웨슬레적인 다양한 모습을 띠게 되었고 피차간 신학적인 갈등과 논쟁을 벌였다. 우리는 교회사에 나타난 신앙의 선배들을 자기가 서 있는 신학적인 전통과 교파적인 입장에 따라 거의 절대적인 신앙의 스승들로 떠 받들지만, 사실 저들은 모두 자신들의 허물과 불완전성을 절감하며 다음과 같은 처절한 회개의 고백들을 했다. “나는 망할 자이옵니다”(어거스틴). “나는 작은 벌레와 같은 죄인입니다”(프랜시스). “나는 버림 받을 죄인입니다”(루터). “나는 망할 자이옵니다”(칼빈). “주님 나는 눈 멀고 병 들고 연약한 죄인입니다. 나의 숨은 죄악을 깨닫게 하시고 나를 죄와 불행에서 건져주시옵소서”(웨슬레).
이 천여 년의 기독교 역사를 건너 뛰어 한국교회의 설립과 발전 과정을 간단하게 살펴본다. 1866년 9월 5일 대동강변에 뿌려진 로버트 저메인 토마스 선교사의 순교의 피가 씨앗이 되어 자라기 시작한 한국교회는 주로 선교사들이 전해준 기독교의 복음을 받아드리면서 설립되고 발전했으므로 선교사들이 전해준 기독교의 신학과 교회의 모습에 따라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 등의 다양한 모습을 띠게 된 것은 이해할만한 일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1950년대에 와서 한국 장로교회가 몇 개의 교단으로 분열된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한국 장로교회의 분열에는 외부적인 요인도 있었고 내부적인 요인도 있었다. 1912년 하나의 교단으로 시작된 장로교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제도적인 연합은 지속되었지만 여러가지 요인들로 인해 균열 현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즉 일본의 신사 참배 강요에 대한 일사 각오의 반대로부터 1952년에 재건 파 및 고신 교단이 출발했고, 신학적인 입장의 차이로 1953년에 기장 교단이 출발했으며, WCC 신학 노선에 대한 입장 차이로 1959년에 통합 교단과 합동 교단이 출발했다. 그러나 지연과 학연 등 내부적인 요인들도 함께 작용했으며 이와 같은 지연과 학연 등 내부적인 요인들은 차츰 한국교회 특히 장로교회 안에 핵분열을 초래했다. 후기에 나타난 특정 교단들 안의 핵분열은 주도권 다툼과 지연 학연 등 비신학적인 요인들과 무관치 않다고 하겠다.
한국교회의 존경을 받던 교회의 지도자들은 사도 바울을 비롯한 신앙의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 자신의 허물과 죄를 자백하는 처절한 회개와 참회의 고백들을 계속했음도 불구하고 한국교회 특히 장로교회의 핵분열은 계속되었다. “나는 아간과 같은 죄인입니다. 애통하며 회개할 맘 충만케 하시옵소서”(길선주 목사). “나는 죄인 중의 괴수외다”(이기풍 목사). 주기철 김치선 이성봉 손양원 한경직 박윤선 목사님 등도 맨날 울면서 처절한 회개의 기도를 드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와 한국장로교회는 대 규모의 분열과 그 후 핵 분열을 초래했다. 물론 분열이 있을 때마다 재결합과 연합의 시도도 있었다. 고신 교단과 합동 교단은 1960년대 재 연합을 추진하다가 정치 논쟁에 휩싸여 통합 논의가 결렬되었다. 1980년대부터는 교단 통합보다는 한국장로교 총연합회(한장총), 한국기독교 총연합회(한기총), 한국기독교 목회자 협의회(한목협),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 협의회(교단장협) 등 다자간의 협의체를 통한 연합과 일치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했으나 핵 분열된 한국교회 특히 장로교회의 연합과 통합을 이루어내지는 못했다. 현재 예장 대신, 예장 고신, 예장 백석, 예장 합신 등 교단들은 신학적인 차이가 적은 교단들과의 합동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주목을 받기도 한다. 지금 한국교회 특히 한국장로교회는 보다 심각한 갈등과 분열에 휩싸여 있다. 교단 안의 갈등과 분열은 물론 연합기관 안의 갈등과 분열도 심화되고 있다.
