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하나님의 섭리” (방글라데시 방문기) 기독교신문(2012.2.19)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 한복협 회장)
25 년 만에 다시 방문한 방글라데시는 여전히 세계 최 하위의 빈곤국가였다. 자연 환경까지 너무너무 열악했다. 물론 아프가니스탄보다는 좀 나아 보였다. 다카가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이 쓰레기 더미로 가득했고 동물들이 사는 듯한 좁고 더러운 헛간 같은 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곳곳이 먼지투성이였는데 더러움에 대한 개념은 거의 없는 것같이 보였다. 여기 저기 드러누워있는 말라빠진 소들은 죽은 것 같이 보이기도 했다. 넓은 길은 물론 좁은 길에서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과 릭샤(인력거)들은 서로 부딪히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경적 소리를 울리며 곡예 운전을 하고 있었다. 가는 길 앞에서 자동차들이 돌진해오기도 했고 오는 길을 향해서 앞으로 돌진하는 것은 보통이었다. 거리를 달리는 대부분의 버스들은 모두 부딪혀 온 몸이 찌그러진 상처 투성이었다. 하급 공무원들의 월급이 10만원 정도라니 빈곤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방글라데시는 모슬렘 국가이다. 모슬렘이 87%, 힌두교도가 11%, 기독교인은 0.6%라고 하며, 인구 1억 6천여 만 명을 가진 방글라데시에 개신교 교회의 수가 2천 정도라고 하니 개신교인들이 신앙생활을 하기가 너무 힘들 것이다. 종교 정치 문화적인 영향 탓인지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강하고 저돌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듯이 보였다. 친밀한 교제와 합리적인 타협이나 협력이 부족해 보였다. 물론 한국 사람들도 그런 기질을 좀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저들은 혼자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일방적으로 밀고 나아가는 듯 했고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겨우 8일을 방문하고 나서(1월 30일부터 2월 6일까지) 이런 평가를 하는 것은 사실 좀 무리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는 한다.
화 수 목 (1월 31일 2월 1, 2) 3일 동안 다카에서 모인 한인 선교사 수련회를 마친 후 금요일 오전엔 다카 한인교회에서 예배 드리고 오후에는 깔리아꼴 글로리아 교회의 헌당예배를 드린 후 토요일 아침 다카를 떠나 비행기로 30여분 자동차로 2시간 이상 걸려서 쿨라 지역으로 이동하면서도 그리고 쿨라 지역의 이곳 저곳을 방문하면서도 나는 비슷한 느낌을 가졌다. 물론 자연 환경과 도시 환경과 사람 환경이 다카보다는 약간 소박해 보였다. 그러나 그곳도 마찬가지로 가난에 찌들려 있었고 먼지와 더러움투성이였다. 여기 저기에 서 있거나 드러누워있는 바싹 마른 소들은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러면 이제부터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물론 비판적인 이야기가 계속되지만. 이렇게 열악한 나라에 와서 20여 년 이상 또는 10여 년 이상 현지인들을 품고 사랑하며 방글라데시 곳곳에서 선교사역을 계속하고 있는 120여 명의 한인 선교사들이 너무너무 귀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좀 애처롭게 보이기까지 했다. 내가 선교사 수련회에 참석한 선교회 임원들에게 선교사들이 왜 좀 더 협력적이지 못하고, 왜 좀 더 은혜를 사모하는 간절함을 지니지 못하냐고 야단을 치기도 했다. 왜 주일 성수를 철저하게 하지 못하냐고 야단을 쳤지만, 사실 현지 종교 문화 사회적인 풍토 때문에 그런 경향을 띠게 된 것을 생각할 때 선교사들이 애처롭게 보이기도 했다. 왜 그렇게 현지 문화를 따라가게 되었고, 왜 그렇게 현지인들과 비슷해 졌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왜 모슬렘 문화를 따라서 공휴일인 금요일을 예배 드리는 날로 정하고, 일요일은 일하는 날로 간주하게 되었느냐고 야단을 치기도 했다. 그리고 다카 한인교회가 장소를 제공하고 선교사들이 후원해서 운영하는 에벤에셀 국제학교가 일요일에도 공부를 하게 하고 있다니 그것은 “정신 나간” 일이 아니냐고 심하게 야단을 쳤다. 야단을 치면서도 한 편으로는 애처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한국교회도 언제부터인가 주일 하루를 구별하여 거룩하게 지키던 주일성수를 포기하고 세상 유행에 따라 주일을 적당하게 보내는 불신앙과 불행에 처해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부 교회는 세속화 된 신자들의 편의를 도모하며 주일예배 대신 토요일이나 금요일에 예배 드리고 있는데 그것은 “정신 나간” 또는 “귀신들린” 짓을 하는 것이라고 내가 책망한 일도 있다. 점점 많은 교회들이 주일 저녁 예배를 오후예배로 대치하고 있는데 방지일 목사님께서 기가 막혀 하셨다. 나는 부족하고 부족한 죄인이지만 믿음의 스승들의 가르침에 따라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려는 단 한 가지 목적을 지니고 11살 때 부모와 고향을 떠나 38선을 넘어 남한으로 달려왔고 평생 주일성수의 신앙을 지키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하나님께서 나의 한 평생을 얼마나 크게 축복하셨는지 모른다. 미국의 대표적인 신학자인 촬스 하지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 일이 있다. “주일 성수를 폐할 때 가정과 사회는 타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방글라데시에 와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이 방글라데시에 있는 2천여 교회들과 함께 하루속히 모슬렘 문화와 사회적 풍습을 복음으로 변혁시킬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할 뿐이다. 사실 상당수의 방글라데시 사업가들은 금요일 대신 일요일을 공휴일로 바꿀 것을 소원하고 있다고 들었다. 방글라데시가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도 공산국가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세계국가들이 지키는 일요일 공휴제를 빨리 받아 들이기를 소원한다. 옛날 조선에 왔던 선교사들이 조선의 잘못된 문화와 풍습들을 복음으로 변혁시켰듯이, 방글라데시에 온 한인선교사들이 방글라데시의 잘못된 문화와 풍습들을 복음으로 변혁시킬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원할 뿐이다.
