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이 많겠지만 그 가운데 가장 도드라지는 것이 말을 하고 글을 쓰는 능력이 있다는 것일 것입니다. 동물학자들은 짐승들도 의사 소통하는 나름대로의 수단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극히 본능적인 수준의 몸짓언어에 지나지 않는 것들입니다. 사람이 한 두어 살만 먹으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 한 번 배우면 평생 줄기차게 쓰는 것이 바로 말입니다. 자기 존재의 본질도 말로 표현되고 다른 사람의 실존도 역시 말로 파악하는 까닭에 실존철학자 하이데거같은 이도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결론을 내렸을 것입니다. 굳이 하이데거의 말을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말’을 할 수 없다면 우리 인류의 삶 자체가 어쩌면 지극히 동물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을 것입니다. 말로 사랑을 나누며 정을 주기도 하고, 말로 사람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그래서 생겼을 것입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말 한 마디는 그 말을 하는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들, 특히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의 모든 이들에게 무한한 덕스러움을 선사합니다. 차갑고 날카로운 말 또한 미치는 영향력의 범위는 마찬가지, 그런 말을 하는 자신의 마음에도 큰짐이 되고 주변 모든 이들의 삶에도 아주 큰 아픔을 남기게 됩니다. 말 한 마디로, 마음에 기쁨이 오기도 하고 때로는 가슴이 한없이 아리기도 하는 이유는 ‘말’이라는 것이 말을 하는 사람의 마음 속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 말이 곧바로 그 말을 듣는 이의 마음 속 깊은 곳을 파고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워낙 내성적이어서 말수가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그런 제게 맡겨진 일이 여러 사람 앞에서 말을 많이 해야만 하는 것이어서 늘 조심스럽습니다. 어떤 땐 저도 모르는 사이에 무심코 섞어 쓴 낱말 하나로 사람들의 아픈 곳을 사정없이 건드려 상처를 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예배를 인도하기 위해 강단 앞에 설 때마다 아직도 마음이 늘 조마조마합니다. 학창시절, 학교와 집밖에 모르고 지낸 ‘범생이’였기 때문에 선생님들로부터 체벌을 당할 일 별로 없었지만 어쩌다 반 전체가 단체로 꾸중을 들으면서 몇 번 당한 손찌검에 대한 기억은 세월 속에 이미 까맣게 잊혀졌어도 어린 가슴에 수십년 동안 빠지지 않는 대못이 박히도록 함부로 내뱉으신 말씀은 아직까지 생생하게 남는 것으로 보아 ‘말’처럼 편리하면서도 두려운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막내 아이가 아주 어릴 적, 세 시간 가까운 강의를 끝내고 내려오자 아들녀석이 아주 걱정스런 표정으로 아빠 입 안 아프냐고 물어온 적이 있었습니다. 참 놀랍게도, 아무리 내둘러도 근육통이 전혀 오지 않는 아주 신비로운 근육이 바로 혀입니다. 그만큼 소중하게 잘 활용해야할 기관이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그리 만드셨을 것입니다. 자신의 말버릇을 찬찬히 한 번 살펴보시고 이왕이면 밝고 따뜻한 말을 많이 하도록 해보십시오. 행복은 바로 내 혀끝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을 금세 알게될 것입니다. 평안하고 복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2006. 10. 12.)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