그러면 핵 분열된 한국교회의 일치와 연합은 과연 가능하며 특히 300여 개 이상의 교단들로 핵 분열된 한국장로교 교단들의 일치와 연합은 과연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그 비결은 무엇인가? 물론 성경은 획일주의적인 일치를 주창하지는 않는다. 하나님은 유일하신 한 분 하나님이심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다양성을 무시하시며 획일적인 하나됨을 요구하시지 않고 우리들이 다양성을 서로 인정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유기적인 하나됨을 요구하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하나님은 매우 ‘민주적인’ 하나님이라고 말한다. 사실 절대 무오한 성경 말씀도 다양성 가운데 조화를 이루게 하셨다. 마태복음은 유대적인 특성을 띠게 하셨고, 마가복음은 사건중심적인 특성을 띠게 하셨고, 누가복음은 가난한 자들과 병든 자들과 여인들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기우리는 특성을 띠게 하셨고, 요한복음과 요한계시록은 하늘을 바라보는 천상적인 특성을 띠게 하셨다.
성경은 다양성을 무시하는 획일주의를 주창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다양성을 무시하는 갈등과 분쟁을 정당화하지도 않는다. 성경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유기적인 하나됨을 거듭해서 강조한다. “몸은 하나인데 많은 지체가 있고 몸의 지체가 많으나 한 몸임과 같이 그리스도도 그러하니라 우리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자나 다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또 다 한 성령을 마시게 하셨느니라”(고전12:12,13). “이제 지체는 많으나 몸은 하나라”(고전12:20). 제자들을 위한 예수님의 마지막 기도 중의 하나도 하나가 되게 해 달라는 기도였다. “저희를 보전하사 우리와 같이 저희도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요17:11). 사도 바울은 자기들의 지도자들을 배타적으로 높임으로 발생한 고린도 교회 안에 분열을 책망했다. “어떤 이는 말하되 나는 바울에게라 하고 다른 이는 나는 아볼로에게라 하니 너희가 사람이 아니리요 그런즉 아볼로는 무엇(무슨 물건)이며 바울은 무엇(무슨 물건)이뇨 저희는 아무 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나게 하시는 하나님 뿐이니라”(고전3:4-7). 그리고 자기를 극도로 낮추면서 이렇게 고백했다. “우리가 세상의 더러운 것과 만물의 찌끼같이 되었도다”(고전4:13). 결국 사도 바울의 간곡한 권면은 온유와 겸손과 인내와 사랑 가운데서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는 것이었다(엡4:1-3).
핵 분열과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교회 특히 한국장로교회가 과연 일치와 연합을 이루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최근 한국교회가 갈등과 분열의 극치로 치닫고 있는 캄캄한 현실에 비추어볼 때 한국장로교회의 일치와 연합은 거의 불가능하게 보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때로는 불가능에서 가능으로 탈바꿈 하기도 하므로 일치와 연합의 비결을 모색해 보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필자에게 주어진 “한국장로교회의 일치와 연합”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라는 과업은 너무 무거운 거의 불가능한 과업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에게 주어진 불가능한 과업을 수행하며 일치와 연합의 비결을 모색해 보려고 한다.
우선 몇몇 교계 지도자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지난 2월 10일 “한국교회의 화해와 협력”이란 주제로 모인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월례 모임에서 몇몇 교계 지도자들이 분열의 원인과 함께 일치와 연합의 비결을 모색해 보았는데 그 때 발표된 의견들을 요약해본다.