방글라데시 한인선교사회의 회장으로 이번 선교사 수련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느라 수고를 많이 한 이계혁 선교사가 25 년 전에 내가 쓴 방글라데시 방문기를 읽고 감동을 받아 20여 년 전에 방글라데시로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족한 나를 통해서도 하나님께서 귀한 일들을 하게 하신 것을 생각하며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이계혁 선교사는 학교 교육사역에 종사하며 한인선교사들간의 교제와 협력을 도모하는 일에 수고를 많이 하고 있는데, 한인선교사들간의 친밀한 교제와 협력이 좀더 돈독해 지기를 바란다.
부족한 사람의 권유로 한국복음주의협의회의 파송을 받아 쿨라 지역에 와서 지난 20여 년 이상 방글라데시인들을 사랑하며 젊음을 불사르고 있는 노재인 선교사의 사역지를 방문하며 나는 가슴에 깊은 감동을 받고 또 받았다. 노재인 선교사는 처음에는 영양사로 와서 병자들을 돌아보았고 후에는 쿨라와 인도 국경지역에 13개의 학교를 세워 유치원과 초등학생들 1천여 명을 가르치고 있다. 쿨라 지역에 있는 3개의 학교를 방문했는데 학교 건물은 닭장 같이도 보였고 외양간이나 창고 같이도 보이는 허름한 건물들이었지만, 100여명 내외의 어린이들이 학교마다 빼곡하고 앉아서 공부하며 찬송도 부르고 기도도 하는 모습들이 너무 귀엽고 예쁘게 보였다. 학생들에게 조그마한 과자 하나씩을 나누어 주었는데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학교마다 3-4명의 방글라데시 현지 여성들이 교사를 하고 있는데 저들은 마치 교회학교의 교사들처럼 철저하게 신앙교육을 받은 훌륭한 신앙인들이었다. 어린이들은 내가 학교를 떠날 때마다 내 손을 붙잡고 인사를 하려고 내게로 다가오고 또 다가왔다. 가난으로 찌들어 있는 모습들이었지만 기도하며 노래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자기의 젊음을 모두 불사르며 어린이들을 사랑으로 품고 키우는 노재인 선교사의 헌신과 수고에 머리 숙여 감사와 사랑과 존경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40여명 이상의 교사들은 모두 노재인 선교사를 믿음의 스승으로 떠받들며 섬기고 있었다. 학교가 있는 마을의 주민들은 노재인 선교사를 사랑과 존경으로 신뢰하고 있었는데 두 번째로 방문한 어느 학교 근처의 흰두교 사제는 나를 만나자 고마움의 인사를 하고 또 했다. 부족한 나의 손을 통해서도 하나님께서 방글라데시에 귀하고 귀한 일들을 하게 하신 것을 생각하며 하나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노재인 선교사의 학교사역을 제대로 돕지 못한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두 번째로 방문한 학교는 학교로 들어가는 길이 없어서 학생들이 고생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길을 만드는데 쓰라고 천불을 건네주기도 했다.
부족한 내가 25년 전에 가난과 질병과 눈병 등으로 고통 당하는 방글라데시 사람들을 보고 불쌍한 생각이 들어 한국교회에 호소해서 한국복음주의협의회의 이름으로 23년 전에 1억 5천여만 원의 후원금을 보내서 쿨라 지역에 안과진료소를 하나 지어준 일이 있었다. 이번에 그 안과진료소를 처음으로 방문했는데 넓은 대지 위에 지어진 여러 동의 큰 건물들을 바라보면서 깊은 감회에 사로 잡혔다. 안과진료소가 지금은 종합병원과 같은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의사와 직원들이 80여명이라고 했다. 부족한 사람의 손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방글라데시의 병자들을 치료하는 귀한 일을 시작하게 하신 것을 생각하며 하나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릴뿐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안과진료소 건축헌금을 기증한 서울영동교회 성도들에게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표한다.
