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초점이 안 맞는다” “초점이 뭐냐?” “초점을 잃었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유명 TV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초점 잃은’ 이야기를 들어야할 때도 많아서, 사회자가 조금이라도 더듬거리면 토론은 이내 논객 사이의 말싸움과 감정대립으로 이어지게 되고 마침내 참으로 낯뜨거운 인신공격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번거롭고 복잡한 세상에서 초점을 잃은 듯한 흐름을 대할 때처럼 답답하고 찜찜한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새벽기도회를 마친 다음, 또는 운동 삼아 산행을 하는 틈틈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사진을 자주 찍다보니 “초점을 잃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정말 실감나게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필름카메라와는 달리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 값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에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이 사진을 찍게 됩니다. 필름 값에 대한 부담을 늘 느끼며 사진을 찍을 때는 ‘정말 꼭 찍어야만 하는 사진인가’를 끊임없이 되물으며 사진을 찍지만 디지털카메라에서는 아무래도 더 자주 셔터를 누르게 되고, 자연스럽게 사진보정 과정에서 버리는 사진이 많게 됩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많이 보급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셔터를 눌러대는 흐름이 생긴 것만은 좀 아쉽습니다.
디지털 사진의 경우, 필름카메라의 현상작업에 해당되는 포토샵 프로그램을 통한 후보정 작업을 하기 위해, 모니터를 통해 열심히 찍어온 사진들을 들여다볼 때마다 꼭 몇 장씩 초점이 흐트러진 사진들이 나타납니다. 사진전체가 초점이 잘 맞지 않은 것도 있고, 어떤 땐 초점을 맞추었다고 생각되는 지점에 초점이 맞지 않고 묘한 곳에 초점이 맞아 있기도 합니다. 특별한 의도를 갖고 일부러 초점을 흐린 사진이 아닌 바에야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은 거의 다 미련 없이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속상한 것은, 피사체가 정말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한 자세나 표정으로 잘 잡혀있는데 초점이 흐릿한 경우입니다. 정히나 아쉬우면 보정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사진을 왜곡시켜 활용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어려울 때는 아무리 아쉬워도 그 사진파일은 삭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초점을 맞추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초점이 분명하고 또렷해야만 의도한 주제를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주제가 선명해도 초점이 흐려지면 상대방의 동의나 공감을 얻어내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원하는 주제를 잘 살려내기 위해서는 때로는 필요 없는 부분을 초점권 밖으로 일부러 밀어내 버릴 때도 있는데 이것을 사진용어로 ‘아웃포커싱’이라고 합니다. 사진의 심도를 얕게 하거나 망원렌즈를 사용하면 아웃포커싱이 됩니다.
인생은, 한 장의 사진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별 것 아닌 사진 한 장도 초점이 잘 맞아야만 한다면, 우리 인생은 더더욱 그러하지 않겠습니까? 잠시 시간을 내서 곰곰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사는지, 내 마음의 렌즈는 초점을 맞출 가치가 있는 곳을 향하는지, 초점이 정말 잘 맞고 있는지, 또한 삶의 본질이 아닌 것들을 효과적으로 아웃포커싱해 내고 있는지...... (2006. 10. 26.)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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