백석대학교의 교수이며 기독교연합신문의 주필인 언론인 최명국 교수님은 한국사회와 교계의 갈등과 분열상이 지역이기주의와 함께 비 윤리적인 물신주의적 삶에서 비롯했다고 분석했다. “우리사회는 지금 지역이기주의를 비롯 세대 간의 갈등, 이념, 가치관 신념의 갈등, 반미 대 친미 갈등, 노사, 빈부, 여야, 계층, 보수와 진보 언론에 이르기까지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교계도 예외 없이 교권, 금권 주의 등으로 인해 분쟁•분열이 끊이질 않는다. 상호존중과 조화가 아니라 상대방을 쓰러뜨리려고 하는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힘겨루기이다. 흑백논리와 양극화의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우리 자신도 모르게 ‘야성적인’ 투사로 길들여져 가고 있지 않느냐 생각할 때 사회통합과 교회화합은 저 멀리 강 건너편에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작금 한국교회 분쟁•분열의 원인 제공은 교회 지도자들의 비윤리적 행동에서 비롯되고 있다. 교단 및 단체장들의 금권선거, 교회재정의 불투명한 운영, 교회재산의 사유화 시비 등 기독교 지도자의 윤리는 교회 안팎으로부터 심한 지탄을 받고 있다. 한국교계 부패의 한복판에는 직분과 돈 관계가 깊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물신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가 분쟁을 극복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외형의 크기, 돈이 목회의 중심으로 옮겨가고 자신을 높이는 업적주의나 소영웅주의에 물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오늘의 분쟁과 분열을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반성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다양성 안에서의 조화를 이루도록 힘쓰며 자신을 희생하려는 순교자적인 삶의 자세를 지니는 것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사회 통합이나 교계의 분쟁 극복은 획일적인 것이 아니라 다양성 안에서 만나는 조화와 성취라는 점이다. 교회가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은 화해의 성취이다. 지금 한국 교회는 한 사람이든 두 사람이든 말이 아니라 행동을 요구한다. 말의 옳음에 머물지 않고 자신을 희생하려는 순교자적 자세가 보여질 때 분쟁•분열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덕수교회의 담임인 손인웅 목사님은 교회의 유기적인 하나됨을 지적하며 유기적인 하나됨을 깨트리고 교회의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인간의 죄성과 불완전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나님께서 세워주신 교회는 본래 하나의 교회이다. 예수께서 제자공동체가 하나 되게 기도하셨다. 사도 바울은 몸은 하나이지만 지체는 여럿이요, 지체가 여럿이지만 몸은 하나라고 가르쳤다. 사도적 신앙을 계승해온 초대교회가 가장 힘써온 것은 하나의 교회를 지켜온 일이다. 그래서 니케아 콘스탄시노플 신조에서 ‘하나의 거룩한 보편적 사도적인 교회’ 라고 확실하게 고백함으로 오늘에까지 전승되고 있다. 여기서 교회의 단일성은 제도나 조직이나 교회의 획일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상 영적으로 하나의 교회이며 또 하나여야 한다는 것과 은사의 다양성을 강조한 것이다.” “주께서 주신 교회가 본래 하나의 교회였음에도 불구하고 분열된 것은 무슨 연고였는가? 한마디로 말하면 인간의 죄성 때문이요, 인간의 불완전성 때문이다. 리처드 니버는 교회 분열의 원인을 경제적, 정치적, 지역적, 문화적, 인종적 배경 등으로 분류해서 연구했다. 그리고 교회의 분열은 윤리적 패배라고 선언하였다. 교회의 분열은 인간의 죄성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기에 어떠한 이유라도 합리화 할 수 없다.” 그리고 한국교회는 이제 교회 분열의 죄를 통렬히 회개하고 비본질적인 요소의 차이의 장벽을 넘어서서 연합과 일치를 이루기 위해 살신성인하는 결단을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한국 개신교회는 200여 개가 넘는 교파, 교단들로 분열되어서 세상 사람들 보기에도 부끄럽고, 선교의 심각한 장애요소로 등장하는 것을 통렬히 회개하고 연합과 일치를 위해서 살신성인하는 결단을 해야만 할 것이다. 교회연합 일치 운동이 어려운 것은 교회의 본질을 추구하지 아니하고, 신학이나 교리나 의식이나 제도와 같은 비본질적인 요소의 차이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지나친 교파주의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철저하게 회개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하나의 몸을 찢어놓은 죄를 범했기 때문에 회개하면 다시 하나로 복원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교파와 교단의 다른 것만을 부각시켜서 분열을 더욱 조장하는 것을 지양하고 공통점을 계속 찾아내고 공동체 의식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한목협과 미래목회포럼과 한국교회희망봉사단과 부활절 연합예배 등을 통해서 연합운동과 일치 운동을 펴 온 것을 소개했다. 그리고 한기총과 NCCK와의 통합을 통한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 운동을 펴 나아가는 것이 한국교회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NCCK와 한기총을 통합하여 하나의 연합기구로 교단장협의회를 복원하는 방법이다.”