23년 전에 부산 수영로교회의 파송을 받아 방글라데시에 온 임혜신 선교사는 현지인들을 사랑으로 섬기던 중 현지인 목사와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는데 그동안 현지 문화에 적응하느라 너무 힘든 삶을 살아온 것 같았다. 남편 요나단 문쉬 목사는 300여 개의 교회를 가진 한 개신교 교단의 총회장으로 일하고 있는데 미국교회의 후원을 받아 큰 건물 여러 동을 지어 목회와 교육과 자선 사역을 힘 있게 펴 나아가고 있었다. 최복규 목사님과 나는 쿨라에서 주일을 맞아 각각 오전과 오후 두 번씩 현지 교회에서 예배 드리며 설교를 했다. 노재인 선교사는 물론 주일을 주일로 지키는 현지 교회들도 있었다.
수도 다카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사바와 깔리아꼴 지역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그 지역 어린이들에게 모든 사랑을 쏟아 부으며 교육과 선교 사역에 헌신하고 있는 윤혜정 선교사의 눈물 어린 사랑의 사역에 나는 깊은 감동을 받고 또 받았다. 깔리아꼴 지역에 새로 지어진 아름다운 글로리아 교회의 헌당 예배를 드렸는데 헌당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윤혜정 선교사는 감사와 감격의 눈물을 계속해서 흘리고 있었다. 교회당 헌당을 후원한 한국중앙교회의 은퇴 권사회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윤 선교사를 후원하고 있는 한국중앙교회를 비롯한 몇몇 교회와 개인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윤혜정 평신도 선교사는 지금 74세인데 자녀들 부부와 손자들까지 사바에 데리고 와서 모두 함께 살면서 현지인 어린이들과 청소년 교육사역에 기도와 눈물과 사랑으로 온 생애를 몽땅 바치고 있었다.
서울 후암교회 출신인(내가 후암교회의 교육목사로 봉사할 때 학생들이었고 후에 후암교회에서 결혼한) 방글라데시 한국대사관의 조태영 대사와 오계영 사모는 다카 한인교회에 출석하면서 한인선교사들에게 도움과 격려의 손길을 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귀하게 보였다. 우리가 다카를 떠나는 날 저녁 우리를 대사관저에 초청하여 저녁식사를 정성껏 대접하기도 했다. 하나님의 도우시는 은혜와 사랑이 조태영 대사의 가정과 대사관 직원들 위에 함께 하시기를 기도한다.
이번 선교 여행에 최복규 목사님을 수행해서 우리 일행4명의 모든 일정을 마련하며 정성껏 봉사한 한국중앙교회의 조기원 선교목사의 수고와 자상한 봉사에 감사를 드린다. 3년 전 남아공 선교대회에 갔을 때에도 조기원 목사가 최복규 원로목사님을 정성껏 수행했다. 이번 선교사 수련회를 위해 후원금을 2천불씩 보내준 한국중앙교회와 강변교회에 감사를 드린다.
방글라데시는 극심한 가난과 열악한 환경가운데서 그 존재를 이어가는 불우한 모슬렘 국가이다. 우리들이 방글라데시를 방문하며 지니게 된 공통적인 생각중의 하나는 비록 한국이 분쟁과 갈등과 대결 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가 세속화와 인간화와 분쟁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삼천리 금수강산 대한민국 안에서 그리고 한국교회 안에서 살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어려움에 처한 세계 곳곳의 나라들과 사람들에게 도움과 격려의 손길을 펴야 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자주 말하는 대로 한국교회에 주어진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선교사역의 대상은 북한을 비롯한 공산지역과 아시아와 중동의 모슬렘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 갈수 있는 방법은 유창한 설교도 심오한 신학도 굉장한 이적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니느웨와 앗수르와 애굽을 사랑하신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를 가슴과 몸에 지니고 그리고 사마리아와 가이샤라와 마게도니아와 로마를 사랑하신 예수님의 긍휼과 용서와 사랑을 가슴과 몸에 지니고 모두를 품고 도울 수 있는 부드럽고 따뜻한 사랑의 손길이라고 생각한다. 인도는 물론 파키스탄과 적대 관계에 있는 방글라데시가 한국과 친해질 수 있기를 바라고 한국교회와 한국의 기독교 기업들(이랜드 등)이 방글라데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격려와 도움의 손길을 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방글라데시는 모슬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모슬렘 국가들에 비해 타 종교들에게 다소 관용적인 입장을 조금은 지니고 있다고 한다. “하나님 아버지, 한국교회를 불쌍히 여기셔서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북한 형제들과 모슬렘 형제들을 긍휼과 용서와 사랑으로 품을 수 있는 사랑과 도움의 손길들을 일으켜 주시옵소서” (2012.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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