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토트 박사님의 귀한 가르침: 균형, 약함, 섬김 (빛과 소금 9월호)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윈로,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하나님께서 부족한 나에게 베푸신 은혜 중 귀한 은혜는 한국과 세계의 귀한 신앙의 스승들을 만나게 하시고 가까이 지내게 하시고 배우게 하신 일인데 내가 만난 귀한 신앙의 스승들 중의 한 분이 세계적인 복음주의 지도자였던 존 스토트 박사님이다. 내가 1975년부터 총신에서 교회사를 가르치다가 선교학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그 때 랄프 윈터 박사와 피터 바이어하우스 박사와 존 스토트 박사의 선교학 이론을 소개하면서 강의를 했다. 나는 본래는 근본주의적인 보수주의 입장에 서 있던 배타적이고 비판적인 사람이었는데 어거스틴을 전공하면서 그리고 예일대학교의 펠리칸 교수님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차츰 ‘양면성’과 ‘포괄성’ ‘비관론적 낙관주의’ ‘양극을 붙잡는 역동적인 통일성’ 등을 배우며 조금씩 지니게 되었고 ‘균형’과 ‘포괄성’을 강조하는 존 스토트 박사님의 입장에 크게 공감하게 되었다. 그 때 ‘균형’과 ‘양면성’과 ‘포괄성’을 강조하는 나의 강의에 크게 공감하는 3학년 학생들 중에 권성수 김정우 박영선 학생들이 있었다.
결국 나는 선교학 교재로 쓰던 존 스토트 박사님의 Christian Mission in the Modern World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현대 기독교 선교」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하게 되었는데 그 분의 저술인 Balanced Christianity 도 번역해서 “균형잡힌 기독교”를 부록으로 함께 출판했다. 그 때 번역에 많은 도움을 준 학생이 권성수 학생이었다. 존 스토트 박사님의 「현대 기독교 선교」는 그 후 여러 신학교에서 선교학 교재로 사용되었으며 선교관, 복음화, 대화관, 구원관, 회심관, 지성과 감정, 보수와 급진, 형식과 자유, 복음화와 사회 참여 등에 대한 균형 잡힌 입장을 한국에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존 스토트 박사님이 보내준 ‘저자의 말’을「현대 기독교 선교」의 책 머리에 실었는데 ‘저자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김명혁 박사께서 본인의 저서인 Christian Mission in the Modern World와 Balanced Christianity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읽을 수 있게 하신 노고에 대해 심심한 사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 본인은 또한 역자의 서문에서 김 박사께서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것을 발견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본인은 아직도 마귀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은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균형을 잃도록 만드는 일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진리의 한 면만을 붙잡고 다른 면을 무시하는 일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러나 성경의 계시는 아름답게 조화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성경 전체를 연구할 때 그리고 성서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될 때 우리는 균형을 잃은 기독교로부터 보호를 받게 될 것입니다.” ‘다양성’과 ‘보편성’을 수용하지 못하고 ‘균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한국교회가 백 번 들어도 지나치지 않을 너무 귀한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균형’은 참으로 귀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존 스토트 박사님은 ‘균형’과 함께 ‘약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는 2000년 7월 15일부터 21일까지 영국 케직에서 개최된 “케직 사경회”에 참석하여 존 스토트 박사, 루이스 팔라우 박사, 안 그레함 롯츠 여사 등이 전하는 메시지들을 들으며 마음과 영혼에 깊은 감동과 은혜를 받았는데 특히 존 스토트 박사님이 전한 다섯 번의 설교를 통해서 깊은 깨달음과 은혜를 받았다. 나는 후에 케직의 메시지들과 7월 29일부터 8월 6일까지 화란 암스텔담에서 개최된 “암스텔담 전도대회”에서 전해진 메시지들을 종합하여 「케직, 암스텔담 메시지」 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했다.
존 스토트 박사님은 “약함을 통한 능력” (Power through weakness) 이란 제목의 설교에서 ‘약함’의 중요성을 사도 바울의 고백을 근거로 구체적으로 지적했는데 내가 평소에 지녔던 약함에 대한 생각과 입장에 확신을 더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존 스토트 박사님의 설교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본문(고전1:18-2:5)에 능력이란 말이 다섯 번 나옵니다. 능력이란 말은 우리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말입니다. 권력에 대한 갈망이 교회 안에도 선교단체들 안에도 나타납니다. 설교의 강단에까지 권력에 대한 야망이 나타나고 복음전파 사역에까지 위장된 제국주의가 나타납니다. 고린도 전서의 중심 주제는 권력이 아닙니다. “약함을 통한 능력”입니다. 사도 바울은 복음과 복음을 받은 자와 복음을 전한 자에게 나타난 약함을 통한 능력을 언급합니다.