경동교회의 담임인 박종화 목사님은 교회의 분열이 죄책 고백의 대상이라고 지적하며 ‘다름’을 서로 인정하며 ‘모이는 교회의 삶’을 통해서 그리고 선교와 봉사를 통해서 일치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교회분열은 죄책 고백의 대상이다. 그리스도의 몸을 찢은 현실에 대한 죄책일 것이다. 초기한국 장로교의 경우 개혁교회 전통을 명시하는 많은 신조들 가운데서 하나의 공통된 신조 (예: "웨스터민스터 신조", "장로교 신조")를 인정하고 지니고 있으면서도 성서해석 방법이나 신학적 입장 등의 차이로 분열된 경우가 이에 속할 것이다. 오늘 날 성숙해진 신학과 신앙의 입장에서 보면 분열의 원인으로 지칭된 것들이 ‘틀림’의 대상이 아니라, 다양성을 지니는 ‘다름’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상황에서 보면 ‘기구’ 중심의 일치의 맹점은 거의 항상 교권과 자리 및 이권다툼이라는 비신앙적 비신학적 요인들이 크게 자리한다. 그리고 일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한국교회가 우선적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모이는 교회의 삶’을 통한 일치이다. 즉 ‘예배의 일치’이다. 신학적 성향이나 교리입장을 말하기 전에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의 일치를 이루자는 것이다. 전국교회가 주일마다 같은 성경본문으로 말씀이 선포되는 강단의 일치가 있을 수 있다. 또 하나는 교회 일치가 선교와 봉사를 위한 일치여야 한다는 점이다. 교회의 존립 근거도 그렇고 교회의 일치 노력의 목표 역시 구원의 복음을 전파하고 봉사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일치의 목적은 바로 교회 일치, 선교 일치, 봉사 일치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교회의 일치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교회의 일치된 노력이다. 교파간의 갈등 못지않게 남북갈등은 분단이 내어놓은 죄악이다. 자유 민주사회를 이끌고 사는 우리는 북한의 체제나 제도를 내용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의 상대로서의 현실을 인정하는 것일 뿐이다. 말하자면 통일지향의 ‘평화 공존’이며 그런 정신하에서의 ‘분단 평화관리’일 것이다. 한국교회는 통일지향에서 ‘북한동포’가 평화통일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러면 이제 필자의 한국교회 특히 한국장로교회의 일치와 연합에 대한 서론적인 이야기를 해본다. 우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학과 모든 교회의 바람직한 일치와 연합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모두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자만하고 배타적인 기질을 지니고 있는 죄인들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성경을 많이 알고 아무리 성령의 충만을 많이 받아도 인간은 여전히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다. 성경을 많이 알고 성령의 충만을 많이 받을수록 더욱 더 자만해 지고 더욱 더 자칭 의인이 되기가 쉽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교회 특히 한국 장로교회가 극심한 분쟁과 분열에 휩싸이게 된 원인도 한국교회 특히 한국장로교회가 설교를 너무 잘하고 은혜를 너무 많이 받고 교회가 너무 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학과 모든 교회의 바람직한 일치와 연합은 거의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다양성 가운데 유기적인 하나됨을 유지하라고 거듭해서 권면하고 분부하기 때문에 우리는 불가능해 보이는 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제 필자의 한국교회의 일치와 연합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담을 소개한다. 