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박성원 교수님과 이응삼 목사님이 함께 엮은 “구름 같은 증인들의 빛과 그림자” 라는 제목의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순교에 대한 역사적이고도 신학적인 폭 넓은 그리고 깊이 있는 성찰을 시도한 것을 보고 만족과 감사와 기쁨의 마음을 지니고 축하를 드립니다. 사실 기독교는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에 그 뿌리는 두고 십자가의 길을 걸어간 수 많은 순교자들의 피에 의해서 자라고 꽃을 피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동안 순교에 대해서 너무 단편적으로 너무 주관적으로 너무 감성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드린 경향이 있었습니다. 단기 선교여행을 갔다가 익사한 젊은이들을 ‘순교자’라고 부른 경우도 있었고, 봉사사역을 하다가 인질로 붙잡혀 희생된 젊은이들을 ‘순교자’라고 부른 경우도 있었습니다. 순교자 기념관을 관리하고 후원하는 어느 교회는 자기들이 순교자 ‘추서’의 일을 하겠다고 나선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출판된 “구름 같은 증인들의 빛과 그림자, 순교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 한국교회에 순교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의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구름 같은 증인들의 빛과 그림자”는 박성원 교수가 지적한 대로 순교를 기독교의 어느 한 전통에서 보는데 머물지 않고 다양한 전통에서 즉 에큐메니칼한 시각에서 보려는 시도를 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즉 개신교뿐 아니라 로마 가톨릭과 정교회의 입장을 모두 섭렵하고 종합하면서 순교에 대한 역사적이고도 신학적인 폭넓은 성찰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순교에 대한 성서적 고찰과 교회사적(로마 가톨릭교회, 개혁교회, 근대교회, 한국교회) 고찰을 시도한 후 순교에 대한 신학적 담론을 실으므로 거의 완벽한 순교 연구서가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에딘버러대학교에서 순교신학을 연구하고 있는 최성도 목사는 “순교 담론”에서 ‘순교자 바로 만들기’에 대한 중요한 지적을 했습니다. “한국개신교 순교자 만들기는 무엇보다도 죽음의 사건에 대한 역사적 진위를 밝히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기억의 수집과 분석을 통한 사건의 진상으로부터 순교 여부가 해석되는 순교담론 형성과 구조의 ‘질서’를 지켜야 한다. 이 질서를 지킬 때 비로서 순교담론의 오용을 방지하고 반공주의 이데올로기 옷을 벗고 분단신학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질서에 충실할 때 엘리트주의를 극복하고 여성, 평신도 등 모두를 순교자로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으며, 각 교파 교회의 목적에 따른 경쟁적 순교자 만들기를 지양시키고 모든 교회의 유산으로서 순교자를 추모할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교회의 권위 회복은 그리스도의 삶을 살고 복음의 증거와 선포를 위해 영광스런 죽음을 맞이한 순교자의 영성을 통해 예수에게로 돌아가는데 있다.”
성공회대학교의 김은규 박사는 “구약의 순교 영성”에서 구약의 사회정치사적 배경에서 순교의 영성을 찾아 그 의미를 밝히려고 하면서 기독교가 정치권력과 야합하는 것을 경계하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기독교의 순교 영성은 이러한 야합의 현실을 비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용기를 지녀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성공회의 박태식 박사는 “예수의 죽음과 순교”에서 참된 순교는 순교의 원형이 되시는 예수님의 죽음을 따르는 것이고 절대 진리를 증거하고 설파는 죽음이라고 다음과 같이 지적했습니다. “순교자들은 마치 예수처럼 십자가를 몸소 진 위대한 신앙의 선배들이다. 예수는 비록 제도권 종교인들의 간교한 계략에 의해 정치범으로 처형을 당했지만, 그분 자신은 정치적 차원으로 결코 제한할 수 없는 ‘절대 진리’를 설파하신 분이었다. 순교의 본질은 분명 절대 진리이신 하나님 외에 모든 것을 상대화시킨 예수님의 신념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고신대학교의 이상규 교수는 “교회사 속의 순교”에서 순교에 대한 바른 정의를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폭 넓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순교의 개념은 첫째, 복음 증거를 위해 불가피하게 적의를 가진 집단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경우로 보는 초기 기독교가 이해해 왔던 협의의 순교 개념과, 비록 기독교에 대한 적의를 가진 집단이나 조직에 의한 불가피한 죽음이 아니라 할지라도 명백하게 복음 증거와 관련되어 있을 경우에도 순교로 이해하는 광의 순교개념이 그것이다.” “과거의 순교자들은 종교적 불 관용의 상황에서 자기가 믿는 바를 증거하고 수호하기 위해서 순교자의 길을 걸었으나, 이제는 사회적 부조리와 대항하여 싸우다가 희생자 혹은 순교자의 길을 간다.”