『복음에 나타난 약함을 통한 하나님의 능력(18-25). 희랍과 로마세계는 철학을 세상의 지혜로, 웅변술을 세상의 능력으로 숭상하고 있었습니다. 바울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거부했습니다. 바울은 인간의 철학 대신 십자가의 지혜를, 인간의 웅변술 대신 십자가와 성령의 능력을 내 세웠습니다. 바울이 전한 십자가의 복음은 유대인들에게는 연약한 것이었고 헬라인들에게는 어리석은 것이었습니다. 이 말씀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적용됩니다. 권력을 숭배하는 현대인들에게 십자가는 거리끼는 것이 되고 자신을 확신하는 현대 지성인들에게는 어리석은 것이 됩니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우리가 믿는 연약한 그러나 능력 있는 십자가의 복음입니다.
『복음을 받은 자에게 나타난 약함을 통한 하나님의 능력(26-31). 바울은 복음을 받은 고린도 교회 신자들의 연약성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교육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혜 있는 자가 많지 아니하며 능력 있는 자가 많지 아니하며”라고 지적했습니다. 만약 세상의 강한 자들이나 지혜로운 자들이 구원 얻기를 원하면 그들이 먼저 약해져야 하고 어리석어져야 하며 그들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자에게 나타난 약함을 통한 하나님의 능력(2:1-5). 바울은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인 자기 자신도 약하고 떠는 자라고 지적했습니다. “내가 너희 가운데 거할 때에 약하며 두려워하며 심히 떨었노라”(2). "바울은 무슨 물건이며 아볼로는 무슨 물건이냐?"(5). 자기는 "아무 물건도 아니고" "만물의 찌끼" 같은 존재라고 까지 표현했습니다.
『우리는 약한 설교자에 의해서 전파된, 약한 사람들에 의해서 받아진, 약한 메시지인 십자가의 복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삼중적인 연약성을 통해 하나님의 능력이 그때에도 나타났고 지금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계시록은 능력의 상징인 하나님의 보좌 위에 연약함의 상징인 죽임을 당한 어린 양이 서 계심을 보여줍니다. 이와 같은 하나님의 존재의 모습이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 되기를 원합니다.』
존 스토트 박사님은 오늘날 세계 곳곳을 다녀보아도 바울처럼 자기의 약함과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진정한 기독교 지도자들을 찾아보기가 너무나 어렵다고 고백했다. 설교 후 스토트 박사님과 내가 잠시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교회의 지도자들 가운데 유교적 권위주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나누었다.
존 스토트 박사님은 ‘균형’과 ‘약함’과 함께 ‘섬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존 스토트 박사님은 예수님의 삶과 사역을 가장 분명하게 묘사한 성경 구절이 막10:45이라고 지적한 일이 있다. 즉 예수님의 삶과 사역의 특징은 고난과 희생의 섬김이며 주님을 따르는 제자들의 삶과 사역도 희생과 봉사의 섬김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다. 그리고 섬김과 사회참여는 전도와 복음화의 필수적인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토트 박사님이 「현대 기독교 선교」의 제 1장인 “성서적 선교관”에서 섬김의 중요성을 강조한 부분을 인용한다.
“성자께서 세상에 들어오신 주요 목적은 독특한 것이다. 그는 친히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러’오셨다고 하셨다. 좀 더 일반적인 일로부터 출발하여 그가 섬기러 오셨다고 말하는 것이 더 났겠다. 그의 당대인들은 지배력을 가지사 만백성들에 의해 섬김을 받으시는 다니엘의 묵시적 인자의 환상에 친숙해 있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섬김을 받으시기 전에 섬겨야 하실 것과 지배력을 얻으시기 전에 고통을 감내해야 하실 것을 아셨다. 그래서 그는 두 개의 양립 불가한 구약의 비유, 즉 다니엘의 인자와 이사야의 고난의 종을 결합하셔서 이렇게 말씀했다. ‘인자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10:45). 대속의 제물은 그 분만이 바칠 수 있는 제사였고 그것이 섬기는 생활의 결정이었다. 따라서 우리도 섬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선교는 그의 선교처럼 섬기는 선교가 되어야 한다. 우리 기독교인의 태도와 사업에 있어서 (특히 유럽과 북미에 사는 자들에게 있어서) 흔히 종들이 되기보다 주인들이 되려는 경향이 있었다. 복음전도와 사회봉사 이 양자가 섬기는 사랑의 진정한 표현으로서 분명히 그리스도에게 있었듯이 우리에게도 있어져야 한다. 사회봉사는 복음전도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위에서 세계적인 복음주의 지도자였던 고 존 스토트 박사님께서 남기신 귀한 가르침들 중에서 ‘균형’과 ‘약함’과 ‘섬김’에 대한 가르침을 지극히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오늘의 한국교회가 귀담아 들으며 가슴과 몸에 깊이 새겨야 할 가르침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들은 너무 극단적이 되었고 너무 강하게 되었고 너무 명예와 자리추구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긍휼을 베푸셔서 주님께서 지니셨던 그리고 우리 선배님들이 지니셨던 ‘균형’과 ‘약함’과 ‘섬김’의 모습과 흔적을 아주 조금이라도 마음과 몸에 지닐 수 있게 하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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