필자는 본래는 근본주의에 가까운 보수적인 입장에 서서 소위 개혁주의적인 신학이나 신앙노선과 다른 거의 모든 신학과 교회와 교회 지도자들을 정면으로 비판하던 사람이었다. 귀국 후 강원용 목사님도 조용기 목사님도 정면으로 비판하던 사람이었다. WCC의 신학적 입장을 언제나 앞장서서 비판했다. 1983년 7월 카나다 뱅쿠버에서 개최된 제6차 WCC 총회에 참석하여 한 시간도 빠지지 않고 발표들을 경청한 후 WCC의 신학 노선을 조목조목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반 북, 반일적인 입장을 강하게 취했고 반 모슬렘, 반 타 종교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다른 교회와 다른 신학과 다른 교회지도자들에 대한 태도가 바뀌어지기 시작했다. 강원용 목사님과 조용기 목사님을 존경하게 되었고, 북한에 대해서 긍휼의 마음을 품게 되었고, 일본에 대해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품게 되었고, 모슬렘이나 타종교인들에 대해서 관용의 마음을 품게 되었다. 결국 교회 연합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타종교인들과의 교제와 협력까지 도모하며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일어났는가? 몇 가지 과정을 서술해 본다. 첫째로, 필자가 교회사와 어거스틴을 전공하고 라토렛, 베인톤, 펠리칸, 윈터, 스토트 박사 등의 가르침을 받으므로 소위 ‘역사적인 안목’을 지니게 된 것이 사고의 변화를 가져 오게 된 아주 중요한 배경적인 요인이 되었다. 결국 필자는 흑백 논리를 버리고 사고의 ‘양면성’ 과 ‘균형’을 지니게 되었고 ‘양극을 붙잡는 역동적인 통일성’을 받아드리며 강조하게 되었다. 결국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하는 칼빈에게서도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하는 웨슬레 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둘째로, 십자가에 나타난 ‘버림’과 ‘가난해짐’과 ‘약해짐’과 ‘착해짐’과 ‘주변 지향적’임과 ‘긍휼’(자비)과 ‘용서’와 ‘사랑’의 모순 되는 듯한 복음의 특성들을 묵상하고 또 묵상하므로 사도 바울이 배설물로 여기며 버렸던 인간적이고 세속적인 지혜와 가치관을 조금씩 버리게 되었고 모두를 향한 긍휼과 용서와 사랑의 자세를 지니며 살기를 소원하게 되었다. 결국 성 프랜시스와 손양원 목사님과 한경직 목사님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조금이라도 닮고 싶은 소원을 지니게 되었다.
셋째로, 사도 바울을 비롯한 신앙의 선배들의 처절한 죄 고백의 부르짖음을 들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진리의 깃발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고 나의 허물과 죄성을 낱낱이 고백하는 처절한 회개와 참회의 고백임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부족하나마 날마다 회개와 참회의 고백을 하게 되었다. 결국 나는 아무도 판단하거나 정죄할 자격이 전혀 없는 죄인중의 죄인임을 인정하며 고백하게 되었고 모두를 품고자 하는 낮고 겸손한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넷째로, 필자는 타 교단의 지도자들과 만나서 친숙하게 교제하면서 즐거움을 누리게 되었고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통합교단의 지도자들과 교제하면서 통합교단이 상식적이고 앞선 교단임을 알게 되었고, 성결교 교단의 지도자들과 교제하면서 성결교 교단이 순수하고 복음적인 교단임을 알게 되었고, 기장교단의 지도자들(이중표 목사님, 박종화 목사님, 전병금 목사님, 이동휘 목사님 등)과 교제하면서 기장교단도 복음적이고 합리적이고 앞선 교단임을 알게 되었고, 대신교단의 지도자들과 교제하면서 대신교단이 순수하고 복음적인 교단임을 알게 되었고, 순복음 교단의 지도자들과 교제하면서 순복음 교단이 기도와 열정이 대단한 귀한 교단임을 알게 되었다.