감리교신학대학교의 이덕주 교수는 “증오의 신학을 넘어 사랑의 신학으로”에서 순교자들이 지녔던 용서와 화해와 사랑의 정신을 바로 배워 순교신학을 바로 정립하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종교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순교의 동기는 정치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순국의 동기와 다를 것은 분명하다. 순교자들은 이미 평소에 ‘순교자적인’ 삶을 살았다는 점이다. 평소의 삶에서 눈물과 땀으로 표현되는 ‘백색 순교’를 실천하던 신앙인들이 마지막 순간 피를 흘리는 ‘적색 순교’에 까지 이르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해방 후 전개된 한국교회의 순교 기념 사업에 일본과 공산주의에 대한 증오심과 불신감이 깔려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배타적 민족주의나 편협한 반공주의는 용서와 화해를 추구하여야 할 기독교 신앙에서 극도로 경계해야 할 것들이다. 증오와 불신의 고리를 끊고 용서와 화해를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순교 신학이 필요하다.” “일제 시대와 해방 후 많은 순교자들은 순교를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 실천’을 몸으로 보여주었다. 주기철 목사, 신석구 목사, 손양원 목사, 서기훈 목사 등이 순교를 통해 용서와 사랑을 실천하신 분들이었다. 평소 목회와 생활에서 ‘온전한’ 믿음의 본을 보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순교자들은 마지막 순간에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말씀을 실천함으로 ‘완전한’ 수준의 믿음을 보여주었다. 갈등과 불신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 ‘순교 신학’이 ‘증오의 신학’이 아닌 ‘사랑의 신학’이 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로회신학대학교의 윤철호 교수는 “오늘날의 통전적 순교신학”에서 통전적인 순교신학의 정립이 요청된다고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요 내용들에 의해서 구체화될 수 있다고 포괄적으로 지적했습니다. “첫째, 순교는 인간의 의지나 용기라기 보다는 하나님의 섭리와 은총의 사건이다. 둘째, 순교적 영성의 본질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자신을 비우고 헌신하는 자기 희생적 정신이다. 셋째, 순교는 수직적, 개인적 차원의 사건이면서 동시에 수평적 공동체적 차원의 사건이다. 넷째, 교회는 스스로 정치적 권력 집단화 됨으로써 힘없는 무고한 자들을 박해하고 있지 않은지 늘 반성해야 한다. 다섯째, 오늘날의 비교적 자유로운 선교적 상황에 있어서 죽음 자체 보다 죽음에 이르는 삶의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영남신학대학의 정경호 교수는 “기독교 윤리에서 본 거룩한 죽음”에서 다양한 역사적 상황에서 발생한 거룩한 죽음의 형태를 살피고 나서 순교를 획일적이 아닌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여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순교란 실로 힘들고 어려운 십자가의 고난의 길이다. 값비싼 신앙 없이 값진 순교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획일적인 한 가지 유형의 순교만을 강조하거나 자신의 교단 또는 자신의 집단 안의 순교만 내세운다면 오히려 순교의 뜻을 흐리게 하고 말 것이다.”
세계교회협의회 선교와 전도위원회 총무 금주섭 박사는 “순교적 증언의 현재화로서의 선교”에서 순교에는 복음에 대한 고백적인 증언인 선교가 핵심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장 시급한 것은 순교에 대한 선교신학적 이해를 정립하는 것이다.” "순교의 원래적 의미는 ‘죽음’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추어있는 것이 아니라 ‘진리에 대한 증언’이다. 따라서 ‘죽음’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죽음을 통해서라도 선포하고자 했던 진리의 내용, 즉 ‘증언’을 순교의 핵심적인 해석학적 화두로 삼아야 한다. 순교자가 선포한 내용이 과연 이 땅에 인간의 몸을 입고 오셔서 능욕의 십자가를 감당한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과 낮아짐의 선교에 합당한가? 하나님 나라의 선포와 운동을 그리스도와 같은 방식으로 증언했느냐가 중요하다. 둘째, 모든 순교 담론과 신학의 핵심은 죽음이 아니라 생명에 그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셋째, 선교적 순교는 희망의 역사를 종말론적으로 선포하는 것이다."
이번에 출판된 “구름 같은 증인들의 빛과 그림자”가 다양한 배경을 가진 다양한 학자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순교에 대한 폭 넓고 깊이 있는 성찰을 시도한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저자들의 애정 어린 수고에 찬사와 축하를 보냅니다. 이 저술이 한국교회에 순교에 대한 폭 넓고 균형 잡힌 이해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의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축사를 가름합니다.(백주년기념관, 09.6.4. 1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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