다섯째로, 필자는 그동안 예배와 회개와 봉사 등을 주제로 여러 교단의 지도자들과 함께 모여 연합과 일치를 모색하는 일을 계속했다. 즉 2005년 4월에는 강변교회에서 김창인 목사님, 강원용 목사님, 조용기 목사님 등을 모시고 5월에는 이종성 목사님, 이성택 목사님, 주선에 교수님, 홍순우 목사님 등을 모시고 “제가 잘못했습니다” 라는 주제로 회개 모임을 마련했다. 2006년 부활절 때는 거의 깨어질 뻔 한 부활절연합예배를 함께 드릴 수 있도록 손인웅 목사님 등과 함께 심부름의 일을 했는데 너무너무 힘이 들었다. 2007년 2월 9일에는 강변교회에서 “하나되게 하시고 거룩하게 하옵소서” 라는 주제로 교계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찬양과 말씀과 기도를 했는데, 박종순 목사님, 신경하 감독님, 박경조 주교님, 황우여 의원님. 유재건 의원님, 안만수 목사님, 최희범 목사님, 박종화 목사님, 손인웅 목사님, 김광준 신부님, 권오성 목사님, 이용규 목사님, 정진경 목사님 등 한기총과 교회협 임원들이 다수 참석했고 여야 의원들이 특별 찬양을 했다. 2008년 1월 11일 강변교회에서 “주여 우리를 살려 주시옵소서”라는 주제로 기도 모임을 가졌는데, 옥한흠 목사님, 방지일 목사님, 조용기 목사님, 정진경 목사님, 이수영 목사님, 박종화 목사님, 손인웅 목사님, 김상복 목사님, 유재필 목사님. 최희범 목사님, 전병금 목사님 등이 참석했고 은퇴 목회자 24명과 은퇴 여 교역자 24명이 특별 찬양을 했다. 1995년경부터 재난에 처한 북한동포를 비롯한 아프리카 부르키나 파소와 방글라데시와 연변 조선족 아이들과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을 돕는 일은 범 교단적으로 수행해왔다.
이제 한국교회 특히 한국장로교회의 일치와 연합에 대한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을 피력하므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첫째로, 교단들간의 제도적인 합동 또는 통합을 서두르기 전에 합동 또는 통합을 하기를 원하는 교단들끼리 2,3년 동안 친밀한 교제와 교류를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즉 목사 장로 기도회나 여전도회 수련회 등을 함께 개최하고 신학교 교류와 강단 교류를 시도하고 그리고 가능하면 봉사활동을 함께 하면서 이제는 함께 살아도 편안하고 즐거울 것이라는 감을 피차 가지게 될 때 교단들간의 제도적인 합동 또는 통합을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둘째로,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추구하고 있는 기구들인 한국장로교 총연합회(한장총), 한국기독교 목회자 협의회(한목협) 등을 통해 교단의 지도자들이 다른 교단의 지도자들과 자주 만나서 교제와 교류를 시도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배우려고 하는 포용적인 자세를 지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셋째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선배들이 평생 힘썼던 처절한 회개와 참회의 고백을 몸에 지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의인 의식이나 지위나 명예를 추구하는 세속적인 욕망을 버리고 낮은 자세를 지니고 모두를 존경하며 품을 수 있는 온유 겸손 포용의 자세를 지니도록 최선을 다하는 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단의 일치와 연합은 결국 교회 지도자들의 온유 겸손 포용의 자세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심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필자는 지금 합동교단에 속해도 좋고, 고신교단에 속해도 좋고, 통합교단에 속해도 좋고, 기장교단에 속해도 좋고, 대신교단에 속해도 좋을 것 같다. 필자는 은퇴 후 지난 4년 3개월 동안 전국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교단에 속한 작은 교회들을 한 주에 평균 두 교회씩 방문하며 설교하고 있는데 그 결과 교단 의식이나 내 교회 의식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주님께서 간절하게 기도하신 대로 아니 지금도 기도하고 계시는 대로 한국교회가 특히 한국장로교회가 속히 모두 회개하고 십자가의 흔적을 몸에 지니고 하나 되기를 힘쓰기 바란다. 한국교회가 소금과 빛의 모습을 지니고 모두에게 착한 행실을 나타내 보이는 아름다운 섬김의 교회로 탈바꿈하게 되기를 바란다. 더 큰 채찍으로 맞기 전에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주님께서 드린 간절한 기도의 말씀과 사도 바울이 전한 간절한 권면의 말씀을 함께 들으므로 글을 마무리한다. “거룩하신 아버지여 내게 주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저희를 보전하사 우리와 같이 저희도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요17:11). “모든 겸손과 온유로 하고 오래 참음으로 사랑 가운데서 서로 용납하고 평안의 매는 줄로 성령의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 몸이 하나이요 성령이 하나이니 이와 같이 너희가 부르심의 한 소망 안에서 부르심을 입었느니라 주도 하나이요 믿음도 하나이요 세례도 하나이요 하나님도 하나이시니 곧 만유의 아버지시라 만유 위에 계시고 만유를 통일하시고 만유 가운데 계시도다”(엡4:2-6). “우리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자나 다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또 다 한 성령을 마시게 하셨느니라”(고전12:1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